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11월의 마지막 주간이다. 어김없이 기온이 뚝 떨어져 겨울이 다가왔음을 실감케 한다. 홍천군민 모두 월동준비 잘해서 추운 겨울철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시길 기원한다. ‘유비무환’이라는 말이 있다. 준비가 잘되어 있으면 사고를 없애거나 줄일 수 있다는 말이다. 수능까지 연기하게 만들었던 포항의 지진이 주는 교훈을 기억해야 한다.

지난주 홍천군노인복지관에서 주관한 행사에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특강에 초청강사로 초빙되었다. 미래에 대한 무궁무진한 꿈을 꾸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일선의 담당자가 한 시대를 풍미하고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는 단계에 계신 분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어르신들께 변화하는 세태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혀드리고 함께 공감하는 시간을 만들고자 강의 목표를 설정했다. 오늘날 어르신들의 세대는 참으로 기구한 운명을 지니신 분들이다. 농경시대를 거쳐 산업화 시대와 지식정보화를 두루 경험하셨으며 한국전쟁을 거쳐 중동건설과 새마을 운동 그리고 월남전 참전으로 조국의 근대화를 만들어 낸 주역들이다.

오늘날의 풍요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젊은이들과 엄청난 세대의 차이를 느낄 수밖에 없다. 자칫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과거의 눈, 어르신들만의 관점으로 요즘 젊은이들의 행태를 보면 화가 치밀고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 어르신들에게는 그 만큼 위험 요소가 더 크다.

세태의 변화는 도도히 흐르는 강물과 같고 세월과 같다. 거역할 수 없는 자연의 이치와 같다. 따라서 어르신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요즘 젊은이들의 세태를 이해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요즘 젊은이들은 버르장머리가 없다. 하지만 고대시대 때도 어른들이 젊은이들을 보며 한 말 중 가장 많이 한 말은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는 말이었다.

변화의 시작은 의식주에서부터 쉽게 찾을 수 있다. 어르신 세대들은 편리한 복장을 중심으로 착용했다면 요즘은 기능성과 맵시 중심으로 착용한다. 어르신들은 쌀을 중심으로 한 밥과 채소가 주식이었지만 요즘 세대들은 햄버거와 피자를 즐겨 먹는다. 집도 개인주택에서 아파트로 그것도 고층아파트로 주거환경이 바뀌었다.

부모자식간의 관계에도 상당한 변화가 왔다. 자식이 부모의 노후 보장용 보험 상품이 아니다. 부부간에도 변화가 왔다. 가부장적으로 아버지의 절대 권력에 어머니의 결정권이 확대됐다. 선생과 학생 간에도 큰 변화가 있다. 스승이 없고 제자도 없다는 말이 이를 잘 대변해 준다. 가르치고 배우는 사람만 있다.

어르신들의 젊은 시절에는 자동차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몹시 부러웠다. 물론 어린 시절에는 차를 구경조차 하기도 힘들었다. 그러나 요즘은 자동차가 넘쳐난다. 자동차가 세대별로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 숫자만큼 보유하는 말 그대로 마이카 시대가 되었다. 오죽했으면 ‘인명은 재천’이라는 말에서 ‘인명은 재차’라는 말로 까지 변했다.

변화의 결정판은 스마트폰이다.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핸드폰 하나면 안되는 게 없는 시대다. 신문, 카메라, 텔레비전, 편지, 저금통장 등의 기능이 해결된다. 특히 큰 변화는 혼자 놀기가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놀이를 하기 위해서는 두 명 또는 세 명 이상이어야 가능했지만 핸드폰만 있으면 혼자서 얼마든지 다양한 놀이를 할 수 있다.

어르신들의 눈높이에서 젊은이가 어른 앞에서 담배를 피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모습이다. 하지만 공공장소에 마련된 흡연 장소에 남녀노소를 구분해 놓고 있지 않다. 누구든지 담배를 피우고자 하는 사람은 같은 공간에서 담배를 피워야 한다. 외국에서 만든 문화겠지만 우리나라에도 일반화 되어 있다.

이러한 변화를 이해하면서 요즘 젊은이들의 행동을 보면 화를 내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젊은이들의 행동이 옳고 그름을 떠나 세태 자체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생을 살아오신 분들이 세태의 변화를 이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조금씩 이해의 폭을 넓혀가야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저작권자 © 홍천뉴스 / 홍천신문 홍천지역대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