구정 밑 은행들 창구에서는 새 지폐를 구하려는 고객들로 분주를 떨어야 했다. 세뱃돈으로 새 돈을 주기 위해 헌 돈과 바꾸려는 고객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에서도 새 지폐를 고객들이 원하는 만큼 무한정 제공할 수도 없었다. 따라서 한정적으로 제한된 금액만큼만 바꿔 주었다.

새 돈은 누구나 기분이 좋다. 같은 만 원짜리 지폐라 해도 헌 돈과 새 돈에서 느껴지는 차이는 상당히 크다. 특히 누군가로부터 돈을 받는 경우 헌 돈과 새 돈이 심리적으로 미치는 영향도 큰 차이가 있다. 같은 가치의 금액임에도 새 돈이 더 소중해 보이고 건네주는 사람이 더 존경스럽게 느껴진다.

따라서 어른들은 구정 명절을 맞아 앞을 다퉈 새 돈을 교환해 자손들에게 전해주려고 한다. 그러나 누구 한 사람 돈을 깨끗하게 사용하라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는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어차피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새 돈도 헌 돈이 되게 마련이다. 하지만 잘 관리하면 새 돈의 상태를 좀 더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

1년 가는 지폐가 잘 보관돼서 2년 간다면 그만큼 지폐 발행에 소요되는 종이와 예산이 줄어들게 마련이다. 그리고 구정 명절 때마다 새 지폐를 확보하기 위해 줄을 서거나 한정된 지폐의 수량 때문에 고객과 은행 창구 직원들이 서로 얼굴을 붉히거나 언성을 높이는 일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지폐는 지갑에 보관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접거나 구겨진 돈을 주머니에 보관하는 사람들도 상당수 있다. 지폐는 내가 가지고 있다고 해서 내 것이 아니다. 가지고 있는 사람이 권리만 행사할 뿐이다. 돈이 다른 사람에게 건너가면 다른 사람이 권리를 행사하게 된다. 따라서 깨끗하게 보관하고 사용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내가 오랫동안 깨끗하게 보관하기 어렵다면 은행에 맡겨 놓으면 된다. 이를 저축이라고 한다. 저축을 하면 개인적으로 적지만 이자 발생 효과가 있고 분실할 염려 없이 안전하며 언제든지 필요할 때 찾아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은행에서는 필요한 사람에게 대여해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 욕심 때문에 갖고 있다 훼손하는 것은 옳지 못한 태도다.

우리나라는 물론 외국의 경우에도 대부분의 지폐에는 그 나라에서 역사적으로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인물들이 근엄한 표정으로 그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순신, 이황, 세종대왕, 신사임당 등이 그 주인공이다. 지폐에 존경받는 인물을 넣는 이유는 훌륭하신 분들처럼 돈을 소중하게 간직하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금년 구정 밑에도 한국은행의 조폐공사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신권을 발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이 새 돈들이 대부분 어른들의 손을 거쳐 세배를 한 어린이들에게 전달됐다. 내년도에도 이 돈이 돌고 돌아 세뱃돈으로 재사용되기를 소망해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린이들에게 돈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잘 관리하는 방법을 알려주어야 한다.

돈을 잘 관리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동시에 아껴서 잘 쓰는 방법을 알려주어야 한다. 옛말에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쓰라’는 말이 있다. 물론 어른들에게 해당되는 말이지만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 어려서부터 돈을 절약하고 꼭 필요한 곳에만 쓰는 습관이 평생 돈을 쓰는 습관이 된다. 용돈 기입장을 쓰도록 하는 것이 좋다.

요즘 5만 원짜리 지폐가 나온 뒤에 여러 문화가 바뀌었다. 우선 천 원, 만 원짜리 지폐의 가치가 떨어졌고 각종 부조금이 5만 원, 10만 원 단위로 덩치가 커져버렸다. 어린이들에게 고액의 세뱃돈을 주는 문화도 생겼다. 후손들에게 고액권의 세뱃돈을 주는 것이 결코 사랑의 크기는 아니다. 나이에 걸맞는 적당한 세뱃돈이 필요하다. 과유불급이다.

매년 신권 발행으로 엄청난 나랏돈이 소모된다. 결국 모두 국민들의 세금이다. 이러한 경비를 줄이는 것도 창조경제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돈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깨끗하게 오랫동안 쓸 수 있도록 지갑 사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해서 지갑의 생활화 운동이 전개되어야 한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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