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민간심사위원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화창한 새봄을 맞는 시기가 시작됐다. 학생들은 신학기를 맞고 졸업을 한 학생들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학교생활을 끝내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시기다. 농부는 씨앗 뿌릴 준비를 하고 어부는 그물을 손질한다.

봄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울렁대고 벅찬 마음이 든다. 자연계에서 사계절이 뚜렷한 온대지방의 절기는 봄에서부터 시작해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또 다시 봄이 계속된다. 자연은 이렇게 순리적으로 이어지지만 인간을 계절에 비유한다면 봄은 청춘이다. 즉 어버이로부터 이 세상에 태어나서 20세까지를 봄으로 보고 21세부터 40세까지를 여름 41세부터 60세까지는 가을이다. 그 후 61세부터 80세까지가 겨울에 해당된다.

물론 억지로 붙인 비교지만 대략 그렇다는 얘기다. 어쨌든 인생의 겨울은 80세 이상이고 그 이상의 반복 즉 봄은 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인생의 봄인 20세까지는 어떤가. 그야말로 인생의 꽃이 피기 전 꽃봉오리에 해당된다. 향기를 듬뿍 품되 밖으로 내뿜지 않고 아름다움을 가득 가졌음에도 활짝 보여주지 않는다.

꿈과 희망이 하늘에 닿고 온통 세상이 내 것으로 여겨지는 때가 인생의 봄이다. 태어나서 12년 동안 배우고(유치원 빼고) 대학을 가든가 취업을 하는 나이가 20세 전후다. 물론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인 군복무에 들어가는 시기도 바로 이때다. 무서운 것도 없고 다만 그리움과 외로움이 서리는 시기다. 사랑의 열정에 빠질 수도 있는 위험의 20세 때의 나이다.

그 후 40세까지는 의무와 권리를 찾아 헤매는 시기다. 대학(또는 대학원)을 졸업하고 새내기 직장인이 되든가 아니면 자영업 내지 전문직에 종사해 한창 일 할 때다. 이때 결혼도 하고 자녀도 두고 한 가정을 이루는 시기다. 직장에서는 승진도 하고 자영업자는 자리매김도 끝나고 차근차근 사업이 기초를 지나 본격적으로 이뤄질 때다.

41세부터 60세까지는 인생의 황금기이다. 자녀들이 학업을 마치고 취업하고 결혼할 때로 가정은 안정되고 평생직장에서 대부분 퇴직을 하고 은퇴의 안락한 생활로 접어드는 시기이다. 자영업자는 경제적 여유로움에서 직원을 두고 사업하고 퇴직을 안 한 샐러리맨들은 높은 자리에 오르고 경영진에서 활약할 나이다. 공직자는 직장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60세를 전후로 퇴직한다. 큰 회사의 임원은 별도이겠지만 대학교수도 65세면 퇴직이다.

특히 금융기관은 더 일찍 퇴직한다. 요즘의 규정에 시중은행은 62세까지 근무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57~8세면 명예퇴직을 한다. 밑에서 올라오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명퇴하지 않고 자리에 연연하다보면 모양새가 좋지 않다하여 한직에 배치되기 쉽고 또 뭇 후배직원들의 눈치 보기가 매우 힘들어 견디기 어렵다고 한다. 말로는 명예퇴직이지만 쫓겨나는 신세다(물론 명퇴금은 받는다).

인생의 겨울인 60세에서 80세 이상은 어떤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퇴직 후는 건강과 재력과 주변의 인맥 등등 지금까지 살아왔던 60년간의 파란만장한 인생의 드라마가 재상영되는 시기다. 가령 현재의 나이가 70~80세라고 가정해본다면 강산이 7~8번 바뀌는 동안 4계절을 나이와 똑같이 겪은 셈이다. 봄만 해도 80여 번이나 경험해본 계절이다. 그런 계절 봄이 온 것이다.

지난겨울은 너무 따뜻해서 우리지역을 통과하는 화양강(홍천강)이 제대로 얼지 않은 유일한 해다. 겨울은 겨울답게 추워야 그 다음해 봄이 더욱 그리운 법인데 겨울이 춥지 않았으니 봄 또한 봄맛이 덜할 것 같다. 그러나 봄은 봄이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다. 겨울을 대비해서 지난가을 잔뜩 움츠렸던 대지에 봄볕이 쪼인다. 양지쪽에는 민들레꽃이 피고 돌담 울타리에는 개나리가 꽃봉오리를 만든다. 보리밭에는 달래와 씀바귀가 자랐다.

우한 폐렴인 코로나19도 한풀 꺾이고 미세먼지도 봄바람에 쫓겨 갔으면 좋겠다. 화창한 봄날을 만끽하며 우리도 변하는 계절 속에서 힘찬 새봄을 맞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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