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민간심사위원

혼동의 세월 속에 봄도 서서히 물올라가고 초여름의 기슭으로 내닫고 있다. 지난 15일로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총선도 끝나고 정치가 안정되는 시기다.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 속에 넣고 있는 코로나19도 국내에서는 어느 정도 사그라지는 추세에 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는 아직도 확산일로에 있다.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인생은 참 단순하면서도 복잡하고 복잡한가 하면서도 단순하다. 어찌 보면 모순 속에서 한평생을 마치는 게 곧 인생인 것 같다.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한평생을 운명과 숙명 속에 살다가 어느 날 떠난다고. 그렇다면 운명은 무엇이고 숙명은 무엇일까? 이건 철학과 종교적인 문제다. 대부분 사람들은 운명으로 시작해서 숙명으로 끝난다. 

각자가 지닌 운명은 어쩌면 비켜갈 수도 있다고 한다. 예부터 내려오는 말에 자기의 운명을 탈피하는 데는(피해가는 데는) 대략 3가지 방법이 있다고 한다. 첫 번째로 좋은 일을 많이 해야 한다. 불교 쪽에서는 보시를 많이 하고 불심을 크게 일으키는 게 하나의 방법이고 두 번째는 독서를 많이 해서 세상사를 많이 알아야 하고 셋째는 현실적으로는 좀 안 맞는 말이지만 좋은 집터를 잡아야 한다고 한다. 

이 세 가지만 잘 지키면 자기에게 주어진 운명을 비켜갈 수가 있다고 전해온다. 특히 보시는 베풀라는 뜻으로 귀담아들을 만하다. 이는 기독교 쪽에서도 마찬가지다. 즉 만물을 사랑하면 만사가 형통한다는 뜻과 일맥상통한다. 유교에서는 인 의 예 지 신을 잘 지키면 운명이 피해간다고 한다. 

그럼 숙명은 어떤가. 숙명은 밝은 대낮의 그림자와 같다. 내 몸뚱이는 도저히 그림자를 피해갈 수가 없다. 마치 지나간 내 과거의 세월과도 같은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운명은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피할 수 있다고 할 수가 있겠으나 숙명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인생의 끝장인 죽음이 곧 숙명일 것이다. 

코로나19로 세상이 떠들썩하고 경제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물론 이 전염병은 전 세계적이다. 중국과 우리나라가 매를 먼저 맞은 격이다. 이 병의 치사율이나 전염률은 기존의 전염병에 비해 그리 크다고 하기엔 아직 이르다. 다만 백신과 특효 치료약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두려울 뿐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세계 굴지의 제약회사들이 경쟁적으로 백신과 치료약 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이미 개발이 완료되어 임상실험에 돌입했다는 미확인 소식도 전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하계 도쿄올림픽이 1년 뒤로 연기됐고 국내에서는 총선이 끝났다. 낙선자와 당선자들은 차분히 자신을 되돌아 볼 때다. 선거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기에 운명으로 여기고 당락의 기쁨과 실망은 순간으로 돌려 차분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필자는 과거 군 단위 선거에서 세 번 낙선하고 두 번 양보한바 있다. 나름대로 분석해보면 선거에서 원칙만 지키다보면 당선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았고 그렇다고 반칙은 안 되며 다만 변칙을 잘 이용하는 선거기술자(?)가 유리하다고 생각된다. 결국 이번 선거는 국가 운명을 좌우할 만한 중요한 선거였다. 당선자들은 당선이 국가의 운명을 넘어 숙명인 것을 자각해서 앞으로 4년의 임기를 잘 채워나가야 할 것이다.

겨우내 웅크리고 있던 나무와 풀들에 새 잎이 돋고 뿌리는 물을 빨아올리기에 여념이 없다. 철쭉꽃 돌배나무 꽃 산벚꽃들이 경쟁이라도 하듯이 만발하고 있다. 이제 저 꽃들이 지고나면 산천은 초록의 세계로 접어들 것이다. 온 세상이 신록의 계절을 맞을 것이다. 그동안 찌들고 안쓰럽던 우리네 마음도 저 산과 들의 초목들처럼 활짝 피어났으면 좋겠다. 어려웠던 일 외롭던 마음도 모두 이 화사한 대자연의 품에 안겨 우리에게 주어진 자연의 아늑함과 행복을 느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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