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민간위원

필자는 20여년이 넘게 자가용 승용차를 몰고 있다. 차량 번호판이 경기도 넘버로 되어 있다. 홍천사람이 경기도 넘버를 달고 다니는 데는 그만한 곡절이 있다. 지금 갖고 있는 승용차(소나타EF)가 며느리 명의의 차기 때문이다. 며느리가 시집올 때 사돈(며느리의 아버지)이 딸에게 사준 것을 며느리가 나에게 줘서 지금껏 몰고 있다. 차량의 소유권이 며느리에게 있는 거다.

처음에 며느리가 차를 준다 하기에 “너의 아버지한테 미안해서 어쩌냐?” 했더니 며느리는 “저희는 더 좋은 차를 가질텐데요” 한다. 자기 차를 나를 주면 며느리는 더 좋은 차를 구입한다는 거다. 아들은 꽤 좋은 차를 타고 다니고 이 차는 며느리가 장보러 갈 때나 타기 때문에 나한테 주고 저희들은 더 좋은 차를 뽑는다는 거다. 하긴 아들네 직장은 매 5년마다 직원에게 새 차를 주고 그동안 타던 차는 반납을 하기 때문에 특별한 돈이 안 들고 일정금액 내에서 새 차 교환이 가능하다고 한다.

며느리 얘기로는 애들(손자들)도 크고 해서 일반 승용차 보다 조금 큰 레저용 차가 필요하다면서 제 차를 나에게 넘겨줬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유지비용(세금 보험 등)도 차주인 며느리가 부담하고 나는 벌금딱지만 안 나오게 안전운전 하란다. 실은 그런 말을 듣고서도 주차위반이나 속도위반 등 몇 번의 과태료가 경기도에 사는 며느리한테로 날아갔다.

이러한 속사정 때문에 나는 지금껏 경기도 번호판을 달고 다닌다. 그래서 항간에는 “저 사람이 세금은 경기도에 내고 차는 홍천에서 끈다”라는 비방의 소리를 심심찮게 들었다. 2004년산으로 세금도 그리 많지 않은데 꼭 꼬집어서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번호판을 홍천으로 하려면 차량소유를 내 앞으로 해야 한다. 며느리 차를 내 것으로 완전히 만들어야 하는데 필자도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 지금까지 그냥 몰고 있는 거다.

자동차 번호판은 그 제도가 여러 번 바뀌었다. 번호판은 숫자가 어려울수록 좋다고 한다. 그래야 혹시 교통법규를 어겼어도 단속자가 얼른 알지 못한다고 하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그런가 하면 번호판의 위력도 있다. 군부대 내에서는 1번은 사단장 차나 군단장이 타고 그 밑으로 줄줄이 이어진다. 특이한 번호판은 인기가 많다고 한다. 그 예로 12345 같은 번호나 그 반대인 번호 등이다.

하여튼 필자는 14년 동안 경기도 번호판의 차를 몰고 있다. 지난번 모단체장 선거에 나왔을 때 지인들이 내가 몰고 있는 차 때문에 주변사람들이 이런저런 말을 한다고 넌지시 알려줬다. 차 번호판을 바꾸라는 뜻이다. 홍천주민이 왜 경기도 차를 모느냐. 세금 몇 푼(지방세) 아끼려고 그러냐는 말이다. 차가 너무 노후해서 몇 십만 원밖에 안 되는 세금을 내지 않는 꼴이 됐다.

따지고 보면 그렇기도 했다. 허나 내 속사정도 모르고 상대편을 깎아 누르려는 상대편의 사람들이 야속하기도 했다. 자동차 번호판을 바꾸려면 몇 만 원의 제작비와 등록비 등만 납부하면 그런 소리를 안 듣겠지만 현시가로 40여만 원 밖에 안 되는 오래된 차를 그것도 며느리가 준 차를 내 이름으로 변경한다는 것은 내 체면이 안서는 것 같다.

차는 지금도 잘 굴러간다. 14년이나 됐지만 8만km밖에 뛰지 않았다. 대개 차 수명을 30년으로 본다면 40%밖에 안 탄 셈이다. 이 차를 다시 새 차로 바꾸어 탄다 해도 나는 경기도 번호든 강원도 번호든 굳이 가리지 않고 소유하고자 한다.

남의 말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싶지 않아서다. 하긴 요즘 번호판은 신형이어서 도나 시 군의 표시가 없고 숫자와 글씨로 나타낸다. 공연히 번호판 때문에 세금부담 어쩌구 하는 얘기는 없을 것 같다. 차의 원적이 번호판에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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