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 [4-24]

자식이 멀리 떠나 있으면 매사가 근심이 된다. 자나 깨나 자식 안부 걱정에 여념이 없다. 아버지 쪽보다는 어머니 쪽에서는 강한 모성애母性愛 때문에 그 도는 훨씬 더했다. 하는 일은 잘하고 있는지, 옷가지는 춥거나 덥지는 않은 것인지, 숙식宿食에 불편함은 없는 것인지 잡다한 생각의 덩치들이 얽히어 걱정과 염려를 한다. 집 떠난 아들이 오래도록 돌아오지 못하니, 어머님이 지어 주신 옷이 해어져 떨어졌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삽화 : 인당 박민서 화가 제공

子吟(유자음) / 춘당 변중량
난 아들 오래도록 돌아가지 못하니
어머님 지어준 옷 해어져 떨어졌는데
고향에 돌아갈 노래 언제 지어 부르나.
遊子久未返    弊盡慈母衣
유자구미반    폐진자모의
故山苦遼邈    何時賦言歸
고산고료막    하시부언귀

고향으로 돌아갈 노래 언제 다시 지어보려나(遊子吟)로 제목을 붙여 본 6행 오언고시풍이다. 작가는 춘당(春堂) 변중량(卞仲良:1345~1398)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집 떠난 아들이 오래도록 돌아오지 못하니 / 어머님이 지어 주신 옷이 해어져 떨어졌네 // 내 고향 산천은 여기에서 너무도 멀고멀어 / 고향으로 돌아갈 노래 언제 다시 지어보려나]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멀리 가는 아들 향해 읊다]로 번역된다. 이 시는 중당中唐 때 맹교의 유자음을 참고해야겠다. [인자하신 어머니가 바느질감을 들고(慈母手中線), 먼 길 떠나는 아들이 입을 옷에(遊子身上衣), 떠날 때 한 땀 한 땀 꼼꼼히 기움은(臨行密密縫), 아들이 어쩌다 더디 올까 두려워서라(意恐遲遲歸), 누가 말했던가? 저 조그만 풀 같은 마음이(誰言寸草心), 따뜻한 봄빛 은혜 갚을 수 있을까(報得三春暉)]라고 읊었다.

시인은 이 시의 의연히 모방했던 것으로 보인다. 집을 떠난 아들이 오래도록 돌아오지 못하니, 어머님이 지어 주신 옷 해져 떨어졌다는 부모님 사랑의 극진한 마음이 녹아있다. 멀리 있는 자식이 부모님을 생각하는 깊은 애정이 담겨 있다. 

그렇지만 화자는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을 지울 수 없음을 보이고 있다. 내 고향 산천은 너무도 멀고멀어, 고향으로 다시 돌아갈 노래를 언제 지어보겠는가를 생각해 보인 시상이다. 이어지는 5구와 6구에서는 인생은 백년도 미처 살지 못하니(人生不滿百) / 오늘 서편으로 지는 해를 아까워한다(惜此西日暉)고 했으니 고향을 그리는 자식의 심정을 알만하겠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집 떠난 자식 못 돌아와 지어주신 옷 떨어졌네, 내 고향 산천이 멀어 돌아갈 노래 지어 보네’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춘당(春堂) 변중량(卞仲良:1345~1398)으로 고려 말, 조선 초의 문신이다. 아버지는 판중추원사 변옥란, 어머니는 전객서부령 성공필의 딸이다. 대제학 변계량의 형이며, 이성계의 이복형 이원계의 사위이며 정몽주의 문인이다. 문과에 급제하여 밀직사를 지냈던 인물이다.

【한자와 어구】
遊子: (유학, 직장 등으로) 집을 떠난 자식. 久未返: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다. 弊盡: 다 헤지다. 慈母: 어머님. 衣: 지어준 못. // 故山: 고향 산천. 苦: 고통. 고향에 가고픈 괴로움. 遼邈: 멀고멀다. 何時: 어느 때. 賦言: (돌아갈) 노래나 노랫말. 歸: 돌아오다. 혹은 돌아가다.

장희구 張喜久(문학박사 / 문학평론가·시조시인)
아호 : 瑞雲·黎明·友堂
한국문인협회 회원 / 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전)한국시조사랑시인협회 국제교류연구소장
조선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문학박사)
남부대학교·북경경무직업대학 교수 역임
조선대·서울교대·공주교대·광주교대 外 출강

저작권자 © 홍천뉴스 / 홍천신문 홍천지역대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