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귤껍질을 한약재로 진피(陳皮)라고 부릅니다. 겨울에 먹는 과일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귤인데 대부분 귤껍질은 버리게 되지요. 한방에서 취급하는 이 진피라 하는 귤껍질은 대부분 무농약으로 철저한 위생관리하에 나오고 있지만 시중의 귤은 농약으로 처리된 것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으므로 사전에 무농약 여부를 정확하게 확인한 후에 차로 음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귤껍질이라 하면 대개 감기를 예방하거나 위장에 쓰이는 정도로만 알고 계십니다. 물론 그와 같은 곳에 쓰이기는 하나 진피는 그와 같은 곳에 쓰이는 아주 중요한 내용이 하나 있습니다. 한방에서 진피를 분류하기를 이기제(理氣劑)나 통기제(通氣劑)라 하는데 인체 내에 막혀있는 기(氣)나 흐름이 잘못된 기(氣)를 통하게 하고 또 바른 길로 가게끔 그 길을 터주는 역할을 담당하게 됩니다.

대개 모든 병이 그렇듯이 기가 막히거나 잘못 흘러간 결과물입니다. 결국 이 내용은 진피가 얼마나 인체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은 물론 감초 이상으로 자주 등장하는 약재입니다. 일반적으로도 위(胃)나 폐(肺)에 주로 작용하기는 하나 그밖에도 거의 모든 질환이나 장기에 다 쓰여집니다.

위장에 대해 진피가 어떻게 쓰여지는가를 보면 진피의 성질이 이해가 될 것입니다. 보통 체했다고 할 때 이것은 음식이 내려가지 않고 위장에 꽉 차있는 현상입니다. 이것은 곧 위장을 경유해서 흘러갈 수 있는 모든 기(氣)를 차단시키고 있다는 의미가 훨씬 중요한 내용입니다.

단지 위장에 음식이 체했을 뿐인데 밑으로 빠져나가야 할 기가 거꾸로 머리를 향해 올라가 두통을 유발하고 인체내 열의 이동을 방해하여 마치 감기에 걸린 것처럼 몸도 추워지며 손발이 차갑게 됩니다.  이런 과정 속에 기(氣)의 막힘을 터주는 것이 바로 진피입니다. 그래서 한방에서 쓰이는 거의 모든 위장질환에 진피가 모두 들어가게 됩니다.
체했을 때 바로 별다른 소화제가 없다할 때 귤껍질만 끓여 드셔도 조금은 편안해질 수 있습니다. 민간요법으로 진피를 활용한 다양한 방법들이 제시되어 있긴 하지만 위장에 관련되거나 또는 감기로 인한 기침 가래에는 진피 하나만 끓여 드시는 것이 간편하고 효능도 생각보다는 괜찮습니다. 진피는 특히 위액의 분비량을 조절하는 기능도 있으므로 위산이 부족되어 생기는 식욕부진이나 위산이 과다해서 신물이 올라오는 데에도 효능이 아주 좋습니다.

최근에는 이 귤껍질이 비만치료와 성인병 예방에도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 연구발표를 보니 귤껍질과 녹차 그리고 상엽(뽕잎)을 같이 달여 차로 마시면 다이어트뿐만 아니라 고혈압이나 당뇨 등 성인병 예방에 효능이 좋다고 합니다. 

한방에서는 진피를 얘기하면서 꼭 귤피(橘皮)니 귤홍(橘紅)이니 청피(靑皮)니 해서 구분하려고 하나 굳이 이것까지 아실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청피 하나만을 기억해 두시면 됩니다. 청피는 덜 익은 푸른빛을 띠는 귤껍질을 말하는 것으로 이 청피는 진피에 비해 통기(通氣)시키는 작용이 아주 강합니다. 

그래서 기가 막혀서 생기는 통증이나 종양에는 청피의 효능이 탁월합니다. 예를 들어 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옆구리가 결리고 아플 때나 아랫배 쪽에 기가 안통해서 통증을 느끼거나 유방에 통증이 있을 때 청피는 꼭 들어가게 됩니다.

지금까지 설명드린대로 우리에게 참으로 유용한 귤껍질이지만 처음에 언급한대로 귤껍질은 농약 때문에 함부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릅니다. 무농약 진피를 구입해서 드시든가 아니면 귤껍질을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은 후 약간의 식초를 탄 물에 잠시 담가두었다가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 말려두었다가 사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한약재 중에는 오히려 오래 묵어야 제대로 효능이 나는 약재가 있는데 그중 대표적이 것이 이름 그대로 바로 이 진피입니다.

<오병춘·봄한약국 한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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