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익어 가고 있다. 황금 들녘을 이뤘던 논과 밭에서는 봄여름에 흘린 땀방울의 결실을 거둬들이는 농부들의 부산한 모습이 목가적인 농촌 풍경을 만든다. ‘코로나19’로 힘겨운 과정을 보낸 농부들의 환한 미소가 반가운 것은 우리 고장 농촌의 가을 수확이 풍성함을 확인해 주기 때문이다.

우리 고장의 지형 중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산’에도 가을이 한창이다. 밤나무들이 토실하게 잘 영근 알밤을 토해내고 갈참나무에서는 도토리들이 쏟아져 내린다. 산에 사는 짐승들에게 먹거리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사람들에게도 먹거리를 제공한다. 산짐승들의 먹이가 부족하면 농산물을 먹기 위해 하산해 농작물을 훼손하게 된다.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인지는 모르겠으나 올가을에는 유독 산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산에서 나는 버섯류와 도토리 등 임산물을 채취하기 위해서다. 버섯 중 일부는 재배 기술이 없어 순전히 자연산에 의존하는 종류들이 있다. 송이나 능이 등의 버섯 가격이 매우 고가인 이유다.

깊은 산에서 자생하는 버섯을 채취하기 때문인지 다 자라기도 전에 채취하거나 버섯 주변을 마구 파헤쳐 놓은 곳도 있다. 먼저 본 사람이 임자라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겠으나 누가 채취하든 다 큰 버섯을 채취하도록 작은 버섯은 채취하지 않아야 한다. 버섯은 특성상 올해 난 곳에서 내년에도 나게 마련이다. 채취 장소를 조심스럽게 관리해야 한다. 

산에 입산하는 사람들이 지켜야 할 것이 있다. 반드시 허가가 난 산에 입산해야 한다. 사유림인지 국유림인지 정확하게 알아보아야 한다. 개인 소유의 사유림에 주인의 허가를 받지 않고 들어가 임산물을 채취하면 산림법 제116조에 의해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7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게 된다.

최근에는 산에 장뇌삼이나 산더덕을 재배하는 사람들이 많아 자칫 절도범으로 오해받기 쉽다. 국유림도 마을 단위나 개인이 임차해서 버섯을 채취해 수입원으로 삼는 경우도 많이 있다. 산에 CCTV를 설치해 놓기도 하고 각종 신종 장비를 이용해 사람이나 멧돼지 등의 출입을 탐지하는 기능의 장비를 설치하기도 한다. 

산에 입산하는 사람들은 간단한 간식과 음료를 준비한다. 문제는 비닐봉지나 음료수 캔 등을 산에다 함부로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누구보다 산을 찾는 사람들이 먼저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 가져간 쓰레기는 반드시 되가져오는 습관이 필요하다. 오히려 산에 있는 썩지 않는 쓰레기를 발견하는 대로 수거해 와야 한다.

산에는 과격한 멧돼지, 가을 독이 충만한 독사, 독충 등이 있다. 산에 입산하기 전에 장화나 안전화, 모자, 장갑 등을 반드시 착용하여야 한다. 스틱도 필요하다. 산에서 안전을 확보하는 것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체력을 고려해 산행 시간을 정하되 어두워지면 하산에 문제가 있으므로 해가 있을 때 일찍 내려와야 한다.

핸드폰에 앱을 설치하면 산에서 현재 자신이 있는 곳의 위치 파악이 가능하며 혹 길을 잃더라도 구급대원들이 쉽게 위치를 찾아 구조할 수 있다. 이는 버섯 채취를 위한 입산자뿐만 아니라 일반 등산객들도 필요한 조치다. 산에서 길을 잃은 입산자를 찾기 위해 많은 인력과 장비가 동원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얼마 전 입산했던 사람이 산에 있는 진드기에 의해 생명을 잃었다는 안타까운 뉴스 보도가 있었다. 산행 후에 깨끗하게 씻고 한번 입었던 옷은 세탁해서 입어야 한다. 산에 입산하는 사람 자신이 본인의 건강을 챙겨야 한다. 산은 자연이 인간에게 준 선물이다. 그러나 인간이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만큼 선물의 내용을 조절하기도 한다. 

산에서 가장 주의해야 하는 일은 산불 조심이다. 가을이 되면서 산의 나뭇가지들은 푸르름을 유지하고 있으나 산 바닥에는 마른 나뭇잎들이 쌓여 있다. 불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인화성 물질은 아예 소지하지 않아야 한다. 애써 가꾼 산림이 한순간에 잿더미가 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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