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초발효이야기

▲이강수 홍천전통발효연구회 전문위원·홍천허브·다물연구소 대표
▲이강수 홍천전통발효연구회 전문위원·홍천허브·다물연구소 대표

홍천 주변의 야산에서 비교적 쉽게 볼 수 있는 약초 중에 잔대가 있다. 잔대는 초롱꽃과에 속하며 연보라색의 작고 예쁜 초롱꽃이 핀다. 봄에 올라오는 연한 잔대 싹은 데쳐서 나물로 먹으면 훌륭하다. 삼겹살을 구워먹을 때는 생으로 쌈을 싸먹을 수 있다. 하지만 약으로 쓸 때는 뿌리를 쓴다.

잔대는 본초명으로 사삼(沙蔘)이라고 한다. 사삼은 인삼, 고삼, 단삼, 현삼과 더불어 5대 삼으로 불릴 정도로 몸에 이롭다. 많은 사람이 사삼(沙蔘)을 더덕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원인은 동의보감의 탕액편에 ‘사삼’ 아래에 ‘더덕’이라고 잘못 표기돼 있어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사삼의 기원식물은 더덕이 아니라 잔대다. 동의보감의 기록이 잘못된 것이다. 동의보감에 사삼을 더덕이라고 수록해 놓은 것을 보면 아마도 당시에는 사삼을 더덕과 혼용했던 것 같다. 사삼이 더덕이 아니라 잔대라는 근거는 동의보감 이전에 발행된 한의서에 명확히 드러나 있다. 

약재의 기원식물에 대한 구별을 함께 설명한 명의별록이나 그림으로 약초를 그려 넣은 도경본초 사삼 편의 설명 또는 그림을 보면 모두 잔대의 줄기, 잎, 뿌리 모양을 표현하고 있다. 잔대와 더덕은 뿌리는 비슷하지만 줄기나 잎은 쉽게 구별된다. 한국의 생약규격집이나 중국약전은 사삼을 잔대로 기록하고 있다. 

사삼(잔대)과 더덕은 모두 초롱꽃과로 비슷한 모양이지만 사삼(잔대)은 ‘adenophora’ 속이고 더덕은 ‘codonopsis’ 속에 속한다. 사삼(沙蔘)은 모래밭이나 척박한 곳에서 잘 자라서 지어진 이름으로 속을 보면 치밀하지 않고 푸석거린다. 반면에 더덕은 습한 토양에서 잘 자라고 속은 꽉 차 있고 향이 좋고 맛이 달다. 그래서 사삼은 주로 약으로 사용하고, 더덕은 음식으로 해 먹는다. 

더덕을 양유근이라고 하는데 마치 양의 젖처럼 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약으로 쓰이는 잔대가 음식으로 쓰이는 더덕보다는 약성이 강하다고 할 수 있겠다. 잔대의 어원은 확실하지 않지만 아마도 자잘한 대가 촘촘하게 올라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아닐까 한다. 반면에 더덕은 한글 이름으로 뿌리가 작은 혹처럼 더덕더덕 붙어 있는 모양에서 유래한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사삼과 더덕은 약성과 효능이 비슷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같이 쓰이기도 한다. 그래도 구별을 한다면 사삼은 성상이 푸석거리면서 심장과 폐장의 화(火)를 내리는 작용이 뛰어나다. 한의서에는 인삼을 사용하고 싶은데 열이 있다면 사삼으로 대신하라는 문구도 있다. 반면에 더덕은 점액이 많고 눅눅하면서 폐음(肺陰)을 보하는 작용이 강하고 최유작용(모유의 분비를 증가)도 있다.

잔대의 성질은 약간 차고(微寒) 성미는 약간 쓰다(微苦). 잔대의 대표적인 효능은 보음(補陰)작용과 해독작용 두 가지로 집약된다. 인삼(人蔘)이 대표적인 보기약(補氣藥)인 반면에 사삼(沙蔘)은 대표적인 보음약(補陰藥)이라 할 수 있다. 약초연구가 최진규 선생은 과거에는 인삼이 가장 좋은 약초라면 현대인에게는 지치와 잔대를 최고의 약초로 꼽았다. 

잔대는 목에 가래가 끈적하게 붙어 나는 기침이나 마른기침 모두 치료하며 폐와 위장에 특히 좋다. 약간 차가운 기운이 폐로 스며들어 열을 식히고 촉촉하게 적셔주는 효능이 있다. 폐 기능이 약해진 사람, 기관지가 건조한 사람에게 진정효과를 주며 호흡기 염증을 완화해 감기에도 잘 듣는다. 특히 간대폐소로 폐가 부실한 태음인에게 잘 맞는 약초이다. 

더덕이 남성에게 좋다면 잔대는 여성에게 좋은 본초다. 특히 산후풍에 도움이 된다. 과거에는 산후에 산모에게 미역국처럼 잔대를 달여 먹이는 일이 많았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비위를 보하고 폐기를 보충해 주며, 아랫배가 당기고 심하게 아프면서 음낭이 처진 것을 치료한다고 하였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항상 자려고 하는 증상을 없애 주고 폐화(肺火)를 치료하여 오래된 기침을 낫게 한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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