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배구와 남자 프로배구 선수의 학창시절 폭력이 논란이 되고 있다. 겨울 스포츠로 자리매김한 프로배구는 최근 ‘코로나19’ 방역수칙으로 관중 입장이 제한되는 여건 속에서도 시청률을 끌어올리며 인기를 높이고 있었다. 특히 외국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던 국가대표 김연경 선수의 국내 복귀로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여자 프로배구팀 중 흥국생명은 여자 프로배구 정상급에 있는 쌍둥이 자매에 이어 김연경 선수의 가세로 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라는 ‘어우흥’의 전망 속에서 경기를 치러 나갔다. 예상대로 승승장구하던 흥국생명에 내부 갈등이 일기 시작했다. SNS를 통해 선배 선수를 저격했던 쌍둥이 자매 중 동생이 오히려 팬들에게 역풍을 맞았다. 

중학교 학창시절 같은 학교 배구 선수들에게 폭력, 협박, 욕설, 기합 등 스물한 가지에 해당하는 폭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결국 쌍둥이 자매는 이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자필의 글을 SNS에 올리기도 했으나 진정성이 없다는 이유로 피해자는 물론 팬들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하고 또 다른 피해자의 폭로가 이어졌다.

그러던 중 남자 프로배구 선수 중에서도 학교폭력의 폭로가 나왔다. 남자 프로배구 국가대표 선수이며 OK저축은행의 주축 선수가 학창시절 폭력으로 동료선수의 낭심이 터져 봉합 수술을 받아야 했고, 한국전력의 또 다른 선수는 국가대표 훈련 중 코치로부터 폭행을 당한 인터뷰로 이어지면서 일파만파로 확대됐다. 

이번 스포츠계의 학교폭력 및 국가대표 훈련장에서의 폭력사태는 배구 한 종목에 그치지 않고 축구나 야구 등의 스포츠 전 종목으로 확산 조짐을 보인다. 차제에 학교 스포츠폭력은 물론 스포츠계의 모든 폭력에 대해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고 스포츠의 장면에서 폭력을 완전히 근절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스포츠계에서는 그동안 승리지상주의에 함몰되어 인성보다 경기력이 뛰어난 선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왔고 경기에서 이기면 모든 것이 용서받는 풍토가 있었다. 이는 성인선수는 물론 어린 꿈나무 선수들의 산실인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오늘날의 대한민국 스포츠 강국이 만들어진 어두운 그림자일 수도 있다.

그동안 체육계는 스포츠 현장에 만연된 선수 간 폭력은 물론 지도자들의 비인간적 지도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학교에서는 합숙훈련을 금지했고 대한체육회 산하에 인권보호위원회가 구성되기도 했으며, 지도자들의 자질향상을 위해 연수와 처벌을 강화하는 등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고 일정 부분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축구, 야구, 배구, 농구 등 단체 종목은 빈번하게 합숙을 한다. 훈련하는 과정에서는 물론 시합 출전 중에도 합숙할 수밖에 없다. 선수단이 선후배로 구성되고 주전선수와 비 주전선수로 나뉘다 보니 갈등이 존재하고 폭력이 등장한다. 승리를 최고의 가치와 목표로 함에 따라 고학년과 경기력이 우수한 선수의 갑질 문화가 싹튼다. 

어떤 이유로든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 특히 성공이라는 미래의 꿈을 꾸며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는 학창시절의 폭력은 더욱 그렇다. 학창시절의 폭력 피해자는 고통과 상처를 평생 안고 살아가게 된다. 스포츠의 순기능 중 하나는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성의 함양이다. 준법, 협동, 양보, 이해, 배려 등의 성격이 길러진다.

문제는 성장하는 과정에서 누구든지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는 점이다. 개과천선이라는 말이 있다. 잘못을 뉘우치고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는 것을 의미한다. 잘못된 행동이 용서받지 못한다면 한 번의 실수로 평생을 죄인으로 살아가야 한다. 진정한 반성과 사과를 하고 용서와 화해를 베푸는 태도와 자세도 필요하다.

학교 스포츠폭력 발생의 절대적인 책임은 학교 측에 있다. 학생선수들은 미성년이다. 학교에서 선수들의 인성함양을 위한 노력은 물론 즐기면서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훈련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스포츠맨십이 스포츠의 모든 장면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선수 이전에 인간을 육성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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