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에서 홍천이 또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지난주 국회를 통과한 선거구획정에 따르면 홍천-횡성-영월-평창이 하나의 선거구로 묶이고 춘천이 분할되면서 철원-화천-양구가 묶이게 됐으며 인제는 속초-고성-양양과 묶여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공룡 선거구를 이뤘던 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가 공중 분해됐다.

국회의원 선거구획정 기준은 철저하게 인구수에 따른다. 그러면서도 기초자치단체가 다섯 개 이상 묶여 공룡 선거구가 되지 않도록 애를 쓴 흔적이 있다. 이번 획정의 강원도 특성은 춘천이 분할되면서 인근 농촌 지역인 화천, 양구, 철원과 묶였고 홍천이 이전 공동선거구였던 횡성과 함께하면서 생소한 영월, 평창과 묶이게 됐다는 점이다. 

지난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공룡 선거구가 만들어지자 정치권은 물론 지역주민들은 지역 홀대론을 이야기하며 너무한 처사라고 목소리를 냈지만 선거가 끝나고는 공룡 선거구의 문제에 대한 이의 제기는 물론 이렇다 할 항의도 없었다. 냄비근성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여야 정당의 도당에서도 농촌 지역 선거구제 개선에 대한 요구 없이 방관하고 있었다. 

국회의원 선거구 변경은 국민의 이해가 부족한 ‘연동형비례대표제’가 국회를 통과하는 순간 예상됐던 일이다. 그나마 지역구의원 수를 줄이고 비례대표 의원을 늘리려 했으나 정당 간의 이해관계 문제로 지역구의원 수를 줄이지는 못했다. 하지만 인구수라는 기준에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면서 인구가 지속적 감소추세에 있는 농촌 지역은 파란이 예상됐다. 

공룡 국회의원 선거구는 강원도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남, 전북 등 농촌 지역의 공통된 문제다. 공룡 선거구가 예상됐던 지역의 정치인들이 당을 떠나 한결같은 목소리로 문제 제기를 했어야 했다. 그러나 공천권을 쥔 중앙당의 눈치를 보며 자신의 지역구 지키기에만 몰두한 현역 의원들이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국회의원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법을 만드는 입법기관이다. 그러나 법을 만드는 입법기관이기 전에 선거구 지역주민을 대표하는 사람이다. 대표하는 사람의 숫자도 중요하겠지만 지역의 문화, 정서, 역사, 산업 등을 달리하는 선거구의 면적 또한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 어쩌면 사람의 숫자보다 면적의 크기가 더 중요하다.

현재와 같이 인구수에 의해 선거구가 획정되고 국회의원 숫자가 정해진다면 우리 고장과 같은 농촌 지역은 선거 때마다 주변의 다른 지역과 묶여 국회의원을 선출해야 한다. 지난번엔 철원과 묶이고 이번엔 영월, 평창과 묶이고 다음엔 춘천과 묶이는 등 예측할 수 없는 선거구가 될 수밖에 없다.

현행의 제도 아래서는 국회의원이 되어 지역발전과 국가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원대한 뜻을 품고 있는 지역의 정치인들이 지역구 관리를 할 수 없다. 장차 선거구가 어떻게 획정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국민’을 들먹이곤 한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다면 국회의원 선거구획정부터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내 지역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는 국회의원이 나오기 위해서는 소선거구로 국회의원 숫자를 늘려야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현재의 국회의원 숫자도 많다고 생각한다. 권력은 크고 대우는 높으나 일을 하지 않고 의사당에서 정파 간에 싸움질하는 모습을 보는 국민들은 의원들의 권한을 줄이고 숫자 또한 줄이기를 바라고 있다.

국회의원 중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두는 이유는 정치적으로 소외 또는 약자층을 대변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4차 혁명시대다. 지역구 출신 의원으로도 얼마든지 취약계층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다. 따라서 비례대표 의원을 없애거나 대폭 줄이고 지역구 출신 국회의원 숫자를 늘려야 한다. 

어쩔 수 없이 21대 국회의원 선거는 현재 만들어진 선거구대로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다. 지역구가 넓은 선거구 국회의원은 물론 농촌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이 정파를 초월해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의원뿐만 아니라 광역, 기초자치단체의 모든 정치인들이 한결같은 목소리로 개선책을 요구해야 한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저작권자 © 홍천뉴스 / 홍천신문 홍천지역대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