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556]

▲강정식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 심사위원
▲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 심사위원

우리 속담에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했다. 모든 사람에겐 잘하는 일과 못하는 일이 있다. 필자의 주변만 봐도 그렇다. 가수는 아니더라도 노래를 아주 잘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그 반대로 유행가 한 곡도 못하는 지인도 있다. 물론 그 속에는 필자도 속한다.

사람에게는 선천적 재능이 있는가 보다. 어려서는 특수한 아동(천재나 수재)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비슷하게 크고 비슷하게 배우며 자란다. 그러나 성인이 된 후부터는 각자의 재능이 서서히 나타난다. 물론 배우고 익혀서 잘하는 것도 있지만 보통사람들은 약간의 재능이라는 것을 원래부터 갖고 있다.

올여름에는 우리 고장에서 전국 치과대학 동아리 테니스대회가 있었다. 영호남과 수도권 11개 대학에서 약 500여 명의 동아리 선수들이 참여했다. 실력은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았다. 물론 아주 잘하는 선수급의 학생이 있는가 하면 완전 초보로 라켓을 겨우 휘두르는 정도의 학생도 있었다. 그러나 실력이 문제가 아니었다. 운동장에서 웃고 떠들고 하는 그 해맑은 모습에 필자는 감동을 받았다.

물론 남녀 학생들로 해마다 장소를 바꿔가면서 개최되는 테니스대회였다. 이들은 몇 년 후 학교를 졸업하면 모두 병원으로 가거나 개업해서 우리의 치아를 관리해주는 치과의사로서 활약할 인재들이다. 이들이 앞으로 잘 하게 될 것은 치과의술이지만 테니스는 아마 취미로 계속 할 수도 안할 수도 있다. 하긴 필자의 아들도 대학(중앙대 의대) 때 아마추어 테니스 선수로 전국 의과대학 대회에서 단식우승을 한 적이 있는데 지금은 골프를 치고 테니스는 완전히 접었다고 한다.

수 년 전 미국의 한 육상선수는 100m와 200m 세계챔피언이면서 멀리뛰기 챔피언이 된 적이 있다. 물론 넓은 의미로는 같은 육상이나 단거리 육상과 멀리뛰기는 다른 종목이다. 이 뿐만 아니다. 세계적 스케이팅 선수로 장·단거리를 제패한 선수가 사이클(자전거) 선수로도 성공했고 세계챔피언이 된 적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아주 특이한 것이고 대부분 자기의 전공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 사실이다. 연예인 중에도 연기는 연기대로 하면서 노래도 잘하는 배우들도 있지만 따지고 보면 자기의 전문 분야를 더 잘한다. 농사일도 그렇다. 고추농사를 잘 짓는 농부가 있는가 하면 가지나 마늘농사를 더 잘 짓는 농부가 있다.

몇 년 전 신문기사에 났던 얘기다. 법관으로 오래 근무하던 판사가 운전면허 시험에 10번이나 떨어졌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 어려운 사법고시(지금은 로스쿨이지만)에 합격해서 사법연수원을 나와 판사를 한 자가 보통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따는 운전면허 시험을 그렇게 많이 떨어진 후에 합격했다니 믿어지지 않는 얘기였다.

필자가 유년시절일 때 사촌동생이 있었다. 그는 공부는 시원치 않았으나 물고기 잡는 것은 최고였다. 개천에 가면 맨손으로 가재나 뚝지 메기를 잘 잡았다. 그런가 하면 여인들이 산에 가서 산나물을 뜯을 때 똑같이 산에 올라 같은 시간동안 나물을 뜯는데도 다른 또래들보다 배는 잘 뜯는 여인네도 있었다.

세계적 성인인 공자나 예수 석가모니 소크라테스도 돈을 잘 벌었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다. 그들은 인류의 스승으로서 신앙이나 학문에는 최고였으나 사업가로는 별 볼일 없었다. 소설가는 소설만 잘 쓰면 되고 가수는 노래를 잘하면 된다. 모든 것을 다 잘한다는 것은 아주 드물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일상적으로 잘하고 못하는 것은 다 있게 마련이니 못한다고 과히 자책하지 말고 잘한다고 너무 으스대서도 안 된다. 내가 잘하는 것을 다른 사람은 못하고 저쪽에서 잘하는 것을 내가 또 못하니 결국 피장파장인 셈이다. 조석으로 기온차가 심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입동도 지났으니 이제 점차 겨울에 들어간다. 이런 환절기에 독자님들 모두 건강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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