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식
시인, 홍천문화원 부원장, 국가기록원민간위원

우리는 일상을 살아가면서 대소사의 가정의례와 사회적 의전문화를 겪게 된다. 직접 당사자가 되기도 하고 단순참여자로서 의전이나 의례에 임하기도 한다. 지난달 우리고장의 인물인 한서 남궁억 선생의 추모제와 춘천 가정리에서 있었던 의암 유인석 의병장에 대한 도 단위 추모행사가 있었다.

이 두 곳에서 행했던 제례의전 중 분양에 앞서 헌화를 하는데 꽃송이가 어느 쪽으로 가야 바른 것이냐에 대하여 참석자들의 작은 논의가 있었다. 올바른 것은 꽃송이가 단상(동상이나 제단 쪽)을 향해야 한다고 필자가 주장한 게 맞았다.

또한 분향 시 향을 향합에서 세 번 집어 세 번을 향로에 넣는 게 옳고 한번 집어 세 번에 나누어 향로에 넣는 것은 정성이 덜 하다고 한다. 또 어떤 분향자는 한번 집어 한번 향로에 넣고 한번 절하고 자리를 뜨는데 그건 옳지 않은 의례다. 처음 단상에 섰을 때 약간의 목례를 하고 향을 세 번 집어 세 번에 넣는 것이다. 그리고 세 걸음 뒤로 가서 두 번 절하고 단상을 떠나면 된다.

절을 할 때도 모자를 쓰고 제복이나 운동복을 입었다면 거수경례를 하고 평상복에 모자를 썼다면 모자를 벗어 왼쪽 겨드랑이에 끼고 오른손을 왼쪽 가슴(심장 쪽)에 대고 국기나 단상을 향하면 된다. 물론 모자도 안 쓰고 평상복이나 예복을 입었다면 왼쪽 가슴에 손을 얹는 형태면 된다. 그런데 모자를 쓴 채로 허리를 굽혀 배례하고 향불을 피우면 가관일 수밖에 없다. 예절에는 정성이 들어야 한다. 어차피 우리는 형식에 얽매여 살고 있다. 그 형식이 곧 예절이기도 하다.

우리는 평생을 살아가면서 의전에 참여하게 될 경우가 있다. 가정의례는 한 집안의 행사이지만 사회적 의전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행하는 의전이다. 가능한 의전예절에 따르는 것이 좋다. 특히 요즘은 영상물이나 언론 매체를 통하여 잘못 전해지는 예절도 참 많다.

앞에서 기술했지만 헌화만 해도 그렇다. 꽃송이가 단상을 향하는 게 맞음에도 불구하고 그 반대로 꽃송이가 헌화자 쪽으로 오고 꽃줄기(대궁)가 단상의 제단 쪽으로 굳이 놓는 장면을 우리는 TV에서나 장례예식장에서 자주 본다. 이것은 틀린 헌화법이다. 어떤 지인은 이렇게 말한다. “맨 처음에 헌화한 사람을 쫓아 놓게 되니 처음 헌화자가 바르게 놓아야 한다.” 이 지인의 말이 맞는 것도 같으나 실은 아니다.

재언하지만 분향할 때 처음에는 절을 안 하고 향을 피우고 나서는 두 번 절한다. 그리고 계단을 내려와서 내·외빈께 가볍게 목례를 하고 제자리에 착석하면 된다. 의례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큰절하는 법인데 큰절할 때는 두 손 중 왼손이 오른손에 2~3cm정도 겹치도록 하는 게 원칙이고 신하가 임금에게 절할 때에는 양손을 2~30cm쯤 벌리고 하는 예도 있으나 지금은 왕정시대가 아닌 만큼 이는 없어졌다고 한다.

대신 흔하게 하는 악수하는 법이다. 요새는 거리만 나가면 허리를 90°로 굽히고 악수를 청하고 명함을 주는 선거 후보자들이 참 많다. 여기에도 기본예절이 있다. 악수는 나이가 많은 자가 나이 적은 자(또는 지위가 높은 자)에게 손을 먼저 내민다. 그러면 그 상대는 공손히 손을 내밀어 상대의 손을 살며시 쥐고 약하게 2~3번 상하로 흔들고 놓는다. 

이때 악수를 청한 자든 받는 자든 공히 상대방의 눈을 잠시라도 마주친 후 말과 행동을 해야 한다. 악수 당사자와 악수를 하면서 시선을 옆 사람에게 돌리는 자들이 있는데 이건 큰 실례다. 정성껏 하는 악수는 신뢰를 얻고 품위를 지킨다. 가정의례나 사회적 의전이 다 그렇다. 잘못했다고 뺨 맞는 것도 아닌데 뭘 그리 따지느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기왕이면 아름다운 전통의례를 지키며 사는 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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