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민간위원

이 지구상의 여러 나라 중 사계절을 가진 나라는 온대지방에만 있다. 적도선을 중심으로 북반구와 남반구를 크게 둘로 나눌 때 적도선 부근이 온대지방이다. 그 밖에 남극이나 북극 열대지방으로 분류한다. 우리나라는 북반구의 온대지방에 속한다. 그래서 사계절이 뚜렷하다. 봄이 지나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오고 이어서 곧 겨울이 온다.

그런데 요즘 날씨를 보면 사계절이 점차 희박해지는 것 같다. 지난겨울엔 눈도 많이 오지 않고 별반 추위도 없이 겨울이 가더니 이젠 봄도 별로 없이 바로 여름이 오는 꼴이다. 5월 하순의 날씨가 30°를 넘으니 초여름의 날씨다. 우리나라도 점점 아열대로 변하는가 보다.

하지만 짧더라도 봄은 봄이다. 벌과 나비들이 꽃을 찾아 부지런히 날아들고 부엉이도 뻐꾸기도 운다.  봄에 뻐꾸기 소리를 앉아서 세 번 들으면 그 한 해는 편안하고 서서 들으면 몸이 고달프다고 한다. 필자는 세 번을 다 서서 들었으니 올해는 편안하지가 않을 모양이다. 나비도 그렇다. 첫 봄에 노랑나비를 먼저 보면 좋은 일이 생기고 흰나비를 먼저 보면 상제가 되는 일이 생긴다는 말이 있다.

뭐니 뭐니 해도 봄에는 농민들이 제일 바쁠 때다. 봄에 모든 곡식의 부침을 하지 않으면 가을에 거둘 곡식이 없기 때문이다. 동남아나 열대지방은 겨울이 없기 때문에 벼도 이모작을 하고 계절 곡식이나 봄채소도 없다. 허나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는 봄에 씨앗을 뿌리고 채소도 심어야 한다. 감자나 상추 같은 것을 봄에 심어야 초여름인 하지 때 햇감자를 먹고 상추도 뜯어 먹는다.

요즘 농가에서는 옥수수 등 곡식도 모종을 파는 종묘상들이 많아서 웬만하면 곡식을 씨앗으로 심지 않고 모종을 사다 심는다. 모심기도 5~60여 년 전에 비해 훨씬 쉬어졌다. 대부분 벼농사 짓는 농가에서도 직접 못자리를 만들어 심는 농가보다 마을에서 공동으로 하든지 아니면 아예 모를 키워서 심어까지 주는 대행업자가 많아서 벼농사 짓기가 예전보다 많이 수월해졌다. 모내기 시기도 옛날보다 한 달 쯤이나 빨라져 중부지방인 우리고장은 5월말 전에 거의 다 모내기를 끝낸다.

우리나라 여름 폭염의 정도는 동남아의 더위를 뺨칠 정도다. 우리고장만 해도 지난해에 거의 40°가까이 올라갔으니 말이다. 이런 폭염이 길지는 않아도 며칠 동안은 열대지방 못지않은 기후다. 가을은 단풍의 계절이다. 설악산 대청봉에서부터 시작한 가을단풍은 남녘 지리산까지 한 달 남짓 장관을 이룬다. 온 산이 붉고 노랗다. 기후가 좋아서 말이 살찐다는 가을도 짧아졌다.

긴 여름 짧은 가을이 가면 또다시 겨울이 온다. 신록의 여름이 단풍으로 물들고 그 단풍이 바람에 휘날릴 때면 어느새 겨울이 온다. 강물은 꽁꽁 얼고 칼바람이 분다. 홍천강(화양강)에는 얼음이 얼고 겨울축제가 1월 초순에 개장된다. 긴 겨울이 가면 또다시 봄이 돌아온다.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새봄이라고 한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봄이 왔건만 사람들은 왜 새봄이라고들 할까? 아마도 한번 간 사계절은 한 사람의 인생에서도 다시 오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사계절은 정말 좋은 계절이다. 이처럼 확실하고 뚜렷한 계절을 가진 나라가 이 지구상에 과연 얼마나 있을까. 우리는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좋은 환경 속에 살고 있음을 늘 감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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