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다가갈 따뜻한 '홍천 사람'의 모범 답안' 제시해

더 이상 미덕이어서는 안되는 오래된 한국만의 습관이 있다. 아니, 좁은 공간의 도시에서는 성실하게 바쁜 삶을 살아내느라 잊혀진, 혹은 제거하면 더 좋을 며느리 발톱과 같은, 어쩌면 홍천에서 좀 더 오래 지니고 있는 습관이라고 하는 것이 맞겠다. ‘체면’이라는 불편한 가면에 목숨을 걸기도 하니, 사람의 목숨보다 귀하게 여겨져야 할 것이 무얼까 싶다.

흔히 ‘회색의 도시’라고 부르지만, 더욱 회색에 가까웠을지 모를 체면의 가면에 결투를 신청한 아름다운 민낯이 여기에 있다. 홍천 초보 상상너머 대표 박지선 씨가 홍천 로컬보다 더욱 로컬다운 습으로, <민중의 소리>에 연재한 <홍천엄마의 그림일기>를 묶어 책으로 보여준 ‘홍천 사람’의 이야기 <홍천엄마의 그림일기 나에게 로컬을 선물했다>이다. 회색빛 마음을 아름다운 색감으로 물들이는 일러스트까지 모두 직접 작업해 화제가 되고 있다.

아이들은 같이 놀아야 하니 놀이 언어부터 배우고 그다음으로 학교에 있는 잣나무 아래에서 작년 가을에 떨어진 잣을 주워 돌로 깨뜨려 먹는 걸 배웠다. 친구들은 잘도 까서 먹는데 우리 아이들은 깰 때 힘 조절이 서툴러 잣까지 뭉개져 버린다. 숲 향기 가득한 잣 맛을 아는 아이만이 아는 그 미묘한 힘의 차이란... 나는 우리 아이들이 부지런히 잣 까기를 연습해서 껍질만 깨지고 잣은 상하지 않을 만큼의 힘주기를 몸으로 터득하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었다.
- 본문 중에서

<홍천 엄마의 그림일기, 나에게 로컬을 선물했다>는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변방의 세계, 로컬의 재발견을 통해 세상을 좀 더 천천히 바라보고,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마음을 갖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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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은 먹고사는 문제에도 적용됩니다. 마을의 버려진 마을회관을 재생하여 마을의 여성들과 함께 사회적기업을 만들고 마을 농산물 유통, 지역 아카이브, 커뮤니티 사업 등 ‘자조’ 말고 ‘자부심’을 만들어가는 여성들의 로컬 비즈니스 이야기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 출판사 서평 중에서

그동안 ‘하고 싶은 것’보다 ‘해야 하는 일’에 너무 큰 비중을 두고 살았던 것은 아닐까? 그날부터 나만의 천국을 현실에서 만들어 가겠다고 결심하고 해마다 버킷리스트를 갱신하며 작성하고 있다. 쉬운 것부터 어려운 것까지 대부분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수많은 책에서 이미 언급한 것처럼 당연한 결과이다. 1월 초, 버킷리스트를 쓸 때는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제일 맛있는 커피를 주문하고 의식을 치르듯 새 노트를 펼친다. 갖고 있는 것 중에 가장 필기감이 좋은 펜으로 경건한 마음을 담아 시시콜콜 세세하게 100개쯤 썼다. ‘뭘 이런 것까지’ 싶은 것까지. 그저 원하는 것을 생각했을 뿐인데 홍천에 와서 나의 소소한 천국 만들기는 가속이 붙기 시작한다.
- 4부 행복하기로 하자! 지금 당장, 169쪽

박지선 작가는 한국외대 스페인어통번역학과와 한신대 사회혁신경영대학원을 마치고 성남여성회지부장과 성남태평동작은도서관 실장 등을 역임했다.

<홍천엄마의 그림일기 나에게 로컬을 선물했다>는 (재)홍천문화재단이 후원하고 여는길에서 출판했다. 나무에 반해서, 누려, 엄마, 함께 등 4부로 구성된 책에는 공기처럼 너무 당연해서 스쳐 지나가던 너무나 아름다운 나무와 아이들, 이웃집 할머니 등 ‘아름다운 홍천’이 애정 가득한 삽화들과 작가의 순수한 성정이 드러나는 캘리그라프들로 장식되어 있으며, 구매는 온라인 교보문고와 예스24 등과 홍천읍의 열린서점에서 오프라인으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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