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초발효이야기

▲이강수홍천전통발효연구회 전문위원·홍천허브·다물연구소 대표
▲이강수 홍천전통발효연구회 전문위원·홍천허브·다물연구소 대표

지황은 조선왕실의 대표적인 보약 경옥고를 비롯하여 사물탕, 쌍화탕, 육미지황탕 등 보약처방에 빠지지 않고 쓰이는 약초 중의 하나이다. 신농본초경에 땅의 기운을 오롯이 품고 있다는 의미로 "지수" 즉 땅의 정수로 기록하고 있다.

지황은 현삼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의 초본으로 땅속에서 자라는 노란색의 뿌리식물이다. 지황은 음력 2월이나 8월에 뿌리를 캐서 그늘에 말린다. 물에 가라앉고 살이 찌고 큰 것이 좋다. 동의보감에 지황을 캘 때는 구리나 쇠붙이로 만든 도구를 써서는 안 된다고 기록되어 있다(또한 지황이 들어간 경옥고를 먹을 때는 쇠숟가락을 쓰지 않는다).

지황을 캐서 말리지 않은 것을 생지황, 자연건조로 말린 것을 건지황, 구증구포로 찌고 말려서 만들어진 것을 숙지황이라고 부른다. 동의보감에 생지황을 물에 담갔을 때 아래로 가라앉는 것을 지(地)황, 중간쯤에 떠 있는 것을 인(人)황,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것을 천(天)황이라고 한다. 그중에 지황이 가장 약효가 좋으며 물에 뜨는 천황은 쓰지 않는다.

지황은 원래 중국이 원산지이며 국내에서도 재배된다. 세종실록지리지에 의하면 조선시대 황해도 이남의 대부분에서 재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늘날에는 충남 금산, 전북 정읍, 경북 영주와 안동 등지에서 재배되고 있다.

생지황의 성미는 차고 달며 약간 쓰다. 효능은 청열양혈하고 양음생진한다. 즉 열을 내리고 피를 맑게 하며 음을 보하며 진액을 만든다. 숙지황의 성미는 따뜻하고 달다. 보혈(補血), 자음(滋陰), 보신(補腎)의 효능이 있다.

숙지황의 제조법을 보면 예로부터 지황을 구증구포(九蒸九曝)의 방법으로 만들어 왔다. 동의보감에는 생지황을 캐서 물에 뜨는 인황(人黃)과 천황(天黃)을 잔뿌리와 같이 절구에 짓찧어 즙을 내고 여기에 지황(地黃)을 담가 두었다가 꺼내 시루에 쪄서 말렸다가 다시 지황즙에 담가 하룻밤을 재우고 다시 햇빛에 말린다.

이러한 작업을 아홉 차례에 걸쳐 반복한다. 매회 증숙(蒸熟)할 때마다 찹쌀로 빚은 청주를 뿌려 충분히 무르익게 찌고 햇빛에 말려 숙지황 빛이 검은 금빛으로 변할 때까지 만들어 약으로 쓴다고 하였다.

한의학적으로 볼 때 생지황을 찌고 햇볕에 말림으로써 생지황은 본성이 냉한 음성(陰性)인 성질이 따뜻한 온성(溫性)의 성질로 바뀌고 쓴맛(苦味)도 단맛(甘味)으로 변한다. 또한 지황의 黃색은 黑색으로 바뀌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생지황은 본성이 냉(冷)하고 청열(淸熱)하는 지혈성의 음성약(陰性藥)이지만 찌고 햇볕에 말리는 작업을 반복함으로써 양성(陽性)의 성질을 갖는 약으로 변하여 숙지황이 된다. 숙지황은 겉으로 음성(陰性)의 성질을 갖고 있지만 속에는 양성(陽性)의 성질을 갖추게 된다.

여기서 구증구포에서 구(九)의 의미는 꼭 아홉번을 찌고 말린다는 의미로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구(九)는 동양에서 "많다" 라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많이, 여러 번 찌고 말린다는 의미가 있다. 또 다른 측면으로 볼 때 구(九)는 양의 극대수이다.

음이라는 차가운 성질을 가지고 있는 지황을 양이라는 따뜻한 성질을 가진 숙지황으로의 변신에 양의 극대수인 구(九)를 사용한다는 것도 꽤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구증구포하는 것에는 숙지황 외에도 하수오, 둥굴레 그리고 녹차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꽃차나 잎차도 여기에 해당된다.

지황은 오행으로 볼 때 수(水)에 해당한다. 숙지황이 검은색이며 지황즙으로 만든 경옥고도 검은색이다. 검은색은 수에 해당하며 장부로는 신장에 속한다. 동양에서 신장(腎臟)은 수(水)를 주관하며, 정(精)을 간직하고 몸의 진액을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따라서 우리 몸의 진액을 만들어주는 지황은 수(水)의 장부인 신장을 보하는 약초로 볼 수 있다.

지황을 주재료로 하여 만들어진 경옥고, 육미지황탕 등이 모두 음(진액)을 보하는 대표적인 방제이며, 나이 들어 진액이 부족해지거나 신허(腎虛)증상에 쓰이는 대표적인 방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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