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민간심사위원

우리나라의 가구형태는 단독주택이 30% 정도이고 아파트가 65% 나머지 5%는 주상복합이나 기타라고 한다. 1960년대만 해도 거의가 단독주택이었다. 한국 최초의 아파트인 서울 와우아파트가 지어진지 60여 년 만에 단독주택은 줄어들고 아파트가 주거용으로 계속 늘고 있다. 단독과 아파트의 격차는 앞으로 더해질 것이다. 편하고 살기 좋은 아파트이니 단독은 게임이 되지 않는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근심걱정도 할 것이 없는 곳이 아파트 주거공간이다. 단독은 눈이 오면 눈을 쓸어야 하고 비가 오면 비가 새는 곳은 없나 살펴야 한다. 마당이나 뜰 뒤란의 잡초도 뽑아야 한다. 일거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거기다 방범도 신경 써야 하는 등등 단독 선호는 물 건너가고 바야흐로 아파트시대다. 그것도 고층아파트를 선호한다. 

며칠 전 필자가 속한 모단체 회장댁을 방문한 일이 있다. 우리지역에서는 최고급 아파트인데 거실이나 서재가 너무 깨끗했다. 가구가 함부로 놓인 것이 하나도 없고 신문지 하나 볼 수 없이 깔끔했다. 책은 서재에 가지런히 끼워져 있고 그 분의 취미인 듯한 수석 몇 점이 거실을 장식했다. 

여기에 비하면 필자의 집(단독)은 너무 너저분하다. 청결과 지저분한 것은 극과 극이다. 책(주로 문학지)은 여기 저기 쌓여 있고 신문지 또한 나동그라져 있다. 신문 광고지가 여기 저기 쌓였는가 하면 쓰던 원고 쪼가리가 방구석을 뒹군다. 하긴 가사도우미 아주머니가 일주일에 한 번씩 두서너 시간 청소를 해주고 있어 다행이다. 나는 수시로 급한 것만 정리하니 집안이 깨끗할 리가 만무하다. 

마당과 뒤뜰은 또 어떤가. 한마디로 지저분하기 짝이 없다. 모든 게 정리가 안 된다. 온통 풀밭이고 집안에 나무가 가득하다. 앵두나무(흰 앵두도 있다) 고야 산딸기 자두 구찌뽕나무 호두 포도 블루베리 왕오디나무 오가피 등등 과일나무 숲속이다. 농약을 전혀 안쳐서 유기농과수들이다. 대지 평수가 200여 평에 가깝기 때문에 제대로 관리하면 채소나 참깨 들깨 김장 등의 자급자족이 충분한 면적이나 관리를 안 해서 엉망이다.

마당에는 반백년이 넘는 두레우물이 있었는데 지금은 자동펌프시설을 해서 뼈가 시릴 정도의 찬물이 하루 종일 나온다. 겨울에 눈이 오면 대문 밖은 쓸지만 대문 안은 그냥 둔다. 봄이 되면 의례히 녹을 텐데 왜 힘들여 쓰냐하는 심보가 있어서다. 거실 겸 서재 벽에는 온통 잡동사니들로 가득 찼다. 그림도 몇 점 있고 사진 시화 신문에 났던 이런저런 글들과 상장 상패 뭐 그런 것들이 너저분하게 걸려 있다. 정리를 해봤자 거기서 거기이기에 그냥 두고 있다.

꽤 오래전 일로 아는 집에 갔다. 그 집은 교육자 집안인데 깨끗하기로 소문난 집이다. 비록 단독이지만 시설 내용이 그 당시 아파트 못지않았다. 헌데 그 집 안주인이 너무 청결해 인생 후반기에는 결벽증에 걸려서 고생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집에 손님이 가서 방석에 앉았다 오면 손님이 간 후엔 방석을 바로 세탁하고 문고리는 알코올 수건으로 닦았다고 한다. 

주거환경은 깨끗하면 깨끗할수록 좋다. 하지만 사람이 사는 집이 마냥 깨끗할 수만은 없는 게 사실이다. 너무 깨끗한 물에는 물고기가 못 산다. 붕어나 잉어는 오히려 흐린 물에서 더 잘산다. 순수한 물은 증류수로서 제약이나 실험용으로 쓰되 식수로는 못쓴다. 적당한 물질들이 함유된 물이 맛이 좋다고 한다. 

주거환경도 그렇다. 청결함만 찾다보면 공간의 포근함이 줄어든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질러놓은 방(거실) 치우고 또 어질러놓고 치우는 일을 반복하면서 살아간다. 여기서 청결하게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적당히 깨끗하게 주거환경을 하되 너무 극성맞게 해서 몸이 고달프고 피로하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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