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명절 추석이 지났다. 추석은 설과 함께 우리 민족 고유의 2대 명절이다. 땀 흘려 일한 농부들이 수확의 계절을 맞아 대풍을 이루도록 도움을 주신 하늘과 조상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의식에서 유래되었다. 추석 명절에는 가족끼리는 물론 이웃과도 정을 나누는 풍습이 있다.

올해 추석 모습은 유사 이래 최악의 명절 분위기였다. ‘코로나19’의 감염 확산을 예방하기 위한 국가·사회적인 차원에서 고향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강력한 요청이 있었다. 오죽했으면 ‘불효자는 옵니다’라는 구호가 등장하면서까지 조상과 부모들을 찾아뵙지 말 것을 권하는 이상한 명절이 되고 말았다. 

이와 같은 이상한 명절이 올해로 끝났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핵가족이 일반화된 시대에 각자 삶의 터전에서 흩어져 살던 가족이 조상을 기준으로 모일 기회가 많지 않다. 앞으로 맞이할 설 명절과 추석 명절에는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뜨거운 정을 나누며 진한 가족애를 느낄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전통적인 추석 명절의 모습은 평소 도움을 준 사람에게 성의 표시로 감사의 선물을 드리는 것이 미풍양속이다. 최근에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방지법’으로 위축되긴 했어도 규정 범위 안에서 작은 선물을 주고받는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비대면으로 선물을 전달해 택배가 급증하면서까지 선물의 전통은 유지됐다.

선물은 내용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포장하느냐 하는 것이 선물의 품격이 되고 있다. 물론 내용물이 받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지만 보는 이에게는 포장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 포장의 디자인에서 시작해 포장용품의 재질 고급화가 선물의 가치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선물을 준비하는 사람은 선물 내용 못지않게 포장에도 신경을 쓰게 된다. 

추석 명절이 끝난 직후 아파트 단지나 일반 주택가의 쓰레기 처리장을 보면 추석 선물을 포장했던 포장용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내용물의 보존성을 높이기 위해 스티로폼으로 제작된 상자들이 눈에 많이 띈다. 종이나 나무로 된 상자는 태우면 되지만 비닐이나 스티로폼으로 된 화학성 물질은 썩지 않아 심각한 쓰레기 문제가 되고 있다.

선물은 포장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포장을 해야 한다면 재활용을 할 수 있거나 자연환경 파괴가 되지 않는 재질로 포장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정부의 관련 부처에서는 과대포장을 규제하고 있으나 법령만으로 제한하기에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국민 모두의 성숙한 의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어떤 경우에는 선물 내용물보다 포장용 제품의 가격이 더 고가인 경우도 있다. 선물의 내용물이 아닌 포장지가 중요해서는 안 된다. 예전에는 신문지에 둘둘 말아 전달해도 받는 사람이 고마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사실 물질적인 감사의 선물보다 가슴으로 전하는 감사의 표시와 진정으로 고마워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우리 민족은 작은 반도의 좁은 국토에서 살아 그런지 모르겠으나 큰 것을 좋아한다. 자가용도 크고 아파트의 평수도 넓은 집에 살아야 좋다고 생각하는 과시형이다. 평소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나라 도로에서 질주하는 승용차 대부분이 중형 이상이다. 반면 외국에서 보면 작은 집과 소형 승용차들이 더 많다. 실속형이다. 우리는 허례허식을 줄여야 한다.

우리 민족의 또 다른 병폐 중 하나가 최대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동양에서 최대, 아시아에서 최대, 세계에서 최대라는 것을 자랑으로 여긴다. 물론 최대가 민족이나 집단의 자긍심을 높여주는 것은 맞다. 그러나 최대만이 최고의 가치를 갖는 것은 아니다. 크기보다 유용성과 실효성에 가치 기준을 둬야 한다. 작은 것이 강할 때도 있다.

가족이나 이웃과 정을 나누는 것은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 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다행스럽게도 김영란법으로 과도한 선물을 주고받지 않는 것은 어느 정도 정착돼 가고 있다. 하지만 과대한 포장으로 불필요한 곳에 돈을 낭비하고 자연환경을 훼손하는 쓰레기가 양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하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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