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식
시인, 홍천문화원 부원장, 국가기록원민간위원
문화재란 우리 조상들의 얼이 스며있는 건축물이나 생활도구 서적 같은 것들이다. 대개 수백 년 내지 몇 천 년 된 것들도 있다. 반면에 기간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보전가치가 있다고 하는 것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영구 보전한다. 근대문화재라고 해서 대략 50여 년 전후의 건축물 등이 해당된다.

이에 대한 국가보존기관으로는 국립박물관과 역사박물관이 있다. 이들은 국가 직영이 있고 개인이나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운영한다. 강원도만 하더라도 영월군 같은 데는 35개의 박물관이 있다. 춘천과 강릉 양구 인제 등등의 지역에도 박물관이 모두 있는데 홍천은 고작 향토사료박물관이 있을 뿐이다. 군립 박물관이 하루 속히 세워져야 한다.

홍천에도 역사적 가치가 있는 문화재들이 있다. 문화재 하면 떠오르는 것이 우선 동면 덕치리 소재 수타사다. 수타사에는 사천왕과 월인석보 청기와 탱화 어북 등이 있다. 그밖에도 대적광전비로자나불 삼층석탑 옥수암 목조 관세음보살좌상 지장시왕도 대적광전 영산회상도 등 모두가 귀중한 문화재들이다.

다음은 내촌면 서곡리의 쌍계사다. 조선시대 때 전쟁으로 인해 불타 없어지고 지금은 주춧돌과 몇 가지의 사적자료들이 남아 있다. 쌍계사의 절터를 보면 그 규모가 상당히 컸다고 한다. 지금 있는 쌍계사는 수년전에 세워진 절로 문화적 가치가 별로 없는 신생 절이다. 다만 이름만 쌍계사로 지어 그 맥을 잇고 있다고 하겠다.

그리고 홍천읍 와동리에 대광사란 절이 있었으나 지금은 폐사됐다. 이 절에 대한 역사는 알 수가 없고(전문가 연구가 요구됨) 지금은 그 절터에 외부인이 가옥을 지어 살고 있다. 위의 절은 모두 초등학교 지리부도에 표시된 홍천의 절들이다.

최근엔 홍천읍 희망리의 당간지주가 원래의 위치라는 확고한 증거가 학계에 의거 확인됐다. 이는 지금까지 고려시대의 것이라 했고 확실한 년도를 몰랐으나 이번 문화재 관계처에서 대규모 발굴 작업 결과 고려시대가 아닌 통일신라시대란 것이 밝혀졌으며 다른 곳에서 이전된 것이 아니라 당초의 자리란 것도 동시에 확인됐다. 이번 발굴은 연봉리와 희망리를 잇는 교량 연희교를 놓기 위한 문화재 기초조사에서 밝혀진 것이다.

구 군청(희망5리 소재)은 근대건축물로 지정된 보호건물이다. 이 건물은 6.25 한국전쟁 후 전국의 지방자치 건물을 지을 때 그 모양이 전국적으로 같게 설계됐다. 그 후 지자체가 건물을 헐고 그 자리에 신축함으로써 모두 철거됐으나 홍천군청은 현재의 군청자리로 옮기고 이 건물은 10년 정도 홍천읍사무소로 사용하다가 지금은 미술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이 한 것으로 아주 잘한 일 중에 하나다. 이 건물은 서구식 이층 건물로 목조 시멘트 벽돌조 와가로 신축됐으나 후에 리모델링할 때 당초 마룻바닥인 나무를 시멘트로 교체했다. 신축이 1956년도이므로 지금부터 62년이 된 건물이다.

홍천시내에는 홍천향교와 천주교회(성당)를 빼고는 60년 이상 된 건물이 없다. 2016년에 철거된 신장대리 구 홍천문화관이 65년 된 유일한 건물이었으나 누수가 된다는 이유로(그대로 사용하면 보수비가 많이 듦) 철거하고 그 자리에 주차장을 만들었다. 문화관 대지 옆에 민가 몇 채를 구입해서 철거 후 같이 주차장을 확대했으나 수십대 밖에 못 세우는 작은 주차장이다.

보존가치가 충분한 문화관 건물이 이제 그 터마저 영원히 역사 속으로 가버렸다. 생각할수록 안타까운 일이다(예전 기고문에서 몇 차례 이 건물을 지을 때 유래를 쓴 적 있음). 문화재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유구한 세월이 필요하다. 혹시라도 우리 주변에 문화재 급이 있다면 이참에 잘 보호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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