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민간위원

보이스피싱은 신종 전화 금융사기다. 우리나라에는 10여 년 전부터 극성을 부리더니 요즘은 그 방법이 교묘하고 고차원적이어서 당하기가 쉽다. 전화사기단 일당은 주로 근거지를 중국이나 동남아에 두고 국내에 거점을 두어 조직과 행동파 등을 이용하여 범행을 저지르고 있다.

몇 년 전 일이다. 집에서 독서를 하고 있는데 핸드폰이 걸려왔다. “여보세요. 거기 OOO씨 전화 맞습니까?” “네 제가 OOO인데요” “선생님께서 외국에서 사용한 카드에 이상이 생겨 그대로 두면 수백만 원의 위약금이 결제될 위기에 있어요. 우선 선불로 백만 원만 송금하면 막을 수 있으니 다음 계좌로 송금하셔야 해요.” 나는 “그런 일이 없는데요”하고 일단은 전화를 끊었다.

기분이 매우 불쾌했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봤다. 해외서 카드사용을 했다면 재작년에 친목계에서 하와이 여행을 간적이 있는데 거기서 카드를 쓴 적이 있다. 부쩍 의심이 갔다. 그러자 한참 후 또 다시 전화가 왔다. 먼저 걸려왔던 자의 목소리였다. 그때까지 보이스피싱이라고는 생각 안했다. 다만 뭔가 착오가 있었겠지 했다. 그 자는 이번에는 좀 더 자세하게 접근을 했다.

그의 말을 요약하면 해외서 쓴 카드가 사기전문가에게 노출돼 미사용분에 엄청난 허위물품대금이 내 통장에서 빠져나가게 된다고 한다. 국제결제 대금이 어쩌구 하면서 어려운 금융용어를 써가면서 지금 바로 수습비 100만 원을 입금하지 않으면 국제경찰로 넘어가 하와이 경찰과 공조해 수만 달러를 변상해야 한다고 했다.

그때 문득 떠오르는 것이 “경찰과 공조”라는 단어였다. ‘아하 요것들이 바로 보이스피싱이구나’ 직감하고 인근의 은행으로 간다는 유인책을 썼다. 집에서 몇 백 미터에 경찰지구대가 있고 은행도 있어 나는 그들에게 “10분 후에 전화를 걸어주면 송금을 하겠노라”고 했다. 그리고 경찰사이버범죄담당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까지의 경과로 보아 틀림없는 범죄조직이니 잡으라”고 했다.

10분쯤 후에 은행창구에서 전화를 걸었다. 그들은 대뜸 받더니 잘 생각했다고 하면서 수습비 100만 원을 OO은행 OOO 계좌에 당장 입금시키란다. 나는 계속 통화를 하면서 경찰관에게 전화 발신지를 추적하라고 했다. 나는 우선 통장이 맞는지 모르니 천원을 입금시키고 맞으면 바로 백만 원을 보낸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전화가 끊어지면서 통화가 불통됐다. 그들이 이쪽의 조치를 눈치챈듯했다. 경찰관들은 그들의 계좌를 확인한 결과 벌써 폐쇄시켰다고 했다. 결국 그들의 소재를 파악도 못하고 싱겁게 끝났다. 그러나 여기까지의 조치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귀감이 된다면 금전피해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보편적으로 사기전화를 받으면 당황하게 된다. 그럴수록 침착하게 상황을 판단해서 전화를 끊어야 한다. 전화를 계속 받으면 그들의 언변과 수단에 말려들기 쉽다. 싼 대출이자로 연기·연체자금 지원 정부저리자금 알선 등등의 수법은 일단 모두 사기라고 알아야 한다. 

지난번에 필자의 지인이 땅을 판다고 정보지와 신문에 광고를 냈더니 땅값을 감정해서 비싸게 팔아줄 테니 감정비용을 선부담하라고 했단다. 먼저 출장비조로 10만 원을 보냈더니 그자들이 땅을 살 사람이 나타나서 땅의 값어치를 올려서 감정서를 작성해 광고액 보다 고액을 받을 수 있게 해줄 테니 감정가 수백만 원을 보내라고 했다. 지인은 내 땅 내가 파는데 뭔 감정을 하느냐며 거절해서 대출로 인한 간접 보이스피싱을 면했다고 한다.

지금의 이 세상은 눈 감으면 코 베어갈 세상이라고 한다. 통장 관리도 잘못하면 큰일 난다. 내 손으로 돈 보내 손해보고 바보가 되는 세상이다. 조심하고 또 조심해서 전화사기단에 걸려들지 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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