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 [2-112]

임진왜란의 영웅은 성웅 이순신 장군이다. 육전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수많은 장군과 열사들이 있었지만 전공戰功을 등에 업는 자는 그리 많지 못했다. 그리고 무기가 열악했기 때문에 승전 보다는 패전이 많았다. 이럴 때 해전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는가 하면, 모함을 받으면서도 자기의 임무에 충실했던 장군이 바로 성웅이시다. 장군은 이제 가셨어도 끼친 공덕 눈에 선하게 뵈고,  지금은 저 만리 한 바다에는 물결만은 조용하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次尹忠簡公韻(차윤충간공운) / 만사 이경의
장군은 가시어도 끼친 공덕 선하고
만 리의 한 바다에 물결만이 조용한데
영웅들 눈물 뿌린 곳 돌비만이 섰구나.
將軍一去颯餘風 鯨海波濤萬里空
장군일거삽여풍 경해파도만리공
幾箇英雄墮淚處 峴山碑在產雲中
기개영웅타루처 현산비재장운중

몇몇 영웅들이 눈물만을 뿌렸던 곳이었는데(次尹忠簡公韻)로 제목을 붙여보는 칠언절구다. 작가는 만사(晩沙) 이경의(李景義:1590~1642)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장군은 가셨어도 끼친 공덕 눈에 선하게 뵈고 / 지금은 저 만리 한 바다에 물결은 조용하구나 // 몇몇 영웅들이 눈물만을 뿌렸던 곳인데 // 현산에 섰는 돌비가 풍토구름 가운데 우뚝 섰구나]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윤충간공의 운을 차운하며]로 번역된다. 윤충간공은 신곡 윤계(尹棨)로 [風 空 中]의 운韻을 빌어 차운한 시다. 본 시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원운을 제시한다. [ 칼을 바라보니 바람이 이는 것 같고 / 아득한 푸른 바다가 하늘에 잠겼구나 / 아깝구나! 그날의 우리 이순신 장군이시여! // 장군의 육중한 몸 큰 나무 저 언덕너머 떨어졌구나]라고 했다. 운자를 빌었던 만큼 시의 흐름이나 내용도 이충무공의 공덕을 칭송하고 원운과 차운의 멋을 부린다.

시인은 장군이 끼친 공덕을 떠올리면서 바다와 연계 짓는 선경의 일구어 내고 있다. 비록 장군은 가시었어도 끼친 공덕만큼은 눈에 선하게 뵈고, 저 만리 한 바다에 물결만은 조용하기기만 하다는 시상을 떠올린다. 충무공의 공은 바다에서 세웠기 때문이겠다.

화자는 충무공뿐만 아니라 같이 전투에 참여했던 영웅들의 돌비를 보면서 후정後情을 한 아름 담아냈다. 몇몇 영웅들이 눈물을 뿌렸던 이곳 현산峴山에 섰는 돌비만이 풍토 구름 가운데 우뚝 서있다는 시상 주머니를 털어냈다. 현산은 울둘목이 저 멀리 한 눈에 보인 해남 현산면이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장군 공덕은 선하고 바다 물결 조용하네, 영웅 물결 뿌렸던 곳 현산 돌비 우뚝 섰네’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만사(晩沙) 이경의(李景義:1590~1642)로 조선 중기의 문신이다. 1616년(광해군 8) 진사가 되었고, 성균관전적을 지냈다. 인조반정을 맞아 공조·형조좌랑, 삼사·시강원·성균관, 홍주목사 등을 두루 역임하였다. 1624년(인조 1) 호패법을 추진할 때 강원도 어사로 그 일을 살폈다.

【한자와 어구】
將軍: 장군. 이순신 장군. 一去: 한번 가다. 颯餘風: 남은 바람소리. 공덕이 선하다. 鯨海: 먼 바다. 波濤: 파도. 萬里空: 만 리에 비어있다. // 幾箇: 몇 사람. 英雄: 영웅들. 墮淚處: 눈물을 뿌렸던 곳. 峴山: 현산. 호복성에 있는 산. 碑在: 비석이 있다. 產雲中: 구름 가운데 섰다.

장희구 張喜久(문학박사 / 문학평론가·시조시인)
아호 : 瑞雲·黎明·友堂
한국문인협회 회원 / 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전)한국시조사랑시인협회 국제교류연구소장
조선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문학박사)
남부대학교·북경경무직업대학 교수 역임
조선대·서울교대·공주교대·광주교대 外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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