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세월호의 아픔을 경험하고도 대한민국에서는 계속해서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원인은 안전 불감증과 순간적으로 확 끓어오르고 쉽게 식어버리는 냄비와 같은 국민성이라고 생각한다. 안전사고의 특성은 예고가 없다는 것이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항상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하는 이유다.

지난 12월 첫 째주 주말에는 서해안에서 바다낚시를 즐기기 위해 배를 탔던 강태공들이 기름을 운반하는 배와 충돌하여 열다섯 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먼동이 트기 전의 어두운 새벽이라 방심했을 것이다. 충돌한 두 배 중에 한 배만 정확하게 안전수칙을 지켰더라도 발생하지 않았을 사고라 안타까움이 배가된다.

우리 속담에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다. 사고를 알면서도 배를 운항하거나 타는 사람은 없다. ‘설마 이 배는 사고가 나지 않겠지’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이러한 설마라는 생각이 곧 방심인 것이다. 사고는 언제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긴장하고 조심하며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으면 사고가 나더라도 대처가 용이하다.

18세기 영국의 산업혁명 이후 인간은 기계의 물질문명 속에 살아가고 있다. 땅위의 자동차와 기차, 땅 속의 전동차, 하늘의 항공기, 물위의 배를 이용해 편리하게 이동한다. 기계는 사람이 만든 것으로 결국 스스로 만든 물질의 편리함의 반대급부로 사고가 급증하고 있음에 유의해 안전을 우선 고려한 자동차, 선박, 항공기 등이 개발되어야 한다.

이번 낚싯배 충돌사고에서 살아남은 사람들 중 세 명은 물속의 배 안에 형성된 에어포켓 속에서 전화로 사고 지점을 알리는 등 구조요청을 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핸드폰이 물 속에서도 사용이 가능한 것이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에어포켓과 방수용 핸드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세월호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 국민적 분노로 확산됐었다. 즉시 구조를 하지 못한 해양경찰이 해체되는 아픔도 있었다. 대통령을 탄핵에 이르게 한 단초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바다에서의 안전사고 대처에서는 세월호 사건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우왕좌왕에 사고현장에 도착해서도 물에 들어가지 못하고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온 국민이 분노하고 함께 슬픔을 나눴던 세월호 사고는 피워보지도 못한 학생들이 가만히 있으라는 선장의 지시를 받고 자리를 지키다 발생한 대형사고로 엄청난 충격이었다. 학교마다 수학여행이 중단되고, 각종 체험활동이 중단됐으며 뒤늦게나마 사고 유형별로 대처 요령의 매뉴얼이 개발되는 등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전력을 투구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던 세월호가 인양되면서 안전사고의 산교육을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와는 달리 3년이 지난 뒤에 발생한 유사한 사고에서 허둥대는 구조 모습은 조금도 달라진 게 없었다. 국민들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의 첨단 과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수상안전요원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언제든지 물에 뛰어 들어갈 수 있는 자원과 장비를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의 지리적 특성 상 곳곳에 해상 안전구조대를 구축하고 배보다 빠른 해상용 헬기로 현장에 도착해서 구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사고에서 생명을 지키는 일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안전교육은 백번을 반복해도 부족함이 있다. 훈련을 실전과 같이 하고 실제상황이 발생해서는 연습할 때처럼 해야 한다. 앞으로도 해상은 물론 육상과 공중에서 다양한 형태의 안전사고가 도사리고 있다. 사람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도 있지만 지진은 물론 폭설이나 태풍 등과 같은 자연재해도 발생할 수 있는 처지에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자연재해와 안전사고 관련 대처 요령은 학교는 물론 텔레비전 등을 통해 끊임없이 교육해야 한다. 특히 유년시절부터 초등학교와 중학교 과정에서 기초적인 요령을 습득하도록 학교 교육과정에서 지도가 이루어져야 한다. 나의 생명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타인의 생명을 구조해 주는 기술도 익혀두는 것이 좋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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