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민간심사위원

햇볕이 제법 두텁다. 하긴 설이 지나가고 입춘도 대보름도 지났으니 봄이 가까웠으리라. 이번 겨울은 유난히도 따뜻했다. 우리나라 기상관측 이래 100여 년간 제일 기온이 높은 겨울이었다고 한다. 지난 소한 때 우리지역에 겨울비가 35mm나 와서 화양강(홍천강)에 얼음은커녕 둔치강변의 주차장 벽에 찰랑댈 정도로 물이 늘었었다. 이로써 홍천의 유일한 겨울축제인 인삼송어 꽁꽁축제에도 많은 지장을 주었다. 이 축제를 주최 주관했던 홍천문화재단과 그  외 많은 관계자들의 근심걱정이 얼마나 컸을지 미루어 짐작이 된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는 작든 크든 근심걱정이 따르게 마련이다. 만약 어느 한사람이라도 아무런 크고 작은 근심걱정이 하나도 없다면 그게 바로 근심걱정이 될 것이다. 불교의 극락이나 그리스도교의 천당이나 신의 세계가 아닌 이상 인간의 세상에는 근심걱정이 따르게 돼있다. 이것이 인생이기 때문이다. 근심과 걱정에는 그 유형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재정적으로 궁핍해서 건강에 문제가 있어서 자녀들이 속상하게 해서 부부지간에 불협화음이 생겨서 권력다툼에 끼어서 출세에 너무 집착해서 등등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근심걱정의 원인은 많다. 

근심걱정은 살아가는데 많은 스트레스를 주고 삶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그러나 약간의 근심걱정은(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범위) 생활의 활력소와 긴장감을 주어 오히려 건강에 좋다는 정신과 의사들도 있다. 수년 전 일본에서 있었던 실화다. 남자와 여자가 고아였는데 그들의 소원은 보통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 잘 키워서 떳떳한 삶을 사는 거였다. 두 부부는 열심히 일해서 안정된 가정을 가졌고 재력도 모았다. 아이들도 잘 키워서 미국 유학을 시키고 그곳에 정착을 했다. 이들 부부가 정년퇴직을 하고 자기들의 과거를 돌이켜봤다고 한다. 모든 게 계획대로 됐고 더 바랄게 없게 되자 동반자살로 생을 마쳤다고 한다. 더 바랄게 없으니 즉 꿈과 희망이 없어서 생을 스스로 마감했다는 것은 그 당시 일본 전 국민에게 많은 충격을 줬다는 꽤 오래된 기사내용이다. 

사람은 기계적으로만 살 수가 없다. 잘 나가던 집안도 언제 어떻게 큰 재난이 올 수도 있다. 또 어려운 일만 겹쳐오다가도 좋은 소식이 갑자기 오기도 한다. 운명과 숙명이 뒤바뀌어가며 사람들은 살아가는 것이다. 요즘 국내는 물론 온 세계가 신종 바이러스에 의한 우한(중국의 도시명)폐렴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에 야단들이다. 기하급수적으로 퍼지는 전염병이나 아직 백신도 없어 예방을 철저히 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이 재난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전 세계적인 재앙이다. 

한 사람과 한 가정이 그렇듯이 국가에도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터진다. 우리 주변에는 늘 근심걱정거리가 산적해 있다. 평온하고 잘 나가던 집안도 부부 아이들 부모형제 등에 의해 갑자기 우울한 일들이 올 수가 있다. 근심과 걱정은 대체적으로 두 가지로 분류가 된다. 하나는 자기의 행동거지에 따른 것이고 또 하나는 주변의 상황에서 오는 것들이다. 자기 자신의 부주의 또는 운명적이거나 숙명적인 것은 스스로 일어나게 하는 일들이 있고 또 하나는 외부의 상황에 의거 자기에게 원치 않는 불행이 오는 거다. 교통사고 같은 게 그 예이고 자기 자신의 근심걱정은 자기 몸을 막되게 해서 병마를 불러오는 경우 등이다. 과음을 해서 속에 병이 들게 했다든가 나쁜 습관에 의한 몸가짐 같은 것들이다.

어쨌든 우리에게 근심걱정은 그림자 같이 따라다닌다. 우리가 생을 마감할 때까지 따라붙는 것이다. 여기의 대처는 그 근심걱정을 어떻게 하면 떨쳐버리고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느냐다.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수신제가에 가화만사성이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한다. 많은 일상을 긍정적으로 보고 과욕과 노욕 집착 아집을 버리고 너그러움과 자비와 사랑 배려 이해와 자연에 순응하고 근심걱정이 닥쳐오면 이 또한 시간이 가면 봄눈 녹듯 사라질 것이니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사는 것이 제일일 것 같다.

 

저작권자 © 홍천뉴스 / 홍천신문 홍천지역대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