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인류가 만든 최고의 문화다.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한다. 승부가 예정되어 있다거나 결과가 뻔하다면 관중석은 텅 빌 것이다. 공은 둥글다.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나 팀은 누구나 승자가 될 수 있다. 열악한 여건을 이겨내고 최후의 승자가 되었을 때 관중과 팬들은 환호한다. 

‘코로나19’로 집콕, 방콕이 대세인 방역수칙 준수 기간에 프로스포츠 중계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배구, 농구, 핸드볼의 겨울 스포츠가 끝나가고 있으며 여름 스포츠인 축구와 야구 등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요즘 학교 스포츠 폭력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으나 이는 극히 일부다. 절대다수의 선수들은 스포츠맨십을 지키며 감동과 환희를 선사한다.

남자 배구와 남자 농구는 아직 정규리그를 진행하고 있으나 지난주 여자프로농구는 긴 장정을 끝내고 최종 우승팀이 탄생했다. 정규리그에서 4위로 간신히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삼성생명 팀이 정규리그 1위로 올라온 우리은행을 제치고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해 정규리그 2위 팀 국민은행을 격파하고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정규리그 4위 팀이 챔피언이 되는 경우는 유래를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삼성생명 팀은 기적을 만들어냈다. 농구는 시간을 제한하는 경기 규칙이 많아 쉼 없이 뛰고 또 뛰어 왕성한 체력을 요구하는 특성의 종목이다. 이번 삼성생명 우승팀의 기적을 만든 중심에는 ‘김보미’라는 선수가 있다.

김보미는 35세로 왕성한 체력을 요구하는 여자농구선수로서는 환갑을 지난 선수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누구보다 왕성한 활동량과 체력으로 코트를 누볐다. 3점 슛과 골밑슛에도 능해 내외곽을 가리지 않는 전천후 플레이어다. 후배 선수들보다 한 발 더 뛰는 운동량과 온몸을 내던지는 투지 넘치는 플레이와 궂은일로 동료 선수들에게 귀감이 되었다. 

많은 활동량으로 농구계의 박지성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산소탱크라는 별명만큼이나 왕성한 체력으로 축구장을 쉴새 없이 누비며 축구의 본고장 영국에서도 명성을 떨친 박지성 선수를 연상케 할 정도로 공이 있는 곳에는 김보미 선수가 있고 김보미 선수가 있는 곳에는 공이 있었다.

김보미 선수를 경기력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그의 리더십이 특별하다. 경기 중 실책을 저지른 선수를 다독이며 격려해주는 모습과 넘어진 상대 선수에게 손을 내밀어 일으켜 주는 모습은 코트 안에서의 동업자 정신의 유감없는 발휘다. 스포츠맨십이 철저하게 몸에 밴 선수다. 넘어지고 쓰러져도 얼굴을 찡그리는 경우가 없다. 

김보미 같은 선수들이 다른 종목에서도 꾸준히 활동하길 기대한다. 스포츠가 아름다운 것은 감동과 환희가 있기 때문이다. 팀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승리를 위해 팀원들과 한마음 한뜻으로 일치단결하는 모습이 진정한 스포츠의 진면목이다. 프로선수는 자신을 위해 경기력을 펼치기도 하지만 보는 팬들을 위해 존재한다.

우리 고장에서도 많은 꿈나무 선수들이 육성되고 있다. 나름대로 꿈과 목표가 있겠지만 김보미 선수 같은 훌륭한 선수를 롤-모델로 해서 꿈을 키워갔으면 좋겠다.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른 인성을 먼저 길러야 한다. 스포츠를 즐기면서 양보, 배려, 협동, 준법 등의 사회성을 높여야 한다. 

우승팀에 대한 시상식 모습은 또 다른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우승이 확정되자 감독은 선수들을 향해 감사의 큰절을 올렸고 선수들도 얼떨결에 맞절을 했다. 평소 선수들에게 큰소리로 호통을 치고 작전을 지시하는 모습과는 전혀 다른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우승 소감에서도 모든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요즘 여자 프로배구, 남자 프로배구, 프로축구, 프로 야구 등 대부분의 스포츠 종목에서 학교 스포츠 폭력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여자 프로농구는 조용하다. 어느 종목보다 모범적인 스포츠 종목이라고 생각된다. 코로나 방역수칙으로 집 밖 활동이 제한되고 있다. 각본 없는 드라마가 연출되는 스포츠 중계를 시청하면서 답답한 마음을 풀었으면 좋겠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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