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이나 단체를 앞에서 이끌고 나가는 사람을 리더라고 한다. 조직을 운영하며 이끌어 나가는 형태와 방법을 리더십이라고 한다. 리더십은 시대상황에 따라 변화한다. 과거의 리더십은 조정의 콕스와 같은 일방적인 지시형이었으나 최근의 리더십은 래프팅형이라고 한다. 일방적인 지시가 아니라 팀원이 함께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해 나가며 발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카리스마 있는 리더십, 부드러운 리더십, 민주적 리더십, 솔선수범형 리더십 등 리더십의 유형도 각양각색이다. 가을 야구로 불리는 한국시리즈가 삼성 팀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요즘 새로운 유형의 리더십이 화제다. ‘위임의 리더십’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SK 와이번즈의 이만수 감독 대행의 이야기다. 정식 감독이 아닌 대행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는 상태에서 쉽지 않은 모습이다. 자칫 자신의 거취가 불투명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야구팀에는 감독을 정점으로 많은 코칭 스탭이 한 팀을 이룬다. 분야별, 위치별로 전담 코치들이 있다. 훈련하는 것은 물론 경기 중 선수의 컨디션이나 특징 등을 감독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맡는다. 최종 결정은 감독의 몫이다. 승부처에서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경우 감독이 자기의 생각을 포기하고 코치들에게 결정을 위임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대부분의 스포츠 감독들은 아집에 빠져 자신의 생각을 고집하다가 판단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은 프로 스포츠의 세계에서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권한을 위임하는 사람의 고뇌도 크지만 위임을 받은 사람도 책임감이 무겁기는 마찬가지이다. 위임에는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위임이 아닌 상태에서는 윗사람에게 조언을 하면 되지만 위임을 받은 상태에서는 분명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 물론 최고 책임자는 어떤 경우에도 모든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위임을 했든 자신이 권한을 행사했든 최종적인 책임은 모두 최고 책임자의 몫이다.
   위임을 하기까지에는 상당한 믿음과 신뢰가 형성되어야 한다. 최고의 자리에 있는 리더가 그 분야에는 나보다 뛰어나고 내가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가능한 일이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신뢰감을 주는 것은 조직이나 단체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에너지원이다. 위임은 신뢰의 증거다. 따라서 신뢰는 충성심을 자극하는 가장 큰 힘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위임이라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밑의 사람에게 위임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권한은 최고 책임자만의 몫이라는 그릇된  인식도 있다. 또한 작은 위임이라도 했을 경우 그 결과에 대해 냉정하게 책임을 묻는다. 즉 위임은 책임을 전가하는 방법으로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성공했을 경우 그 공은 최고 책임자의 전리품이 되곤 했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모습은 문제가 발생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풍토였다. 윗사람은 아랫사람에게 전가하고 아랫사람은 윗사람에게 미루는 것이 관행처럼 되어 왔다. 용기 있게 자신의 책임이라고 말하는 풍토가 아쉽다. 이런 풍토 속에서 권한을 과감하게 위임하고 그 결과에 대해 본인이 책임지려는 지도자의 모습은 신선함으로 다가 온다.
   지금까지 이만수 감독 대행의 새로운 리더십인 ‘위임의 리더십’은 성공을 거두고 있다. 준 플레이오프에서 기아 팀을 물리치더니 플레이오프에서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롯데마저 제압하고 승리를 거머쥐며 코리안 시리즈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었고 결국 삼성 팀에 우승기는 내주었지만 구단으로부터 정식 감독으로 선임되는 영광을 차지하였다.
   보상은 구성원들의 몫으로 돌리고, 잘못된 책임에 대해서는 본인이 지려는 기본적인 자세가 되어 있는 사람만이 위임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이만수 감독은 그동안 승리의 인터뷰 때마다 승리의 공을 선수들에게 돌리거나 코칭 스탭들에게 돌리며 자신을 낮췄다. 패배의 경우도 자신의 책임임을 강조하곤 했다. 경기결과에 따라 파리 목숨 같은 처지의 감독들에게는 신선한 바람이 아닐 수 없다.
   가을 잔치로 불리는 프로야구장에서 새로운 바람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위임의 리더십’이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기관이나 사회단체 또는 군부대에서도 권한의 위임은 신뢰를 바탕으로 조직이나 단체를 더욱 견고하고 튼실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영욱 홍천고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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