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식
시인, 홍천문화원 부원장, 국가기록원민간위원
한국의 운명과 직결된 북미정상 즉 김정은과 트럼프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12일 끝났고 13일 지방선거도 끝났다.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 생업에 종사하고 들뜨고 부풀었던 감정을 억누르고 평상의 생활을 누려야 할 때다.

올 정초부터 어수선했던 정가와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 남북관계의 급변한 상황 등 숨고를 새 없던 상반기였다. 특히 북미회담은 정말 중요한 국제간의 큰 문제이고 정작 당사자인 우리는(휴전 당시처럼) 들러리도 못 선 상황이었다. 싱가포르 회담장에는 온통 성조기와 인공기뿐이고 태극기는 눈을 씻고 찾아볼래야 볼 수 없었다. 참으로 자존심 구기는 일이다.

이번 회담 내용도 그렇다. 내용이 맹탕이고 속 빈 강정이다. 상징적이고 의례적이다. 과거의 6자회담 때나 그 외 북미 간 회담 때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심지어 사설이나 토론자들의 의견을 빌리자면 그 때만도 못한 내용이란다. 특히 우리가 그처럼 바랐던 완전한 CVID(비핵화)는 한구절도 없고 다만 지난번 판문점 선언대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로 끝났다.

기획된 세계적 쇼 한마당을 본 것 같다. 주인공은 트럼프와 김정은 위원장이고 기자들 수천 명은 관객들이다. 우리는 관객 뒤에 서있던 불청객 구경꾼 밖에 안 된 신세다. 결국 알맹이 없는 회담의 포괄적인 내용이다. 긴 가뭄(대화의 기다림) 끝에 단비를 기다렸으나 천둥번개만 요란했지 결국 비도 오지 않았다. 이러다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자연스럽게 인정되고 우리는 늘 아슬아슬한 핵 위협 속에 살아야 할 운명이 될 것 같다.

이참에 우리도 슬슬 핵을 가져야(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래야 일본도 독도 얘기를 못 꺼내고 중국도 우리를 얕잡아보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끝까지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그에 상응하는 대책을 미리미리 세워놔야 5,100만의 목숨이 안전할 것이다. 북미회담은 일단 끝났다. 이제는 후속조치가 잘 돼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북미 간 최고 수뇌부가 합의한 공동선언문 그 이상을 넘어설 수 없고 그 테두리 안에서 조정될 일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제 국내문제로 지방선거 후에 나라 안정과 우리고장의 일들이다. 북미회담에 가려 흥행은 안됐지만 나름대로 선거후보 당사자들과 그 외 관련자들은 많은 노고를 겪었다. 당선결과로 희비가 엇갈리지만 당선자는 초심을 잊지 말아야 하고 낙선인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신을 점검해야 할 것이다.

유권자들의 입장도 있다. 내가 투표한 자가 당선이 됐을 수도 있고 낙선이 됐을 수도 있다. 거리에서 만난다면 모두 좋은 마음으로 서로 격려를 해줘야 할 것이다. 그것이 민주시민의 바람직한 일이고 지식인으로서의 도리라 하겠다. 모든 것을 훌훌 털고 일상으로 돌아가 생업에 종사해야 하겠다.

선거란 참 미묘해서 부부간에도 형제자매간에도 부자간에도 그 의사가 다 다를 수 있다. 한편 자신도 어느 정도 굳게 마음먹기(마음에 정한) 전에는 투표장(기표서 천막 안)에 가서 찍을 당시까지도 망설일 때가 있다. 지지성향이 서로 다른 유권자들의 속마음은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다. 선거기간동안 서로 상대가 됐던 사람들도 선거가 끝나면 모두 어우러져 하나가 돼야 한다. 특히 이 좁은 지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어쨌든 선거는 끝났고 당선인도 확정됐다. 당선인에게는 축하를 보내고 낙선자에게는 위로를 전한다. 당선자는 모두가 다 나를 찍어서 당선됐고 낙선자는 모두가 나를 안 찍어서 낙선됐다고 생각하면 좀 위안이 될 것이다. 북미회담도 그 내용 여하를 떠나서 최고위급(정상 간) 회담이 끝났다. 올 상반기동안 급박했던 대내외적으로 큼직한 행사가 끝났다. 이제 유월의 싱그러운 녹음 앞에 심신의 고단함을 풀어 놓고 행복하고 여유로운 일상을 맞이해야 하겠다.

저작권자 © 홍천뉴스 / 홍천신문 홍천지역대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