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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꽃 마을 밖에는 이제 비가 막 개었구나 : 野叟吟 / 운곡 원천석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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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2.04  10: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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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 했다. 농업을 근본으로 한 나라에서 농사짓는 사람은 천하의 근본이란 뜻이다. 그럼에도 조선 사회에서는 농사짓는 자를 서민 혹은 상놈으로 여기는 경향이었다. 사대부들은 서민들이 농사지은 곡식을 축내고 농사짓는 자들을 착취했다. 이러한 때에 농사의 중요성을 강조해 주목된다. 권농사자(勸農使者)는 왜 이리도 늦게 오는지, 먼 숲 가까운 동산은 벌써 한층 푸르기만 하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삽화 : 인당 박민서 화가 제공

野叟吟(야수음) / 운곡 원천석
포곡조는 나무 끝에서 밭 갈라 재촉이고
살구 꽃 핀 마을에는 비 내리다 개는데
동산은 한층 푸르고 권농사자 늦는구나.
布穀催耕啼樹頭 杏花村外雨初收
포곡최경제수두 행화촌외우초수
勸農使者來何晩 遠近林園綠已稠
권농사자래하만 원근림원록이조

살구꽃 마을 밖에는 이제 비가 막 개었구나(野叟吟)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운곡(耘谷) 원천석(元天錫:1330 ~ ? )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포곡조(布穀鳥)는 나무 끝에서 밭 갈라고 어서 재촉하고 / 살구꽃 마을 밖에는 이제 비가 막 개었구나 // 권농사자(勸農使者)는 왜 이리도 늦게 오는지 / 먼 숲 가까운 동산은 벌써 한층 푸르기만 한데]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농부를 읊다]로 번역된다. 농부를 시적 대상자로 생각하여 시를 읊는 경우는 많지만 농부가 직접 시인이 되어 시를 읊은 경우는 많지 않다. 농부 자신이 시를 지을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을 갖춘 자가 많지도 않고, 설령 안다 할지라도 시적 대상자를 찾지 못한다. 곧 시상을 함께할 만한 동호인同好人이 많지 않다.

시인은 선경후정이란 시상을 잘 매만지면서 얼개를 일구어내고 있다. 포곡조布穀鳥는 나무 끝에서 밭을 갈라고 재촉을 하는데 이제 살구꽃 마을 밖에는 봄비가 막 개어 포곡의 뜻을 펼 수 있다는 발상을 했다. 포곡조는 두견과에 속한 철새다. 초여름에 남쪽으로부터 날아오는 여름새로 5월쯤에 날아와서 10월까지 머문데 씨를 뿌려 곡식을 걷는 시기에 우리나라에 머문다 하여 붙인 이름이다.

화자는 이런 좋은 계절에 백성들에게 농사를 권하는 진정한 사자使者가 있어야 할 것이라는 시상을 떠올린다. 권농사자(勸農使者)는 왜 이리도 늦게 오는지 먼 숲 가까운 동산은 벌써 한층 푸르기만 하다는 시통 주머니를 만지고 있다. ‘저승 귀신’란 뜻에 따라 권농사자란 멋진 시어를 일구어냈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포곡조가 재촉하고 마을밖엔 비가 갰네. 권농사자 이리 늦나 동산 한층 푸르다네’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운곡(耘谷) 원천석(元天錫: 1330 ∼ ? )으로 고려 말, 조선 초의 문인이다. 태종 이방원의 스승으로 태종이 오랫동안 정치를 함께 하기를 바라며 스승을 기다리며 앉아있었던 바위를 후세 사람들이 [태종]대라 했고 지금도 치악산 각림사 곁에 있다. 치악산에 은거하며 끝내 출사하지 않았다.

【한자와 어구】

野叟: 농부, 布穀: 뻐꾸기. 催耕: 밭 갈기를 재촉하다. 啼樹頭: 나무에서 어서 재촉하다. 杏花: 살구꽃. 村外: 마을 밖. 雨初收: 비가 처음으로 개다. // 勸農: 농사를 권하다. 使者: 사자. 심부름꾼. 來何晩: 어찌 늦게 오는가. 遠近: 멀고 가까움. 林園: 임원. 동산. 綠已稠: 이미 푸르러 바쁘다.

   
 

장희구 張喜久(문학박사 / 문학평론가·시조시인)
아호 : 瑞雲·黎明·友堂
한국문인협회 회원 / 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전)한국시조사랑시인협회 국제교류연구소장
조선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문학박사)
남부대학교·북경경무직업대학 교수 역임
조선대·서울교대·공주교대·광주교대 外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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