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랜만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꽁꽁 얼어붙은 겨울 한파를 녹이기에 충분한 소식이다. 우리고장 홍천에 역사박물관과 무궁화박물관 건립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그것도 국내에서 가장 큰 면적을 보유하고 있는 홍천군에 그동안 박물관이 없다는 것은 솔직히 표현해 부끄러운 일이었다.

우리말에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를 때’라는 말도 있다. 늦은 감은 있으나 이제라도 박물관의 필요성을 느끼고 건립을 추진하게 되었다니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과거는 오늘의 거울이며 미래를 예측하는 바로미터다. 오늘을 사는 우리가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져 존재하게 된 것은 아니다.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다.

홍천은 볼거리가 많지 않은 고장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천혜의 자연 조건을 갖추고 있지 못할 뿐만 아니라 관광자원이 턱없이 부족한 처지다. 군 장병을 위문하기 위해 찾아오는 면회객이나 각종 스포츠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홍천을 찾는 방문객들이 시간을 보내며 볼거리가 없어 인근 춘천이나 원주 등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많았다.

박물관은 외지인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가장 먼저 우리고장 홍천의 주민들이 내 고장에 대한 정체성을 알고 조상들의 발자취를 살펴보며 자긍심을 갖게 하는 기능이 우선이다. 특히 홍천의 미래 사회를 이끌어 나갈 청소년들에게 바른 가치관과 애향심을 높여주는 기능이 있다.

박물관 내의 전시장을 어떻게 꾸밀 것인가 하는 설계도 중요하지만 우선 눈으로 쉽게 볼 수 있는 외관을 멋지게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박물관 하면 연상되는 틀에 박힌 듯한 건물이 아니라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보는 사람들에게 신선함과 감동을 줄 수 있는 우리고장 특유의 박물관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무궁화공원의 향토사료관을 확충한 역사박물관과 무궁화수목원을 활용한 무궁화박물관으로 구분하여 건립한다는 계획도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역사박물관은 지자체 중심으로 연구하고 설계하여 만들겠지만 무궁화박물관은 국가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만들어지도록 중앙정부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홍천의 역사박물관 건립에는 많은 전문가들의 참여가 요구된다. 급하게 추진해야 할 이유가 없다. 고증과 토론 공청회 등의 과정을 거쳐 제대로 된 박물관이 건립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특정인의 주관적인 사관이나 주장이 아닌 역사적 사실에 입각한 정확한 사료들이 전시된 박물관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무엇보다 홍천군민의 관심이 절실하다. 개인이나 기관 단체 등에서 소장하고 있는 역사적인 유물이나 자료가 있다면 흔쾌히 기증하는 아량이 있어야 한다. 혼자 갖고 보는 것 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함께 볼 때 가치가 더욱 높아지게 된다. 봇물처럼 유물이나 자료들이 모아지게 되기를 바란다.

박물관의 접근성이나 편의시설 확보에도 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방문객들이 편안하게 관람하도록 해야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된다. 특히 안전을 우선 고려한 시설 마련에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 전시실뿐만 아니라 체험실도 함께 마련한다면 어린 학생들에게는 교육적인 효과가 매우 클 것이다.

무궁화는 나라꽃이다. 홍천의 군화가 아니다. 특정 지자체만의 관심사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가뜩이나 국가관이 약해져 가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나라 사랑의 정신을 키워주기 위해서라도 무궁화박물관은 국가가 관심을 갖고 예산을 투자하고 참여하는 등 건립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멋진 박물관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완공된 이후 잘못됐다고 해서 허물고 다시 지을 수는 없다. 한 사람보다는 두 사람, 두 사람보다는 열 사람의 생각이 지혜로울 수밖에 없다. 많은 홍천군민의 의견이 수렴되어야 한다. 우리 홍천군에 근사한 박물관이 건립될 것이라는 생각만으로도 벌써 설레어진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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