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민간위원

며칠 전 필자의 집에 월세를 살고 있는 사람의 가족이 이사를 왔다. 자녀가 대학을 졸업하고 부산지역에서 선수(역도)생활을 한다고 했다. 여자선수로 실력은 상비군 정도의 대표선수가 아닌가 짐작됐다. 그녀의 이삿짐에서는 수많은 메달과 상장이 나왔다.

입주자가 이삿짐을 다 옮기고 난 후 필자가 청소를 하는 과정에서 일기장과 메모지 몇 장이 떨어진 것을 보았다. 무심코 본 메모지에는 경제적 어려움을 기록하고 있었다. 특히 젊은이로서 써야 할 돈이 있는데 돈이 없어서 고통스러움을 매 문자에 남겼다.

원래 운동은 부잣집 자녀들은 안 한다. 가난하고 형편이 어려운 집 아이들이 특히 많이 한다. 해서 ‘헝그리 정신’이라는 말도 생겼다. 운동에서 우승하면 대개 우승메달이나 우승컵 상장 등을 준다. 이런 것들이 한두 개는 기념으로 좋으나 어느 정도 몇 번 우승하다 보면 짐만 되고 별 볼일 없게 된다.

국제대회(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경기대회 등) 우승을 빼고는 우승의 상징일 뿐 그것들이 배고픔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전국대회나 도대회 OO배 대회 시 금메달이나 은메달을 따도 배는 고프다. 여기서 딴 메달로는 짜장면이나 곰탕 한 그릇도 못 챙겨먹는다.

올림픽이나 아시아경기대회 등에서 국가대표로 우승을 하면 그에 상응한 연금보상을 매월 받는다. 최소한의 생계비는 가능하나 그 이상은 부업(코치 감독 등)을 해야 먹고 산다. 물론 특수한 경우도 있긴 하다.

60~70년대의 프로 복싱이나 씨름 레슬링 등은 대단한 인기와 부를 누렸지만 지금은 사양화됐고 그 대신 야구나 축구 농구 배구 등 단체 프로 경기와 일부 테니스나 골프 등 개인경기의 선수만 여유 있게 생활하지 그 외 대부분은 어렵게 인생의 중·후반기를 살고 있다. 진열장과 벽에 트로피와 메달을 아무리 많이 걸고 진열하면 무엇 하나, 배가 고픈데.

올림픽이나 국제대회가 아니면 메달이나 트로피 보다 상장과 상금(현금이나 전국 사용 상품권)을 듬뿍 주는 게 선수들에겐 훨씬 나은 것이다. 운동선수들은 정적인 면보다 동적인 활동이 많다. 육체를 움직여 경기를 하기 때문에 우선 잘 먹어야 한다. 물론 체중조절 때문에 식사조절에 힘써야 하지만 체급경기가 아닌 선수들은 대단히 잘 먹어야 잘 뛴다.

90년대나 2000년대 초에는 각 재벌그룹이나 중소 대기업에서도 자연스럽게 체육을 발전시키기 위해 선수(단체나 개인)들을 육성시켰는데 2000년대 넘어서부터는 극히 일부 대기업 그룹(그것도 인기 종목)에서만 체육을 장려하고 있다.

예를 들면 야구나 축구 배구 농구 등이고 그 외 비인기 종목은 올림픽이나 아시아경기대회 때만 반짝 지원하고 대부분 오래가지 못한다. 수영 육상 등은 몇몇 기업에서 선수를 두고 후원만 할 뿐이다.
특히 비인기 종목이 국제대회(올림픽)에서 금메달 따기는 극히 힘들다. 우리나라에서 축구나 배구 농구 등에서 아직까지 금메달 은메달은 없다.

예외로 야구가 있긴 하나 야구는 어찌 보면 태평양 연안 일부 국가(미국 일본 쿠바 한국 대만)에서만 성행되지 유럽을 위시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인기가 없다. 개인경기는 특히 역도 태권도 같은 종목은 성공하기가 힘들다.

세계(올림픽 아시아경기대회)에서 금메달을 따야 포상금 몇 천만 원과 매월 연금 2백만 원 내외를 받는다. 지금까지 과연 몇 명이나 이 혜택을 받을까?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웬만큼 잘 하는 선수(열심히 한 선수)는 직장을 알선해서 평생 안정적으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국가나 사회적 차원에서 해줘야 한다. 우승자에게 주는 혜택이 많으면 많을수록 국가의 스포츠는 그만큼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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