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태가 사퇴로 끝나지 않고 교육개혁으로 불이 옮겨 붙었다. 대통령은 교육의 공정을 위해 대입 전형에서 정시전형 확대를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교육부장관은 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전형 확대는 물론 고교 서열화의 주범으로 주목받는 자사고나 특목고의 일반고 전환까지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교육현장은 어수선하다.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입장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입시제도의 변화는 4년 전에 예고를 통해 충분히 준비하고 대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나 학부모들은 현재의 제도에 초점을 맞춰 준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입시제도는 학교가 처한 교육환경과 학생들의 진학 유불리에 따라 선호도가 달라진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은 자녀의 대학진학과 의학전문대학원의 진학을 위해 대학총장 표창장, 대학에서의 봉사 및 인턴활동, 장학금 수혜 등의 문제가 집중 조명되었으며 결국 조 전 장관은 중도 사퇴해야 했다. 우리나라는 교육에 매우 관심이 높은 나라다. 뜨거운 교육열이 오늘의 대한민국 성장 동력이기도 하다.

당초 문재인정부에서는 수능시험에서의 절대평가 과목 확대와 수시전형 비율을 줄이고 정시전형의 확대를 계획했었으나 대학 측과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주춤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대학입학 전형이 변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대학입시 전형방법에 따라 고등학교는 물론 중학교와 초등학교까지 교육과정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대학입학 전형에서 수시전형의 제도가 도입된 배경은 공교육의 정상화와 성적 일변도의 평가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적성과 소질을 평가하여 학습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자 함에 있다. 학생의 선발권을 갖고 있는 대학에서도 우수 인재를 발굴하는 기회로 삼고 대학입학사정관을 확보하는 등 발 빠르게 대처해 왔다.

정시전형은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당락을 좌우하고 수시전형은 학교생활기록부의 기재 내용을 중심으로 한 평가가 합격 여부를 좌우한다. 교육환경이 열악한 우리 고장 학생들은 전국 단위의 학생들과 경쟁하는 수능 성적보다 학교 자체의 교과 내신 성적과 비교과 영역 활동 평가의 수시전형을 선호해 왔으며 그 결과 입시에서 유리한 입장에 있었다.

수능 성적을 중심으로 하는 정시와 수시로 구분하여 학생을 선발하는 현재 대학입학 전형은 대학마다 차이는 있지만 종합적으로 보면 정시 24%, 수시 76%로 수시전형이 절대적이다. 수시전형은 다시 다양한 전형으로 분류된다. 교과 내신 성적을 집중 반영하는 전형이 있는가 하면 비교과 영역만 반영하는 전형방법도 있다.

수시전형의 유형에는 농어촌특별전형, 학교장 추천 전형, 리더십 전형, 소외계층 전형 등 같은 대학과 학과라 해도 전형의 유형에 따라 모집 인원, 방법, 내용 등이 각기 다르다. 면접의 종류도 일반면접이 있는가 하면 심층면접이 있다. 학생은 자신에게 유리한 전형방법을 찾아 지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많은 사람들은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분석하고 제도를 바꾸려 한다. 그러나 제도의 변경보다 제도를 제대로 운영하고 지키려는 태도나 자세가 필요하다. 새로운 제도가 만들어져도 이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거나 지켜지지 않으면 또 다른 제도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혜와 불공정의 문제가 정시확대로 해결될지는 의문이다.

오늘날 우리나라 대학입시 문제는 정시와 수시의 비율이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수많은 예산을 들여 전국적으로 치러지는 수능시험의 무용론이 문제다. 수시에서 수능시험 성적이 일부만 반영되거나 전혀 반영되지 않는 등의 전형이 있다. 반영 과목 수나 비중은 차이가 있더라도 수능 성적이 어떤 형태로든 당락에 반영되어야 한다.

조국 전 장관으로 인해 발생된 교육 불공정의 불똥이 열악한 교육여건 속에서 묵묵히 학업에 정진하고 있는 우리 지역 학생들에게 튀어 진학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된다면 이는 또 다른 불공정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화는 거역할 수 없는 대세다. 변화될 제도에 지혜롭게 대처하려는 학교와 학부모들의 지혜가 필요하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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