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산하가 연록색의 물결을 이룬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나뭇가지에 물오름이 시작됐고 또 새로운 일 년을 보낼 희망의 싹을 틔워내고 있다. 그러는 사이 꽃피는 4월이 가고 5월이 성큼 다가왔다. 5월은 계절의 여왕답게 부르는 명칭도 다양하다. 청소년의 달, 가정의 달, 행사의 달 등이다. 일 년 중 행사가 가장 많이 집중돼 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이 있어 가정의 달이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푸른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정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농경사회의 가부장적 가정에서 가족 구성원 개개인이 중심이 되는 인공지능시대의 콩가루 가정으로 급변해 있는 것이 오늘날 가정의 모습이다.

가정은 1차적인 사회집단이다. 부모와 형제가 함께 살아가며 끈끈한 가족애를 바탕으로 희로애락을 공유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 가정이다. 가정은 이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안식처이어야 한다. 바쁜 하루의 일과로 지친 심신을 재충전해 주는 포근한 정과 사랑이 넘치는 곳이어야 한다.

농경사회에서 산업화를 거쳐 지식정보화의 인공지능시대로 발전하면서 이러한 가정이 파괴되어 가고 있어 안타깝다. 산업사회에 나온 가정의 모습은 핵가족이었다. 농경사회에서 할아버지와 3대가 살던 모습에서 부모와 자식의 2대로 분화된 것을 핵가족이라고 불렀으나 현대의 모습은 여기서 더 진화되어 1인 세대가 늘어나고 있다.

혼술, 혼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1인 세대가 증가 추세에 있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누구와 힘을 합칠 필요도 없고, 누구에게 양보를 하거나 배려를 할 필요가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무인도에서 로빈슨 크루소가 살던 삶의 형태가 현대사회의 삶 속에서 고스란히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학교 교과서에서 인간은 사회적 존재라고 배웠다. 사회는 여러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여러 사람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협동하고, 양보하고, 규정을 지켜야 하고 남에게 배려를 하기도 하는 것이 사회성이다. 하지만 이제 1인 세대가 되면서 혼자 놀기가 가능해졌고, 혼자 살기가 쉬워졌다.

인간 삶의 기본이 되는 가정에서부터 이러한 생활습관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이 직장이나 사회생활을 함에 있어 사회성을 발휘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가뜩이나 이기적인 개인주의가 판을 치는 행태 속에서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건전한 사회생활은 더욱 어렵게 됐다. 1인 세대를 극복하기 위한 대대적인 연구와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부모와 자식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가정에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아버지는 일을 해서 경제력을 확보하고 어머니는 집에서 살림을 하며 자녀를 키우는 시대가 아니다. 이제는 어머니들도 모두 일을 갖고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따라서 한 가정임에도 식사 한번 같이하는 시간을 만들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특히 자녀가 학교에 다니게 되면 가족 구성원이 따로따로 생활해야 하는 것이 더욱 심화된다. 부모님은 눈뜨기가 무섭게 일터로 향하고 자녀는 아침 식사를 마치자마자 학교로 직행하기 바쁘다. 일과가 마무리되고 가정으로 돌아오는 시간도 제각각이다. 구조적으로 부모와 자녀가 함께 식사하기가 어렵게 되어 있다.

가족의 구성원으로 한집에서 생활하고 있음에도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로서 구성원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으며 자녀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구조다.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세상에서 가장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것은 가정이다. 따라서 가족 구성원이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바쁘겠지만 만들어야 한다.

가정의 달 5월이다. 푸름이 더해 가는 계절을 맞아 여유를 갖고 가정의 의미를 재조명하며 가족 단위의 다양한 이벤트를 만들어야 한다. 대화하는 시간 만들기를 위해 식사하기, 여행하기, 단체로 문화예술 활동 즐기기 등 진한 가족애를 만들고 나누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바쁘겠지만 가족의 행복한 삶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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