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흐르기가 유수와 같다고 한다. 정말 빠르다는 것을 새삼 실감해 본다. 엊그제 무술년 새해를 맞으며 금년에는 모든 일이 술술 풀리면서 만사형통 하는 한 해가 되어 줄 것을 소망했었는데 어느새 한 해를 마무리해서 보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모든 것이 급변하는 세태에 따라 세월도 더 빠르게 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이 세상에 시간만큼 공평한 것도 없다. 잘난 사람이나 못난 사람, 가진 것이 많은 부자이거나 가진 것이 없는 가난한 사람이거나 누구를 막론하고 하루는 24시간이다. 원시시대에도 하루는 24시간이었고 앞으로의 미래시대에도 하루는 24시간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사용하는 형태나 시대상황에 따라 속도의 체감은 각기 다르다. 

2018년은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로 국위를 크게 선양한 한 해였다. 무엇보다 올림픽의 이념인 평화 올림픽을 치러냈다는 점에서 다른 동계올림픽과 차별화가 된다. 동계패럴림픽도 잘 치러 명실상부한 체육입국의 면모를 과시했다. 문제는 동계올림픽 이후의 사후관리 및 프로그램의 지속적인 운영이라는 과제가 우리에게 남겨졌다.  

급변하는 시대상황과 맞물려 남북관계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한반도 화해와 평화의 물결이 흘러넘쳤다. 금단의 벽으로만 알려졌던 남북의 철조망을 남북 정상들이 가볍게 넘나들며 같은 민족으로서의 평화를 노래했다. 불신과 대치를 끝내고 민족공동번영을 위한 물꼬를 트며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발돋움을 한 한 해였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아이스하키의 남북 단일팀 출전, 남북의 예술단이 오고가면서 문화교류가 추진됐고 남북의 이산가족 면회가 성사되었으며 DMZ의 군사분계선 지역에 설치된 분단의 상징 GP가 일부 철거되었다. 뿐만 아니라 남북 철로 연결 사업이 협의되는 등 발 빠르게 교류와 화해가 추진됐다.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미국과 북한 정상들의 만남이 성사됐다. 핵을 개발해 국제사회의 이단아가 됐던 북한 최고 책임자와 온갖 방법을 동원해 북한을 옥죄면서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추진해 왔던 미국의 통치자가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하는 모습이 한반도의 평화를 넘어 인류의 평화무드로 지구촌을 뜨겁게 달궜다. 

금년에는 미투 운동이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 외국에서 시작된 운동이 요원의 불길처럼 확산되었고 마침내 우리나라에서도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학교, 문화, 연예,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동안 가려졌던 진실들이 밝혀지면서 충격을 줬다. 갑질과의 전쟁도 펼쳐지면서 세계시민으로서 선진문화 정착을 위해 안간힘을 쏟은 한 해다. 

금년에는 그동안 수면 아래 있던 사립유치원 운영에 대한 문제로 시끄러웠다. 박용진법으로 불리는 유치원 3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지만 사립유치원 운영에 있어 예산이 투명하게 집행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아에 대한 정부지원금이 아이들을 위해 제대로 쓰여져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한 해를 보내야 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파장 속에서 일자리를 늘리려고 하는 정부의 정책과는 달리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드는 역효과가 나타났다. 청년들의 일자리 역시 창출되지 못해 청년 실업이 여전한 한 해였다. 국가 산업의 발달에 따라 직업교육의 방향이 달라져야 한다는 시사점을 주고 있다. 

금년에는 박항서 열풍이 우리나라를 강타했다. 축구의 변방인 동남아 중 베트남 국가대표축구팀을 지휘하고 있는 박항서 감독은 특유의 리더십을 발휘하며 박항서매직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만큼 기대 이상의 놀라운 성과물을 만들어 냈다. 마침내 동남아 국가의 월드컵이라 불리는 스즈키컵 축구대회에서 우승의 금자탑을 일궈내 절정을 이뤘다.

세월호 사건 이후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 지난 주 강릉의 한 펜션에서 현장체험학습을 온 고3 학생들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수능 이후 고3 학생들의 교육과정 운영과 안전 불감증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좋은 기회가 되길 기대해 보면서 2018년 한 해를 보낸다. 홍천군민 모두 송구영신하길 소망한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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