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학년도 대학입학 수시전형의 결과가 대학별로 속속 발표되고 있는 가운데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의 고등학교 입학을 위한 후기전형 입학원서 접수가 지난주 마감됐다. 우리나라 학제에서 진로는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구분된다. 중학교까지는 의무교육으로 지역을 가리지 않고 모든 학생들이 같은 교육과정 속에서 공부한다.

우리나라의 고등학교는 특수목적고, 마이스터고, 특성화고, 일반계고로 세분화되지만 크게는 직업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특성화고등학교와 상급학교 진학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계고등학교로 구분된다. 입학전형에서는 특성화고등학교가 전기로 학생들을 12월 초에 먼저 모집하고 일반계고등학교는 후기로 12월 중반에 모집하게 되어 있다.

대한민국은 교육으로 흥한 나라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뜨거운 교육열로 기술을 익혀 반도체, 자동차, 선박 등을 만들어 수출로 국민소득을 높여 오늘의 경제력을 확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나라다. 뜨거운 교육열이 치맛바람이라는 왜곡된 상태로 발전해 많은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대한민국 성장에 교육의 성과를 부정할 수는 없다.

OECD 국가 중에서 대학진학률이 우리나라가 매우 높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고등학교 졸업생 중 70% 이상의 학생들이 전문대학을 비롯 4년제 대학에 진학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에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비율이 30% 안팎 정도로 알려지고 있어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이다.

대학진학률을 가지고 어느 것이 좋고 나쁘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자원, 시대상황, 삶의 질이나 문화 등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청년 실업률이나 청소년들의 세태 등을 감안해볼 때 70% 이상의 대학진학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와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학력으로 국민의 의식수준이나 학력수준이 높아진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대학은 학문을 탐구하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많은 학생들이 졸업장을 받기 위해 진학하고 있는 것은 개인으로 봐도 불행한 일이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살펴봐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일반계고등학교의 교실 모습을 살펴보면 교실에 엎드려 있는 학생들이 있다. 예전에는 학교 공부를 불신해 밤에 학원에서 공부하고 낮에는 학교에서 잔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요즘은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학교 교실에 앉아 있어야 하는 일이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학생은 특성화고등학교로 진학하고 싶어도 과거의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학부모가 대학을 못가도 인문계고등학교는 나와야 한다는 생각에 등 떠밀려온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홍천의 고등학교 구조를 보면 특성화고등학교로 강원생활과학고등학교와 홍천농업고등학교 두 개 학교가 있다.

강원생활과학고등학교는 미용과와 보건과로 마이스터고등학교에 버금가는 학교로 중학교 내신 성적이 60% 이내여야 입학이 가능하며 홍천농업고등학교도 창조농업고등학교로 선정돼 국가차원의 지원이 집중되면서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중학교 성적이 하위권인 학생들이 일반계고등학교 교실로 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고등학교 교실의 현상은 더욱 답답하게 만든다. 학업성적이 부진해 따라가지 못하거나 본인이 원하지 않는 학교에 있어 공부를 하지 않는 학생들의 모습까지는 억지로 이해를 한다고 하지만 대학에 진학하기로 결정한 고3 학생들도 공부를 하지 않고 아르바이트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은 참으로 안타깝다.

모두가 대학에 진학하기보다 학업을 계속하기를 원하는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고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조기에 직업교육을 받고 적성에 맞는 일자리에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반계고 정원을 줄이고 특성화고를 늘려야 하며 특성화고의 학과를 더욱 다양하게 개설할 필요가 있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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