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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한 번 청산에 들면 다시는 나오지 않으리다 : 看他日吾蹤跡 / 고운 최치원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 [4-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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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11  09:3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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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원을 ‘불운한 천재’의 대명사라고들 부른다. 일찍이 당나라에 유학해 그곳에서 문명文名을 떨쳐 황소의 난을 제압하기 위해 격황소문을 쓰는 등 기본이 튼튼했다, 그러나 귀국해서는 육두품이라는 신분 제약 때문에 이상과 능력을 펴지 못하고 가야산에 은둔하고 만 지식인이었다, 그의 운둔의 죽음도 미리 예견을 했음을 알게 한다. 스님이여, 청산 좋다 말하지 마오, 산 좋다면 무슨 일로 산 밖으로 자주 나오시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삽화 : 인당 박민서 화가 제공

看他日吾蹤跡(간타일오종적) / 고운 최치원
스님이여 청산 좋다 말하지 마시고
좋으면 무슨 일로 산에서 나오시오
보시오 청산에 들면 나오지 않으리다.
僧呼莫道靑山好     山好何事更出山
승호막도청산호        산호하사갱출산
試看他日吾蹤跡     一入靑山更不還
시간타일오종적        일입청산갱부환

내 한 번 청산에 들면 다시는 나오지 않으리다(看他日吾蹤跡)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857~?)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스님이여, 청산 좋다 말하지 마오 / 산 좋다면 무슨 일로 산 밖으로 자주 나오시나 // (그렇다면) 시험 삼아 후일 내 종적을 보시면 알 것이오 / 내 한 번 청산에 들면 다시는 나오지 않으리다]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후일 내 종적을 보시오]로 번역된다. 후일 새 왕조 조선에 항거하여 72인이 부조현不朝峴이란 고개에서 조복을 벗어던지고 두문동杜門洞에 들어가 새 왕조에 출사하지 않았다. 선현의 불사이군 정신을 생각하게 되고, 두문불출杜門不出의 유래를 생각하게 하는 시문의 진정한 뜻을 생각하게도 한다.

시인이 당나라에 들어가 공부할 때부터 이와 같은 확실한 소신을 가졌을 것이라는 짐작은 미리 알 수 있어 보인다. 시인은 스님이시여 청산이 좋다고 말하지 마오. 만약 산 좋다면 무슨 일로 산 밖으로 자주 나오신 게요. 스님이 산에 들었지만 속세에 자주 나온 모습을 보았던 모양이다. 자주 산을 벗어 나온 스님을 보고 한 말이다.

화자는 위와 같은 스님의 모습을 보고 자신은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자기 의지를 보인다. [그렇다면 시험 삼아 후일 내 종적을 보시면 알 것이오. 한 번 청산에 들면 다시는 나오지 않으리다]라고 말했다. 이런 철학은 시인이 가야산 해인사에 들어가 독실한 자기 사상에 빠져 학문을 닦다가 언제 세상을 떴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을 생각하면 시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겠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청산 좋다 말을 말게 산 밖으로 나오시나. 내 종적을 보면 알걸 청산 들면 못 나오리’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1권 1부 外 참조]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857∼?)으로 통일신라 말기의 학자, 문장가이다. 879년 승무랑 전중시어사 내공봉으로 도통순관의 직위에 올랐으며, 포상으로 비은어대를 받았고 882년 자금어대를 받았다. 17년 동안 머무르며 나은 등의 문인들과 친교를 맺었다.

【한자와 어구】
僧呼: 스님이시여! 호격 조사임. 莫道: 말하지 말라. 靑山好: 청산이 좋다. 山好: 산이 좋다. 何事: 어떤 일로. 更出山: 다시 산에서 나오다. // 試看: 시험 삼아 ~을 보다. 他日: 후일. 吾蹤跡: 내 자취와 흔적. 一入: 한번 들다. 靑山: 청산. 更不還: 다시는 나오지 않다(않겠다).

   

 

 

장희구 張喜久(문학박사 / 문학평론가·시조시인)
아호 : 瑞雲·黎明·友堂
한국문인협회 회원 / 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전)한국시조사랑시인협회 국제교류연구소장
조선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문학박사)
남부대학교·북경경무직업대학 교수 역임
조선대·서울교대·공주교대·광주교대 外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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