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5일에 있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이 다가오고 있다. 이번 선거는 일반 국민으로서는 이해가 쉽지 않은 ‘연동형비례대표제’가 적용돼 지역구 국회의원 253명, 비례대표 국회의원 47명을 선출하게 된다. 우리 지역은 2월 17일 현재 선거구가 확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정당의 공천 받기를 희망하는 예비후보자들의 움직임은 분주하다.

정당별로 국회의원 선거에 입후보하고자 공천받기를 희망하는 예비후보자들의 동분서주 못지않게 바쁜 사람들이 또 있다. 홍천군의회 홍천 가선거구 보궐선거가 국회의원 선거일과 같은 날 치러지게 됨에 따라 홍천군의회에 입성하고자 하는 예비후보자들이 출사표를 던지고 소속 정당의 공천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당에는 각종 선거 때마다 후보자들을 공천하기 위한 기구가 마련되고 이를 통해 경쟁력 있는 후보자들을 공천하기 위해 철저한 검증을 한다. 정당마다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의 정당에서는 회비를 내는 진성 당원의 여론 조사와 일반 국민의 여론조사 결과를 일정 비율로 반영하여 최종 후보자를 결정하기도 하지만 지역 당원협의회장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국회의원이 있는 선거구 정당의 당원협의회장은 국회의원이 맡고 있으며 국회의원이 없는 원외 정당의 선거구 당원협의회장은 국회의원 선거에 입후보했거나 할 사람이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원협의회장은 공천권이라고 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된다. 공천을 받아 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갑’이다.

나이와 사회적 경륜이야 어찌 되었든 ‘갑’이 요구하는 것을 들어줘야 하는 것이 ‘을’의 입장이다. 그러다 보니 웃지 못 할 촌극이 벌어지기도 한다.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이 젊은 ‘갑’에게 굽신거리며 비위를 맞춰줘야 한다. 자신보다 높은 지위의 직책을 ‘염감’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는데 어르신이 젊은 ‘갑’에게 영감님이라고 치켜세우며 수행을 하기도 한다.

군의원을 지내신 원로 분의 말씀에 의하면 “잠을 자다가도 공천권을 가진 젊은 당원협의회장의 호출을 받으면 버선발로 달려 나가야 했다”고 푸념을 털어놓기도 했다. 요즘 군대보다 더 군기가 확실한 집단이 정치인들이 속한 정당인 것 같다. 공천권이라는 강력한 권한을 가진 ‘슈퍼 갑’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당의 공천을 받아 출마한 정치인은 당선이 되더라도 자신의 정책이나 소신에 의해 행정이나 의정활동을 할 수 없다. 정당의 눈 밖에 나면 다음 선거에서 공천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자치단체장의 경우 당선자의 소속 정당이 추구하는 정강 정책이나 방향에 따른 행정을 추진해야 한다. 따라서 선거 때마다 당선자의 정당이 바뀔 경우 지속성의 유지가 어렵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 정치 체제는 복수의 정당으로 다당제를 유지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는 풀뿌리 민주주의로 말 그대로 가장 작은 규모의 지방자치단체다. 그러나 특정 정당의 공천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결국 공천권을 가진 중앙당에 귀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지역주민의 의사가 제대로 행정에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를 갖게 된다.

대통령중심제의 정치 체제에서 대통령선거, 국회의원 선거, 광역자치단체장이나 광역의원 선거는 정당에 소속된 당원이 공천이라는 과정을 거쳐 출마하고 선거를 치러 당선자를 만들어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기초자치단체마저 정당의 공천을 받아야 하는 것은 공천권을 가진 국회의원들의 기득권 지키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제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기초자치단체 선거에 정당 공천제가 폐지되어야 한다. 즉 군수와 군의회 의원들은 정당의 공천 없이 자유롭게 선거에 출마하도록 해야 한다. 한때 일부 정당에서 기초자치단체의 정당 공천제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었으나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국회의원들의 벽에 막혀 입법화되지 못했다.

최근 검찰개혁이 화제다. 그러나 국회의원들도 개혁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너무 많은 권한이 부여되어 있다. 기회 있을 때마다 권력을 내려놓겠다고 하면서도 막상 국회의원이 되면 권력의 단맛에 빠져 내려놓지 못하고 더 큰 권력을 누리려고 한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 정당별 공약으로 기초자치단체 선거의 정당 공천제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이 나오길 기대한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저작권자 © 홍천뉴스 / 홍천신문 홍천지역대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