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민간위원

창문을 열면 눈부신 햇빛이 방안 가득 들어온다. 그 틈새로 라일락 꽃향기가 살랑바람에 묻어온다. 이달은 계절의 여왕인 5월이다. 모든 꽃들이 피고지고 나뭇잎들은 잎이 활짝 폈다. 옛날 농사철에는 이 달에 갈나무를 꺾어서 논에 넣은 후 모내기를 했다. 화학비료가 부족해서(조선시대엔 아예 없었다) 갈나무 어린 순을 베어 거름으로 썼다.

농민들이 갈나무 꺾기(베기)가 하도 힘들어 하루 품값으로 보통 농사일의 두 배 값인 쌀 한말을 줬다. 요즘 품삯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싼 품값이지만 그 당시(5~60여 년 전)에는 그것이 통상적인 임금이었다. 지금은 쌀 8kg(한말)에 2만 원 내외지만 당시는 돈이 귀해서 품삯도 쌀로 환산해 받았다. 보통 농사일은 쌀 닷 되(반말)이고 갈 꺾는 품값은 곱배기였다. 지금의 농사품값은 보통(평균)이 13만 원 내외이니 그 차이가 얼마인지는 생각해보면 안다.

5~60년대는 농촌이나 도시나 참으로 먹고살기가 궁핍했다. 가난을 머리에 이고 살았다. 우리민족이 한 국가를 이루고 산 역사 내내 가난이 따라다녔다. 지금처럼 먹을 걱정 없었던 때가 과거 역사에는 없었다. 5월은 기후적으로 온화하고 만물이 활개 치는 계절이다. 우리나라처럼 4계절이 뚜렷한 지구의 한가운데 즉 온대지방에 사는 나라들은 모두 5월을 칭송한다.

우리나라에도 5월에는 각종 기념일이 많다. 우선 어린이날이 있고 어버이날 스승의 날 근로자의 날 입양의 날 가정의 날 발명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 이외에도 기념할 날들이 수두룩하다. 모두가 좋은 달이기 때문일 게다. 이렇게 많은 기념일 중에서도 더욱 기념이 되는 날은 어버이날과 어린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같다. 왜냐하면 이 날들은 나와 나의 가정에 대한 날이기 때문이다.

어린이날은 일제강점기 때에 방정환 선생이 주장해서 정한 날이다. 방정환은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캐치프레이즈(표어)로 어린이가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주인공이라 해서 잘 보살펴야 한다면서 어린이헌장을 선포하고 기념해왔다. 어린이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가정의 중심이다. 어린이가 없는 집안은 삭막하다. 웃음이 덜하고 재미도 덜하다.

스승의 날은 또 어떤가. 옛날에는 스승님의 그림자도 밟으면 안 된다고 했다. 그만큼 스승님(선생님)에 대한 존경이 대단했다. 그런데 요즘은 선생님 자신들이(다 그런 건 아니지만) 노동자라고 자칭하면서 본연의 참교육은 제쳐놓고 정치 참여 내지 각종 모임(교육운동)에 참여해 변질돼가는 교원노조가 판을 치고 있는 세상이 아닌가.

교원노조가 창립 당시에는 참으로 신선했다. 교육에 깊숙이 박혀있는 과거의 부조리를 퇴출시키고 참교육을 위해 분연히 일어섰었는데 어느 때부터인지 교원 스스로가 노동자라며 머리에 붉은 띠를 감고 투쟁을 벌일 때(각종 정치집회) 대부분의 국민들은 씁쓸함을 금치 못하고 있다. 그러나 스승은 스승이다. 좋은 스승(선생)이 더 많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내일은 밝을 것이다.

또한 부부는 어떤가. 부부는 하느님의 뜻으로 부부의 연이 맺어져 한 가정을 이루는 거다. 그런데 너무 쉽게 부부가 갈라지는 경우가 많다. 연예인이나 특정인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보통 사람들도 갈라서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성격 탓이란다. 그리고 이혼은 아니더라도 별거나 졸혼 등 가정을 떠나서 사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자녀들 다 키워 세간 내주고 황혼의 쓸쓸함을 스스로 찾아가는 사람들이다.

인간사회에서 사별은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다. 부부가 같은 날 하나가 됐으나 떠나는 것은 한날이 될 수는 없다. 이것도 자연의 이치고 순리다. 5월의 찬란한 볕이 더욱 따사롭게 집안을 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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