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섭
홍천소방서 방호구조과 소방장

소방시설은 불필요한 시설이다. 내가 건축주인 소유목적 건물이라면 오작동으로 인하여 시끄럽고 돈만 축내며 미관을 해치는 시설이다. 지금 현재 소방시설의 인식은 이러하다. 만고에 필요 없고 불필요한 시설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운영하는 건물의 소방시설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내가 저 건물을 이용하는 단순 이용객이라면 소방시설은 잘 갖춰줘 있어야 하며, 매우 안전하여야 한다. 또한 만약에 화재가 발생한다면 충분한 피난과 대피가 가능해야 한다.

이런 상반된 시야와 인식의 차이로 인하여 현재 「화재예방, 소방시설·설치 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소방시설법)」에서는 특정소방대상물에 대하여 최소한의 방도로 설치하여야 하는 소방시설의 종류와 기준에 대해 정하여 놓았다.

법에서 정한 최소한의 의무 소방시설은 필히 유지와 항상 사용이 가능한 상태로 관리되어야 한다. 간혹 법에서 정한 의무시설 이상으로 설치하는 경우가 있기도 한다. 소방시설법에서 정하는 소방시설을 설치해 놓았더라도 유지 관리는 필수다.

20년 이상 경과한 건축물의 경우에 화재가 없었다면 건축주 및 이용객은 20년 동안 소방시설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보수라든가 유지가 잘 되어 있지 않을 것이 뻔하다. 전기소방시설의 전선과 수계소화설비의 펌프 및 관로는 사용이 어려울 정도로 노후되어 있을 것이다.

건축주는 20년이 경과하게 되면 건물의 미관과 이용의 편의를 위하여 대부분 리모델링을 선택한다. 이때 소방시설은 거의 기존시설 그대로 방치하거나 오히려 리모델링을 위하여 소방전선과 배관을 훼손·절단 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인테리어 공사업자는 도급 받은 업무에만 집중하여 소방시설은 쉽게 간과하고 처분해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건축물의 소방시설에 대하여 인허가 및 소방특별조사 업무를 10년째 해오고 있다. 리모델링 된 건물에 대하여 소방시설이 불량인 경우를 수없이 보았다. 이는 건물의 수도와 전기가 끊기면 당장 물과 가전제품을 사용할 수 없고, 보일러가 고장난다면 매우 큰 불편을 겪기에 지체없이 수리를 한다. 하지만 소방시설의 경우 고장이 발견되었더라도 큰 불편이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하기에 소방시설은 방치되는 것이다.

또한 일반적인 건물의 식당이나 사무실을 방문하면 언제나 옥내소화전 앞의 공간에는 의자나 적치물이 만연히 비치되어 있다. 소방시설인지 알고는 있으나 다른 공간에 둘 곳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왜 소방시설이 의자나 적치물 보다 뒷전인지 인식에 대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만약을 위해서 존재하는 소방시설은 화재시 매우 유용하며, 삶과 죽음을 판가름하는 절대적인 가외성 시설이다. 화재가 나서 비상벨 작동 울림으로 인하여 사람들은 대피를 하여 목숨을 건진다. 비상벨이 작동하지 않더라도 스프링클러가 작동하게 된다면 화재를 단번에 소화시켜 목숨과 재산을 보전하게 된다.

하지만 경보설비, 소화설비가 둘다 작동하지 않게 된다면 결과는 어떠할까? 17년, 18년에 발생한 제천, 밀양화재는 이 결과를 참담히 말해준다. 1년이 더 지난 지금 이 시점에서도 현재의 인식은 아직은 개발도상국 수준이다. 우리나라와 소방시설의 기준이 흡사한 일본을 보더라도 소방시설은 가장 먼저 보수·관리 되어야 하는 시설이며, 소방체계가 조금은 다른 미국의 소방시설은 절대적인 존재로 관리되고 있다.

앞으로 소방시설의 설치와 유지·관리에 관하여는 우리가 인식을 개선하여 무엇보다도 최우선적으로 유지·보수 될 수 있도록 관리하여야 할 것이다. 당장 나부터 우리 건물, 우리 가게, 우리 점포에는 소방시설이 가장 최상의 상태로 되어 있는지 당장 확인해 봐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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