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민간심사위원

며칠 전 모 지방지 기사에 “닭갈비는 1960년대 춘천에서 최초 개발한 음식”이란 기사를 봤다. 하지만 닭갈비는 원래 홍천에서부터 시작됐다. 1950년대 말 홍천읍 신장대리 노점에서 드럼통 뚜껑에 장작불을 피우고 그 위에 생닭을 칼로 작게 잘라서 고추장을 발라 구워먹었던 것이 시초다. 다만 그것을 상품화해서 본격적으로 판매한 곳이 춘천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여튼 그렇게 해서 닭갈비는 이 세상에 태어나게 됐다. 요즘 서민음식 중 하나인 닭갈비 하면 의례히 춘천으로 알고들 있지만 사실은 이렇게 그 원조가 홍천임을 밝힌다. 또 한 가지 더 확실한 것은 닭갈비와 같이 먹는 사리와 밥 볶음이다. 국수사리는 먼저부터 있었지만 밥을 볶아먹는 것은 누가 뭐라 해도 홍천이 최초다. 왜냐하면 그 최초의 시행자가 필자네 가족이기 때문이다.

닭갈비를 먹고 국수사리를 넣어 식사 겸 먹었는데 1970년대 말까지 밥을 볶는 것은 없었다(이 내용은 몇 년 전 본 칼럼에 언급한바 있음). 43년 전쯤 신장대리 옥수닭갈비(당시 사장 강정규)집이 우리집의 단골이었다. 필자의 모친이 생존할 때 6식구가 닭갈비를 즐겨먹었다. 닭갈비를 먹으러 갈 때마다 찬밥을 싸가지고 갔다. 모친이 국수사리를 안 드시기 때문에 찬밥을 가지고 가서 필자와 모친은 밥을 볶아먹고 나머지 식구들은 국수사리를 먹었다.

그때 닭갈비집 주인이 “다음부터는 밥 가져오시지 말아요. 우리집에 찬밥이 있으니까요” 했다. 그 후부터는 밥을 가지고 가지 않았다. 언젠가 역시 닭갈비를 먹고 주인이 주는 밥과 국수사리를 맛있게 볶아먹는데 옆 테이블의 다른 손님들이 “우리도 밥 볶아주세요” 하니까 주인이 “밥은 안 파는데요” 한다. 이걸 본 필자가 주인에게 “밥을 볶아주고 밥값을 받으시면 되잖아요” 했더니 “아참! 그러네요” 했다. 이것이 밥 볶기의 최초다. 우리나라에서 닭갈비를 먹고 밥을 볶아 먹는 최초의 장면이다.

흔히 닭갈비와 막국수가 마치 춘천의 고유 음식인줄 아는데 실은 그 내용이 조금 다르다. 막국수는 춘천뿐 아니라 강원도 전체에 있었던 음식이다. 한국전쟁 전후 즉 1953년경 필자가 횡성의 시골에 있을 때 마을에서 잔치를 하면(전통혼례식) 의례히 메밀막국수가 나왔다. 밀이 오히려 귀했고 메밀이 많이 생산돼 마을 청년들이 메밀국수틀을 차리고 아낙네들이 모여서 한편에선 불을 때고 그 옆에선 국수를 막 눌러 그 자리에서 먹었다.

싸리나무 가지를 껍질을 벗겨내고 젓가락 대신 이용해 후룩후룩 국물을 마셔가며 잔치를 했다. 그 후 미국의 원조물자 중 하나로 밀가루가 많이 퍼지면서 국산 메밀막국수는 자취를 감추고 지금의 막국수가 음식으로 식당에서 판매되고 있다. 물론 원료인 메밀가루(통메밀 포함)는 90% 이상이 중국산이다. 닭갈비는 앞에서도 언급한 바처럼 1950년 후반에 홍천읍 장바닥 변두리에서 드럼통 뚜껑에 구워먹었다.

당시 중고생이었던 필자와 홍운 전상국 작가 외 이은무 시인 등은 구수하게 닭갈비 굽는 것이 먹고 싶었으나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아 침만 흘린 적이 있다. 요즘 막국수는 별미이고 닭갈비는 식사대용 내지 옹골찬 한 끼의 음식문화로 자라잡아 번창하고 있다. 그런데 묘한 것이 하나 있다. 막국수와 닭갈비가 춘천이나 홍천 즉 강원도에서 먹으면 맛이 있지만 그 외의 지역에서는 똑같은 재료와 조리방식으로 해도 홍천이나 춘천에서 먹는 맛이 안 난다고 한다. 묘한 일이다. 아마도 선입관이 작용하는 것도 같다.

홍천에서는 수년 전 춘천의 닭갈비와 차이점을 두기 위해 인삼닭갈비를 개발했으나 별 호응을 못 받고 보통 재래식 고유의 닭갈비가 번창하고 있다. 막국수 또한 수십 군데서 계절과 상관없이 잘되고 있다. 다만 옛날처럼 순수 메밀가루로만 안 하고 감자가루나 밀가루 등의 가루를 섞어서 하기 때문에 옛 그 구수한 맛이 덜나고 있다. 닭갈비는 최초에는 뼈가 있는 대로 사용하다가 한참 후에는 살만 있는 닭갈비와 두 종류를 하다가 지금은 뼈는 아예 없고 순 고기로만 조리를 한다. 닭갈비의 원조가 어디든 간에 고유의 맛을 잃지 말고 사업도 번창하고 손님도 즐겨 찾는 음식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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