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고장에서 공부하는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선택해야 하는 시기가 됐다. 특성화고등학교로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진로는 이미 결정이 됐다. 이제는 후기고등학교인 일반계고등학교 진학에 대한 선택이 남아 있다. 우리고장에는 내면고, 서석고, 홍천고, 홍천여자고등학교가 일반계고등학교로 학생들을 모집한다.

내면과 서석면에는 일반계고등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나름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고 그동안 무수히 많은 지역인재를 육성해 왔다. 그러나 규모가 큰 읍내의 홍천고등학교나 홍천여고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있다. 물론 학교 선택권은 학부모와 학생에게 있다. 하지만 가급적이면 출신지역에 있는 학교에 진학해 부모와 함께 생활하며 공부하기를 권한다. 

가뜩이나 지역의 학생 수가 소규모여서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교에 지역의 학생들이 내 고장 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읍내의 학교로 진학하게 된다면 결국 지역의 학교는 문을 닫아야 하는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지역의 학교는 그 지역 학생들이 안정적으로 학업에 정진할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 힘들고 어렵게 설립된 학교다.

읍내의 학교로 진학하게 되면 기숙사에 입사해서 공부하게 된다. 물론 기숙사는 저렴한 비용에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단체생활로 개인생활이 제한을 받게 되어 있으며 각종 규정을 준수해야 하다. 규정을 지키지 못하는 학생은 부득이하게 기숙사에서 퇴사를 해야 한다. 문제는 이때 생활이 어렵게 된다는 점이다.

필자가 기숙형고등학교의 학교장으로 근무할 때 곤혹스러운 것 중 하나가 읍내가 아닌 면지역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기숙사에서 규정위반으로 강제퇴사를 해야 하는 경우였다. 개인사정을 보면 퇴사를 시켜서는 안 되지만 백여 명이 넘는 학생들이 단체생활을 함에 있어 규정 적용을 차별화할 수는 없다. 

왕성한 성장기에 있는 고등학교 학생들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 규정을 준수하는 선의의 학생이 불편하거나 피해를 봐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기숙사는 하숙집과 다르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기숙사 입사생은 프로그램의 운영에 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관리에 사각지대가 만들어져 학생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다.

강원도에는 소규모학교가 많다. 강원교육희망재단에서는 작은 학교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작은 학교에 대한 단점도 물론 있지만 장점도 많다. 교우관계가 돈독해지고 교사들의 관심과 사랑을 집중적으로 받으며 안정적으로 학업에 정진할 수 있다. 담임교사가 학교 생활기록부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주기도 용이하다.

한 학년의 학생 수가 13명이 되어야 1등급 학생이 존재한다. 학교 내신 성적의 교과성적은 과목별 9등급제로 상대평가로 구분된다. 그러나 학생 수가 적어 상위등급을 받는 학생이 없다면 하위등급을 받는 학생 또한 없다. 즉 누군가 1, 2등급의 상위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또 다른 누군가가 8, 9등급의 하위등급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지역의 면단위 초등학교도 학생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면지역의 중학교 학생 수가 급감하고 있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인구 감소 추세에 따라 근본적으로 학생 수가 부족해 면지역의 학생 수가 감소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지만 내 지역에 중학교가 있음에도 읍내 중학교로 진학시키는 것이 문제다.

학교의 학생 수가 많다고 해서 교육력이 커지는 것은 아니다. 학생 수가 작다고 해서 교육력이 떨어지거나 장차 직장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 불리한 것은 결코 아니다. 교육만큼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도 없지만 공부는 어디서나 자기하기 나름이다. 학습의욕이 얼마나 왕성하냐가 학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이지 학교 규모가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자녀를 많이 낳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귀한 자녀를 더 좋은 교육여건에서 공부시키고 싶은 것은 학부모라면 누구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부모의 욕심 때문에 자칫 자녀의 바른 성장을 저해하는 것은 아닌지 세심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대도시에서는 오히려 소규모 학교를 선호하는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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