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민간위원

사람은 제 멋에 산다고 한다. 남이 뭐라고 하든 자기가 사는 방법대로 산다는 것이다. 요즘 TV방송에 나오는 ‘나는 자연이이다’라는 프로그램이 장수프로그램으로 인기가 높다. 우리가 보편적으로 그들처럼 살지는 못하더라도 대다수 사람들은 제 멋에 산다.

며칠 전 우리나라 대기업 총수가 70세 나이에 사망했다. 요즘 나이로는 한참 살 나이인데 일찍 사망했다고 재계나 정계 등에서 애도를 표했다.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이다. 한때는 재계 4위까지 올랐으나 요즘은 몇 십위로 떨어졌지만 그룹이 수 십 개고 세계적 기업이다.

필자는 중앙일간지 w신문 토요일에 게재되는 김형석 철학박사의 100세 인생의 일기를 빠짐없이 읽고 있다. 문장의 구성이 좋고 내용이 좋아서라기보다 김 교수가 100년 동안 살아오면서 일상적인 생활주변과 자신의 일상을 쓴 내용이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1세기를 살면서 겪은 체험적 얘기를 쉽게 쓰고 있다. 특히 김 교수는 강원도 양구와 인연을 맺고 철학인문학 교실을 열어 매달 지역주민에게 강의를 한다고 한다.

H그룹 총수는 부러울 게 없는 처지인데도 70밖에 못살고 갔다. 왜 그럴까 의문이 생긴다. 물론 김형석 교수는 100세이지만 건강하게 자기의 삶을 멋있게 장식하고 있다. 그 분은 자녀가 다 미국에 있고 서울에는 아무도 없다고 한다. 부인은 오래전에 타계하고 솔로로 살면서 집안일은 가사도우미 한분이 출퇴근하면서 돌봐준다고 한다. 아주 평범한 노학자의 근황이다.

여기에 비하면 H그룹 회장은 외아들이 사장으로 있고 두 딸도 재벌그룹의 책임자들로 있다. 가족경영인 셈이다. 부인도 있다. 물론 작년에 갑질 논란으로 사회적 지탄은 받았지만 온 가족이 다 있는 부족함이 없는 재벌가의 가족이다. 그런데 과연 이들의 삶이 행복했을까 의문이 든다.

사람에게는 각자의 사는 방법이 있다. 필자의 경우 현재는 싱글맨이다. 6년 전 집사람이 떠나고 자녀의 돌봄 속에 지금까지 잘살고 있다. 큰딸은 대전에 막내딸은 서울에 산다. 외아들은 경기도 판교에 산다. 원래는 산본에 살다가 홍천을 오가는데 조금 가까운 데로 이사를 한다면서 작년에 성남시 판교동으로 이사를 했다. 손자들이 학교에 재학 중(큰애 중1, 작은애 초등5년)이고 아들은 역시 경기도 시흥시에 직장이 있어 거리상으로는 30분 출퇴근 거리다. 며느리가 자주 못 온다며 가사도우미 한분을 매주 일요일에 오도록 주선해줘서 벌써 3년째 도움을 받고 있고 이 도우미하시는 분이 알고 보니 필자의 고모할머니의 손자사위 여동생으로 인척(사돈)이 되어 성심으로 집안일을 봐줘서 늘 고맙게 생각한다.  물론 대가는 며느리가 그분에게 매월 일정액을 보낸다고 한다.

1997년 직장을 퇴직하고 근 20년이 넘게 자유로운 몸으로 살아온 셈이다. 생활비는 아들내외가 일정액을 자동이체로 보내주고 집(원룸)에서 세가 좀 나오고 국민연금 및 기타 등 써야 할 만큼은 정기적으로 나오기에 경제적 어려움은 전혀 없지만 정서적으로는 심히 외로울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많은 모임(19개)의 회원들을 만나고 운동도 하고 글도 쓰면서 시간을 보낸다. 이것이 내가 사는 방법이다.

사람들이 사는 방법은 천차만별이다. 어느 것이 옳고 그르다고 말할 수 없고 어느 것이 정도에 어긋난다고 단정하기에는 우리들의 지식과 지성이 한계가 있다. 다만 사람들은 모두 제 방식대로 살아간다. 그것이 곧 나의 삶이고 우리들의 삶이다. 긴 겨울 동안 잠자던 산천초목들이 기지개를 펴고 있다.

새들의 노랫소리는 더욱 생기가 있고 꽃봉오리들이 활짝 피고 있다. 이에 질세라 우리들도 마음과 몸을 새롭게 가다듬고 이 화창한 봄날을 즐겨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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