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 선수가 한국 테니스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호주 오픈 테니스대회에서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선수들을 차례로 물리치고 4강에 진입하는 전인미답의 쾌거를 이루었다. 그동안 메이저 대회의 최고 성적은 남자 이형택 선수와 여자 이덕희 선수가 이뤘던 16강 진출이었다. 이제 정현은 랭킹을 20위권으로 끌어올리며 세계적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테니스는 영국에서 만들어진 스포츠다. 인도를 점령하고 있던 영국군들이 인도 사람들의 놀이를 귀국하여 규칙을 제정해 만든 스포츠다. 영국 사람들은 신사로 불린다. 신사도에서 나온 정신이 스포츠맨십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식적인 테니스 시합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흰색 유니폼만을 착용해야 했을 정도로 보수적이었다.

경기장에 입장하는 선수는 물론 관중들도 매너를 지키며 경건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관전하고 경기를 진행하는 요원들은 더욱 엄격하다. 볼 보이와 볼 걸들의 신속한 공 줍기도 이색적이며 경기장 뒤편에 부동자세로 서서 경기장을 주시하는 보조 심판원들의 경직된 모습도 다른 경기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동작들이다.

물론 현재의 테니스 선수들은 개인별로 개성을 뽐내는 다양한 색상의 유니폼을 착용하고 경기에 출전한다. 테니스는 올림픽 정식 종목에 들어오고 나가고를 반복했으며 현재는 정식종목으로 각광받고 있다. 테니스의 득점 방식도 독특하다. 0점을 러브, 1점을 15, 2점을 30, 4점을 40, 5점을 50으로 부른다.

게임마다 40:40이 되면 듀스로 2점을 먼저 획득하는 선수가 게임의 승자가 되며, 세트는 6게임을 먼저 획득한 선수가 세트의 승자가 되어 먼저 3세트를 이기는 선수가 최종 승자가 되는 경기다. 세트에서 5:5가 되면 듀스로 2게임을 먼저 이기는 선수가 승리하고 게임스코어가 6:6이 되면 타이브레이크로 먼저 7점을 획득하는 선수가 승리하는 경기 방식이다.

테니스가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것은 일제강점기 때다. 테니스를 치는 외국 사람들의 모습을 본 조선 양반들이 한 말이 오랫동안 회자되기도 한다. “어허 한심한 사람들 왜 저리 땀을 흘리는가? 나 같으면 우리 집 머슴을 시킬 텐데.” 스포츠를 운동으로 생각하지 않고 땀을 흘리는 노역으로 생각했던 탓이다.

한국 테니스계를 선도했던 선수가 강원도 횡성 출신의 이형택 선수다. 각종 국제대회에 출전해 당시 모두가 어렵다는 16강에 등극하는 위엄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제는 뭐니 뭐니 해도 정현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이제 그의 나이가 20대 초반이기 때문이다. 물불을 가리지 않고 도전하며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칠 시간들이 아주 많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그동안 한국 테니스계는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당해야 했다. 올림픽 종목에서 빠지기도 하고 비나 눈이 오면 게임을 할 수 없고 경기력도 크게 떨어져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거기다 배드민턴의 인기가 갑작스럽게 상승하면서 선수층이 더욱 얇아져 우수 선수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다.

정현 선수는 시력이 매우 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기 때마다 특수하게 제작된 안경을 착용하고 경기에 임한다. 비 오듯 쏟아져 내리는 땀을 닦기 위해 그때마다 안경을 벗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신체적인 장애와 부상을 극복하고 세계적인 선수의 반열에 오른 그의 집념과 투혼이 높게 평가 받아야 한다.

사실 정현 선수는 학생시절 세계 테니스 선수권 대회에서 입상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떡 잎을 알아보고 체계적으로 지도한 코치와 신체적인 조건의 불리함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할 수 있다는 신념과 도전정신으로 마침내 꿈을 이룬 정현 선수에게 박수를 보낸다. 인간한계에 도전하는 선수들에게서 불가능은 없다는 교훈을 얻는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의 참가가 결정되고 미모의 예술단 단장이 시설 점검을 하기 위해 남측을 방문하면서 온통 국내외의 여론이 현송월에게 몰렸던 게 사실이다. 이제 다시 세계적인 선수로 도약해 국위를 크게 빛낸 정현 선수에게 관심의 초점이 쏠리고 있다. 이번 쾌거를 계기로 비인기 종목의 선수들에게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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