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이야기 -62-

 

▲김덕만 박사(정치학)
전 국민권익위원회 대변인
국토교통부 청렴자문위원회 위원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지난해 9월 28일 시행된 지 14개월 만에 일부 개정됐습니다. 이 법 제정 및 시행 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11일 선물 상한액을 농축수산물에 한해 5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경조비는 10만 원에서 5만 원으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화환을 보낼 경우에는 10만 원까지로 가능토록 했고요.

김영란법 시행령 주요 개정안을 좀 더 부연하면 경조사비 상한액을 낮추고, 선물 대상 품목 중 농축산물에 대한 가액기준을 예외적으로 상향하는 내용입니다. 즉 식사, 선물, 경조사비는 원칙적으로 3만 원, 5만 원, 5만 원을 유지합니다. 다만 선물은 원·재료의 50%를 넘게 농산물을 사용하여 가공한 농산가공품에 한해 10만 원까지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아래 도표와 같이 경조사 돈과 경조사 화환 제공 시 현금과 별도로 화환만 5만 원, 현금 없이 경조사 화환만 제공할 경우 10만 원까지 인정해주는 예외조항을 신설했습니다.

이에 대한 여론은 크게 두 가지로 엇갈리고 있습니다. 우선 농축수산물 업계는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는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축수산업계의 피해가 많은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농림부는 청탁금지법 시행령이 개정되면 올해 설 선물세트 판매액이 전년 대비 25.8%, 추석 판매액은 7.6% 감소하는 등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던 농업계의 피해가 상당부분 해소될 거란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특히 과일과 화훼는 10만 원 미만 선물세트가 전체 선물 비중의 95% 정도를 차지해 가액조정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수산물의 경우 조기, 갈치, 김, 멸치, 전복, 옥돔 등 선물용으로 사용되는 품목들을 생산하는 어가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조기나 갈치, 옥돔은 40% 이상이 10만 원 이상 선물로 구성돼 있어 이번 개정에도 피해를 경감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예상도 있습니다.

반면에 10년여에 걸쳐 제정된 청탁금지법에 손을 댄 것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부패 척결’이라는 법 취지가 시행 1년여 만에 퇴색될 위기에 처했다고 보는 견해도 많습니다. 당초 법 취지가 퇴색되어 ‘반쪽짜리법’ ‘누더기법’ ‘하나마나법’이란 비판이 있습니다. 과거 10여 년 동안 이 법 초안을 만들었던 역대 관계관들과 전문가들은 정부조직법상 국무총리 산하인 국민권익위원회가 농·축산·어민 표를 의식한 일부 정치세력들의 압력에 굴복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하고 있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 전원회의 위원들 중 외부비상임위원들은 1차 회의에서 주로 개정반대 입장을 표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형평성에 대한 문제도 나옵니다. 소상공인 골목식당 중소제품제조업체 등 다른 업계 요구도 봇물처럼 터져 나올 가능성이 커 정부가 ‘벌집’을 건드린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수입 농축수산물도 선물 상한액 조정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저가 농산물이 선물수요 시장을 점유할 것이라는 걱정이 있습니다.

어쨌거나 후속조치가 좀 필요한 상황입니다. 선물가액 예외적용 대상인 농산가공품을 구별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겠지요. 민족고유의 최대 명절인 설날 이전에 적용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예를 들면 농산물 원재료를 50%가 넘는지를 소비자들이 쉽게 판단할 수 있도록 '식품 등의 표시기준'에 따라 포장지 정보 표시면에다 원재료와 함량을 기재하려면 시간이 촉박합니다.

이와는 별도로 정부차원의 대책 일환으로 갈수록 어려운 농축수산물과 화훼 재배 농가를 돕는 정책도 마련해야겠지요. 개정 취지대로 농축수산물 소비가 크게 늘어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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