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 [4-012]

이별의 아쉬움은 마음속에 깊이 담아두고 다시 만날 훗날을 기약하기도 한다. 가달인 포은이 일본으로 사신을 떠나더니만, 강남인 중국에도 사신으로 다녔던 모양이다. 정을 담아내면 한 섬일 것이고, 마음을 담아낸다면 두 섬은 충분하게 되었을 것이려니. 이런 정성을 담아 친지를 보내고 떠난 사람을 기다렸을 것이다. 작년에는 서울에서 추석을 만나서 흥겨웠는데, 달빛 아래 누각에서 포옹하며 생황 불고 노래했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삽화 : 인당 박민서 화가 제공

西江贈鄭先生達可奉使江南
(서강증정선생달가봉사강남) / 문정 정사도

작년에 추석에 생황 불고 노래하고
오늘 밤 선창가에 강비만 가득한데
등불에 이별 생각에 수습하기 어렵네.
去年京洛遇中秋      醉擁笙歌月下樓
거년경락우중추      취옹생가월하루
今夜船窓滿江雨      一燈離思浩難收
금야선창만강우      일등리사호난수

한 등불 이별의 생각이 커 수습하기 어렵네(西江贈鄭先生達可奉使江南)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자는 문정(文貞) 정사도(鄭思道:1318~1379)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작년엔 서울에서 추석을 만나서 / 달빛 아래 누각에서 포옹하며 생황 불고 노래했는데 // 오늘 밤은 선창에 강비가 가득하기만 한데 / 한 등불에 이별의 생각이 커서 수습하기 어렵다]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서강에서 강남으로 가는 사신 정몽주 선생에게 주다]로 번역된다. 시제는 ‘강원도 영월을 가로 지른 서강에서 강남으로 가는 사신 정가달에게 주다’는 뜻이나 다른 문헌에는 ‘사명을 받들고 일본국으로 가는 정가달(정몽주의 자)을 보내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어서 보다 분명한 시제 해석이 모호하다. 다만 문정이 포은을 전송한 것만은 분명했던 것 같다.

아는 친우를 멀리 보낸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시인은 이런 점을 생각하면서 시통 주머니를 매만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작년엔 서울에서 추석을 만나서 그대와 정을 나누면서 달빛 아래 누각에서 포옹하며 생황을 불면서 노래했었다는 시상을 들추어내고 있다. 친지와 만남이란 과거를 들추어내면서 시적인 주머니란 선경先景을 그려내고 있다.

화자는 친우와 헤어지는 것에 대한 서운함을 아쉬워하는 모습이 시문 속에 드러난다. 오늘 밤은 선창에 강비가 저렇게 가득하기만 한데, 한 등불에 이별의 생각이 너무 커서 차마 수습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이별의 아쉬움을 ‘수습’이란 시적 이미지가 이 시의 격을 한껏 살리는 원인임을 보이고 있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작년 서울 추석만나 달빛 누각 생황 불고. 선창 강비 가득하고 등불 이별 수습 못해’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문정(文貞) 정사도(鄭思道:1318~ 1379)로 고려 후기의 문신이다. 1336년(충숙왕 복위 5) 문과에 급제했으며, 1341년(충혜왕 복위 2) 권지전교 교감이 되었고 후에 직제학에 올랐던 인물이다. 모친상에 3년간 시묘한 효성에 감탄한 공민왕으로부터 일성군에 봉해지고 밀직부사에 임명되었다.

【한자와 어구】
達可: 포은 정몽주의 자. 去年: 작년. 京洛: 서울. 遇中秋: 중추절을 만나다. 醉擁: 취하고 포옹하다. 笙歌: 생황을 불다. 月下樓: 달빛 누각. // 今夜: 오늘 밤. 船窓: 선창. 滿江雨: 강비가 가득하다. 一燈: 한 등. 離思: 이별의 생각. 浩難收: 넓게 수습하기가 어렵다.

장희구 張喜久(문학박사 / 문학평론가·시조시인)
아호 : 瑞雲·黎明·友堂
한국문인협회 회원 / 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전)한국시조사랑시인협회 국제교류연구소장
조선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문학박사)
남부대학교·북경경무직업대학 교수 역임
조선대·서울교대·공주교대·광주교대 外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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