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군노인회에서는 홍천청소년수련관의 협조를 받아 1세대 어르신들의 자서전을 3세대 학생들이 써드리는 ‘1·3세대 공감 프로젝트’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대한노인회중앙회 공모 사업으로 예산을 확보해 추진한 사업으로 「영광의 삶, 아름다운 여정」 이 발간됐다. 1세대는 6.25 한국전쟁 참전유공자 홍천지회와 고엽제전우회 홍천군지부 회원 중 희망자를 대상으로 했다. 

3세대로 불리는 요즘 청소년들은 4차 혁명시대를 맞아 건국 이래 가장 풍요로운 대한민국에서 질 높은 삶을 누리고 있다. 물론 어른들의 잣대로 볼 때 그렇다. 청소년들 자신은 불만이 많다. 특히 기성세대인 어르신들에 대해 자신들의 세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꼰대’라는 불편한 시선을 갖고 있다.

베트남전쟁을 영화나 인터넷 게임판에서의 놀이 정도로 생각하는 3세대 청소년들은 오늘의 풍요로운 대한민국이 저절로 만들어진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어르신들의 보릿고개 이야기를 들으면 “라면을 끓여 먹으면 되지 않았냐”는 황당한 이야기를 하고 ‘우리’보다는 철저하게 ‘나’를 강조하는 세대다.

1세대 어르신들은 농경사회에서 태어나 산업화시대와 지식정보화시대를 거쳐 적응하기 힘든 4차 혁명시대를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6.25 한국전쟁의 참화로부터 나라를 지켜냈고 베트남전쟁에 참전해 피를 흘리며 목숨 바쳐 조국 번영의 기틀이 되는 경제발전의 초석을 다져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게 만든 장본인들이다.

자신은 배를 굶어가면서도 자식만큼은 가르쳐야 한다는 어르신들의 강한 열정이 지구촌에서 가장 뜨거운 교육열로 승화됐고 그 결과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룩하며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냈다. 자신들의 배를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후손들에게 배부른 세상을 만들어 주기 위한 희생이었다. 

자신들의 땀과 피로 만들어진 대한민국에서 부러울 것 없이 살아가고 있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하리라 생각한다. 후손들이 알아주기를 바라고 고마움을 느끼기를 기대하며 삶을 희생한 것은 아니지만 고마움에 감사할 줄 모르며 버르장머리 없고 이기적인 요즘 세대들의 모습을 보면 착잡한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홍천군노인회에서는 같은 날 태어난 쌍둥이도 세대 차이가 난다는 급변하는 시대를 맞아 세대 간의 차이를 상호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 본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1세대 어르신들이 살아오신 삶의 이야기를 3세대인 청소년들이 듣고 자서전을 대신 써드리는 작업이다. 정해진 예산 관계로 20명의 어르신을 선정했고 청소년 20명이 글쓰기에 참여했다.

‘코로나19’라는 세계적인 팬데믹 현상 속에서 방역수칙을 실천하며 프로그램을 추진하느라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었다. 1세대 어르신과 3세대 청소년이 짝을 이뤄 인터뷰 형태로 어르신들의 삶을 듣고 글로 써 내려가는 작업이다. 어르신들의 말씀을 듣는 기회는 두 차례 마련되었는데 첫 번째 인터뷰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1세대 어르신들은 자신의 삶에 대한 말씀만이 아니라 사진 등 다양한 자료들을 제시하며 열정적으로 이야기보따리를 풀었고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다른 세상의 이야기를 듣는 3세대 청소년들은 마냥 신기해하면서도 귀를 쫑긋 세워 진지하게 들으며 메모를 하고 궁금한 내용은 재차 질문하면서 어르신들의 말씀을 경청했다.

참여하신 1세대 어르신들은 한결 같이 자서전이라는 결과물보다 3세대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삶과 전쟁 그리고 산업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부여했다. 참여한 3세대 청소년들은 글을 쓰는 전문 작가는 아니나 어르신들의 말씀을 들으면서 어르신들의 삶을 이해하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했다. 매우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돈이 많은 사업가는 전문 작가를 통해 자서전을 쓰고 유명 정치인은 자신의 업적을 남기기 위해 자서전을 쓴다. 격동기를 살아오신 어르신들의 연세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전문 작가는 아니지만 3세대 후손들이 대신 써드린 「영광의 삶, 아름다운 여정」을 통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삶을 살아오신 어르신들의 삶이 재조명되고 세대 공감의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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