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진보정치의 아이콘으로 불리던 노회찬 국회의원이 영면에 들어갔다. 명복을 빈다. 연일 찜통더위의 폭염이 지속되는 가운데 아파트 투신이라는 황당한 비보를 들은 많은 국민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노 의원은 각종 TV토론에 자주 나와 촌철살인의 화법으로 국민들에게 익숙한 정치인 중 한명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진보정치의 기반은 넓지 못하다. 남북으로 조국이 분단된 현실 앞에서 진보성향의 사람들을 종북 좌파 프레임에 가두면서 정치적인 상황과 맞물려 부침을 계속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회찬 의원은 양당정치로 고착화되어 있는 척박한 토양위에서 꿋꿋하게 제3지대를 지키면서 3선 국회의원으로 활동해 왔다.

진보정치의 생명은 깨끗함에 있다. 정치인들의 각종 부정과 부패에 연루된 모습을 보며 식상해 있는 국민들은 노동자와 약자의 편에서 고통을 함께하며 입장을 대변하는 그들에게 격려와 찬사를 보내왔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정당지지도가 10% 대가 된다는 것이 국민들 관심의 정도를 잘 입증해 준다.

노회찬 의원은 대통령선거에서 인터넷 댓글로 문제가 된 드루킹 사건과 관련돼 조사 중이었다. 드루킹 사건은 현재 특별검사가 임명돼 수사본부를 차리고 강도 높은 조사를 하고 있다. 조사는 현재진행형으로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다만 노회찬 의원이 관련이 있다는 의혹 정도가 언론의 보도를 탔다.

유서에 의하면 노회찬 의원은 4천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것으로 되어 있으며 어떤 대가성도 없다고 했다. 그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갈등이 있었을지 충분히 헤아려진다. 다른 정치인 같았으면 가볍게 치부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당원들과 국민들에게 죽음이라고 하는 최악의 방법을 선택해 사죄했다.

언론매체에서는 진보정치의 큰 별이 사라졌다며 노회찬 의원의 의정활동이나 노동운동 당시의 활동상을 영상으로 내보내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덩달아 진보정당인 정의당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노 의원의 유서대로 자신은 멈추지만 당은 앞으로 나아가는데 있어 큰 탄력을 받는 계기가 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 있다. 자칫 자살이 인간의 삶 속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평가되는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된다. 노무현 대통령도 검찰조사 이후 자살로 생을 마감해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준바 있다. 노회찬 의원의 드루킹 관련 연루 의혹은 이제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됐다. 특검에게도 조사에 영향이 미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과 속상함 그리고 슬픔 때문인지 모르지만 지난주 내내 그가 잘못 선택한 자살이라고 하는 점에 대한 지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제 그를 떠나보낸 만큼 앞으로는 우리사회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자살이 없어지도록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유명 정치인, 유명 운동선수, 유명 연예인 등의 자살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어떤 이유로도 자살은 안 된다. 종교적인 이유를 떠나 자살은 죄악이다.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면 누구에게나 주어진 삶이 있다. 힘들고 어려운 역경이라도 견뎌내며 살아야 한다. 삶에는 기복이 있게 마련이어서 힘든 날이 있으면 즐겁고 행복한 날도 있다. 세상에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완벽한 사람은 없다. 왜냐하면 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인들의 자살은 물론 청소년들의 자살도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가뜩이나 인구 절벽의 시대에 청소년들의 자살은 나라의 미래와도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이번 노회찬 의원의 안타까운 영면을 계기로 자살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확산되길 기대한다.

현대인들은 인공지능의 4차 혁명시대를 살고 있다. 과학의 발달은 인간 세상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생명연장은 물론 생활의 편리함이 상상을 초월한다. 인간의 삶은 충분히 살만한 가치가 있다. 자살을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 용기를 삶에 대한 희망으로 바꾸면 어려움은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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