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민간심사위원

해마다 가을이 되면 우리고장에는 큰 행사가 있다. 10개 읍·면이 모여 흥겨운 한마당 큰잔치를 열었다. 축제위원회가 주최하고 각 경기연맹과 문화예술단체가 주관해 이런저런 사연으로 힘들었던 한해의 결실 가을을 맞아 흥겹고 알찬 생활체육 및 민속문화 행사가 2일간 갈마곡리 토리숲 일원과 공설운동장에서 개최됐다.

그런데 올해에는 이 문화행사가 없다고 한다. 참으로 허탈하고 아쉽다. 인근 횡성군만 해도 한우축제와 곁들여 각 읍면 체육경기 및 문화행사를 해마다 하는데 우리 군에는 없다니 슬픈 일이다.

홍천의 문화행사는 1970년대 초 당시 성기방 임명군수 시절 홍천같이 큰 군에서 문화행사가 없다고 신설한 것이 한서제였다. 최초에는 지역의 국제클럽인 홍천JC가 주관을 해서 문화행사를 치렀고 이어 군에서 인수받아 몇 회를 치른 후 다시 민간단체로 이관 한서문화제추진위원회가 조직되고 초대회장에 엄경식(당시 군의장 퇴임) 씨가 회장이 된 후 2회의 연임을 했다.

그 후 최재경 회장이 선임돼 무려 3회에 거쳐 한서문화제위원장을 했다. 그 당시 문화부장을 맡았던 필자는 홍천군의 세시풍습과 문화에 대하여 문화원과 협조해 담당을 했으며 사무국장은 현 국회의원인 황영철 사무처장은 이명열 당시 도의원이 맡았다. 물론 운동경기(엘리트와 생활체육 합산)도 읍면 대항전으로 치러져 그야말로 홍천군이 떠나가리만큼 떠들썩했다.

그러던 것이 28회쯤에 한서제를 무궁화축제로 변경하면서 차수도 없어지고 새로이 1회로 시작해 지난해까지 10여회를 이어오다가 그마저도 없어졌다고 한다. 군민의 한사람으로서 매우 섭섭하기가 이를 데 없다. 물론 대체 행사로 인삼축제와 한우축제 찰옥수수축제 겨울 송어축제 산나물축제(2019년 신설)가 있긴 하지만 이 축제들은 상업적 목적이 있는 축제들이고 순수 읍면민이 한마당 되는 축제는 아니다.

역사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 어느 한 지도자의 의지여하로 중단돼서는 안 된다. 역사성이 있는 행사를 폐지하려면 공청회나 설명회 등을 개최해 군민의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 문화를 측정할 때 40년 된 종이 한 장은 자료이고 50년이 넘은 것은 사료라고 한다. 그만큼 역사성을 가졌다는 의미다. 문화제 행사도 그렇다. 4~50여회가 된 체육이나 문화행사는 없애서는 안 된다. 그 개최방법은 변경될 수 있다손 치더라도 그 행사 자체가 소멸돼서는 절대 안 된다.

지방자치의 장은 임기가 4년이다. 그 임기동안에 새로운 것만 시도하다 보면 매번 1회에서 4회가 끝이다. 왜냐하면 그 단체장이 다음에 꼭 되라는 법도 없고 새로이 된 자가 전임자의 치적을 또다시 없애는 일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는 가을만 되면 각급학교에서 운동회가 열렸고 읍·면민 체육대회가 휴전 당해년도에도 열렸다. 초등부와 중등부 고등부 일반부가 학교별로 읍면별로 대회를 치렀다. 초·중·고의 축구대항전은 굉장했다. 육상 마라톤 배구 등등 경기종목도 다양했다.

이런 대회를 하다보면 문제점도 많다. 예를 들면 읍면별 대항전에서 점수가 매겨져야 순위가 결정되는데 여기에 잡음이 심심치 않았다. 운동경기 자체가 과열돼서 싸움질까지 했다. 그러나 곧 화해하곤 했다. 우리 속담에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라는 말이 있다. 불상사가 좀 있더라도 감수하고 체육대회를 겸한 문화제는 반드시 개최되어야 한다. 1년에 한번 각 읍면단위의 전 군민이 모여 화합의 한마당을 치를 때 홍천의 정기는 살아날 것이다.

군정의 특별히 어려운 일(재난 등)이 없는 한 군민이 소통될 수 있다. 큰 잔치를 벌이는 것이 옳다고 본다. 준비과정이 안 됐다면 간소하게라도 그 연속성의 맥을 이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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