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야기 삶이야기[39]

▲선아름 변호사'법률사무소 해원' 대표(서석)홍천군청 법률상담 위원
▲선아름 변호사'법률사무소 해원' 대표(서석)홍천군청 법률상담 위원

판사, 검사와 변호사가 다른 점은 무얼까? 언뜻 보면 세 직업이 다 ‘법’이라는 틀 안에서 혹은 ‘법’을 이용하여 진실을 밝히고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일로 보이지만 변호사는 판·검사와 그 이름에서부터 다른 점이 있다. 판사와 검사는 事 ‘일 사’ 자를 쓰지만 변호사는 士 ‘선비 사’ 자를 쓴다. 한 드라마에서 인권 변호사가 어떠한 윤리관을 가져야 할지 혼란스러워하는 한 신입 변호사에게, 판·검사는 ‘일 사’ 자를 쓰지만 변호사는 ‘선비 사’ 자를 쓴다며, 변호사는 의뢰인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참 인상 깊었다. 

필자도 변호사 일을 하면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일과 의뢰인의 이익이 충돌할 때 어떻게 변론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한다. 한편 변호사는 사인이기에 증거 수집에 많은 제약이 따르는데, 의뢰인이 말하는 진실을 밝히고 싶어도 방법이 없을 때 변호사라는 직업의 한계를 느끼기도 한다. 검사는 영장을 발부하면 원하는 증거를 취득할 수 있지만 변호사는 사인에 불과하여 공권력이 없기 때문이다. 
 
<법관윤리강령>은 이렇게 시작한다. ‘법관은 국민의 기본적 인권과 정당한 권리행사를 보장함으로써 자유ㆍ평등ㆍ정의를 실현하고,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사법권을 법과 양심에 따라 엄정하게 행사하여 민주적 기본질서와 법치주의를 확립하여야 한다. 법관은 이 같은 사명을 다하기 위하여 사법권의 독립과 법관의 명예를 굳게 지켜야 하며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아야 한다.’

누가 뭐래도 법관이 지녀야 할 최고의 윤리는 법의 엄정한 행사가 아닐까. 법관이 사사로운 이익에 눈이 먼다면 공정한 재판을 할 수 없고 그렇다면 국민의 기본권, 자유, 평등, 정의는 실현할 수 없다.
 
<검사윤리강령>은 이렇게 시작한다. ‘검사는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법의 지배」를 통하여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자유롭고 안정된 민주사회를 구현하여야 할 책임이 있다.’
윤리강령을 통해 검사의 역할은 공권력을 행사하여 국민을 보호하고 인권을 보장하는 데에 중점을 두는 걸 알 수 있다. 검사에게는 막강한 공권력이 있기에 이를 국민의 인권 수호를 위해서만 써야 함은 두말 할 것도 없다.

그럼 <변호사윤리강령>은 어떨까? 일곱 개의 항목으로 정해져 있는데 그 첫 번째 항이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의 실현을 사명으로 한다.’이다. 그런데 변호사에게는 판·검사와 달리 ‘의뢰인’이 있다. 판·검사는 공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事 자를 쓰지만 변호사는  일을 맡겨준 ‘사람’을 변호하기에 ‘사람’에 방점이 있다. 변호사는 어떤 사람을 변호할지 선택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더 도움이 필요한지 누구를 도와야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건지 선비의 지조와 기개를 갖추고 도울 사람을 선택하여 변호하는 직업이 바로 변호사이다.
필자는 필자에게 사건을 의뢰하러 찾아오는 분들의 사건을 최대한 맡으려고 하지만 때로는 내 앞에 앉아 있는 분의 말이 진실일까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기억에 왜곡이 있든 고의로 거짓말을 하든 필자가 가려낼 순 없지만 막상 소송에 들어가서 상대방의 주장과 제출된 증거를 보자면 내 의뢰인의 주장이 거짓임이 드러나기도 한다. 

그럴 때면 의뢰인을 믿고 도와주려고 애썼던 시간들을 후회하기도 하지만 변호사는 실체적 진실을 가리는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를 변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임을 다시금 되새기면서 의뢰인이 필자를 만나 숱한 상담을 하며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힘든 마음이 해원 되었길 바라며 그것으로 족하다며 쓴 웃음을 짓기도 한다. 

홍천에 계신 분들이 법적인 도움이 필요할 때 辯護事가 아닌 辯護士를 만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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