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민간심사위원

신축년 새해가 왔다. 지난해의 힘들었던 일들일랑 가슴 속에 묻어두고 새해에는 나 자신을 한번쯤 되돌아보자. 나는 누구인가 한번쯤 생각해볼 나이다. 강산이 여덟 번 변한 이 시점에서 지나간 그 많은 갖가지 일(사건)들을 생각해보니 감개무량하다. 우선 우리 가족 내에서는 가장 오래 산 나이다. 

필자의 아버지가 67세에 가셨으니 50여 년 전이고 어머니가 40여 년 전 79세에 작고하셨다. 두 분 모두 6~70세를 넘으셨으니 지금 연령대로 치면 8~90세가 넘은 셈이 된다. 아버지가 지금 살아계신다면 116세이고 어머니는 120세가 된다. 평균 연령으로 보면 장수하신 셈이다. 

큰누나와 작은누나가 70을 넘겼고 집사람 역시 70세에 저세상으로 갔다. 애들은 딸 둘 중 큰딸은 출가해 대전에 살고 작은딸은 마흔이 넘었는데도 시집을 안가고 서울서 교직(병설유치원 원감)에 종사하고 있다. 외아들은 서울에 거주하며 경기도 시흥시에 있는 시화병원 관절센터 진료부장(정형외과)을 하고 있다. 손자 두 명은 중학생과 초등생이다. 

필자의 가정환경은 이것이 전부다. 태어난 곳은 80년 전 구 연귀미면 상동리 어영골이란 동네다. 이곳은 1917년 행정구역이 홍천이었다. 일제강점기 홍천군 연귀미면이다. 면소재지인 좌운리와 개울 건너 이웃동네인데 행정구역이 개편되면서 인근 8~9개 리가 횡성군으로 편입되고 연귀미면은 없어졌으며 대신 동면이 속초리에 생겼다.

필자의 조상은 경상북도 봉화군 법전리(버덩말) 진주강씨다. 약 3백여 년 전 홍천 좌운리에 자리 잡았다.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1954년 홍천중학교에 입학했다. 그 해 초겨울에 이사를 왔다. 아버지는 노동을 했고 어머니는 행상과 저자거리에서 5일장날 난전식당을 열어 올챙이국수 장사를 했다. 홍천에서 최초로 올챙이국수를 만든 장본인이 필자의 모친인 이옥순 여사다. 

그 당시 올챙이국수를 집에서는 더러 해먹었지만 판매로는 최초이다. 국수틀은 미군이 버린 깡통을 사용했다. 깡통 밑을 송곳으로 구멍을 뚫어 옥수수국물을 끓여 붓고 누르면 올챙이국수가 된다. 요즘으로 보면 특허품이다. 필자의 모친은 5일장날 마다 시장 근처 골목길에 조그만 상자를 놓고 물건을 팔았다. 덕분에 중학교 3년은 편안히 졸업했다. 

아버지의 노동은 타인의 짐을 날라주는 힘든 일이었다. 요즘으로 치면 택배기사로 인력사무소의 인력 막노동 같은 일을 하셨고 좀 후에는 리어카(손수레)로 노동의 질을 높였다. 새벽에는 곡식(잡곡)상회에서 서울로 가는 콩 팥 옥수수 등의 상차를 하셨고 서울에서 홍천 상가로 내려오는 화물을 받아 상점에 배달도 하셨다. 그때의 콩이나 팥 한가마는 80kg이었는데 이걸 어깨에 메고 화물트럭에 싣는 직업이었다. 60대 초반까지 하셨다. 내가 중학교 학자금을 달라고 하면 군말 없이 즉시 주셨다. 

난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알바를 했다(당시는 고학생이라고 했다). 동아일보 신문을 만3년 간 아침에 배달했다. 졸업 후 방문 가정교사를 1년쯤 하다가 아예 보습학원을 차렸다. 원생 수가 2~30여 명이었고 만5년을 하다 1967년 농협은행 공채에 합격 30여 년 간 근무했다. 주로 홍천군지부에서 근무했고 춘천 도지회에서 1년 인제군농협에서 3년 그리고 홍천군청 농협은행지점장으로 1997년 2월 퇴직했다. 

문학공부는 독학이었다. 책을 많이 읽었는데 특히 시를 많이 읽었다. 1955년 중학교 때부터 문예특활반에서 활동하며 문학에 입문하게 됐다. 지금까지 습작시 초고가 약 만여 편이다. 그 중에 활자로 발표된 작품이 약 천여 편 될 것 같고 홍보표어도 창작 발표했다. 1955년 불조심 표어 “자나깨나 불조심 꺼진불도 다시보자”와 1992년 환경표어 “오염은 한순간 정화는 한평생” 한서문화제 표어인 “무궁화큰잔치 화합의 한마당” 등 모두 필자의 작품이다. 

문학상은 강원문학상 홍천문학상 김동명문학상 향도문화대상을 받았다. 저서는 시집 3권에 산문집(칼럼 묶음) 한 권을 최근에 냈다. 여건이 허락하면 올해와 내년 두 권을 연속으로 내려한다. 원고는 이미 작성돼 있다. 필자의 세대가 살아온 내용은 각자 다르겠지만 그 처지들은 크게 다를 바 없이 비슷할 것이다. 새해 독자님들 복 많이 지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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