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식
시인, 홍천문화원 부원장, 국가기록원민간위원

지난주에 이어 두 번째로 박준업 지인의 글이다. 전호에서도 썼지만 박준업은 먼 이국에서 자수성가한 입지전적인 한국인이며 미국인이다. 지인은 6.25 한국전쟁 당시 월남해서 홀어머니를 모시며 역시 고학으로 대학교까지 나온 후 자영업(무역 등)으로 출발해서 성공을 하지 못하고 미국으로 건너간 평범한 사람이다.

독실한 신앙인(천주교)으로 미국에서도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미국생활을 처음에는 뉴욕 근처 뉴저지주에 있다가 현재는 필라델피아로 이사해 살고 있다. 그 지인의 말을 빌리면 사람 사는 데는 세상 어디나 다 같다고 한다.

특히 미국은 다인종 다문화 국가로서 신용은 잃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신용이 없으면 어떠한 일이나 사업도 할 수가 없다. 또한 법과 질서 청렴도 등 청교도정신을 바탕으로 한 미국은 비록 역사는 250여년 밖에 안 되지만 세계의 경찰국가를 자처할 만큼 민주주의의 모범국이라 하겠다.

미국의 아침이나 한국의 아침이나 결국은 같은 것이다. 그의 글 ‘해뜨기 전 한 시간’을 그대로 게재해본다.

‘해뜨기 전 한 시간’

10여 년 전의 일로 기억된다. 썸머타임을 한달 연장함에 따라 하루 원유 10만 배럴이 절약되는 경제적 효과는 물론이고 미국 전체의 여러 분야에서 엄청난 파급효과가 일어난다는 에너지 전문가들의 건의가 있었다. 이 연장안에 대통령이 서명하여 실행되었고 우리 각자의 생활에도 영향을 받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시간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또한 평등하게 24시간의 하루가 주어졌다. 1초든 한 시간이든 간에 이 24시간 안에 속해 있는 시간이다. 삶의 여명이 동트는 해뜨기 전 한 시간. 39대 지미 카터 대통령은 그 직에서 물러나 더 유명해졌다.

수십 년을 국제분쟁을 중재하고 인권을 신장시켰으며 경제, 사회개발, 사랑의 집짓기 운동에도 열성을 보였고 한국을 찾아 봉사자들과 함께 집 없는 사람에게 집을 지어준 일도 있다. 이렇게 끊임없이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2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해뜨기 전 한 시간’은 지미 카터의 유년 성장 시절부터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자라온 날들을 본인의 손으로 쓴 자전적 에세이다.

시간이 지루하면 길게 느껴질 것이며 반면에 너무나 즐거워서 한 시간이 짧게 느껴질 때도 있다. 이렇게 시간이 존재한다는 것은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누구도 시간의 흐름을 바라보거나 잡을 수는 없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시간은 경외의 대상이며 우리 모든 삶의 측면에서 시간을 떼어놓을 수는 없다.

누구에게나 해뜨기 전 한 시간은 다가오고 있다. 생각하기에 따라 부스러기 시간, 자투리 시간을 잘 모아가며 지혜롭게 활용한다면 앞에서 말한 연장에서 오는 효과가 우리 인생이 이어지는 시간이라는 측면에서 보다 좋은 뜻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해 본다.

안개 자욱한 새벽, 종소리를 들으며 농장으로 나가는 흑인들과 함께 밭에서 일하며 생각하던 유년시절의 삶을 통해 대통령을 만들 수 있었던 시간의 소중함을 항상 일깨워준 그 부모들의 충직한 시간의 믿음을 따랐으리라···. 해뜨기 전 한 시간이 지금도 그의 삶을 지배한다고 한다. 우리는 한 세대를 그가 영도했던 미국에 살고 있으며 새로운 한 해를 맞게 되었다.

어둠이 가시고 새 날이 밝아오는 붉은색 동녘의 고요는 그대로 신비요 거룩함이다. 이 아침을 어떻게 맞이하느냐에 따라 삶도 달라질 것이다. 새벽미사 참례, 새벽기도, 성경봉독 또는 필사 등을 통하여 주님께서 마련해주신 새벽시간을 규칙적으로 이어가는 주변의 열심인 교우들을 보면 감탄과 부러움과 존경심을 아니 가질 수 없다.

작년과 같은 한 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하여 주님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며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도록 분발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누가 됐건 한 생애는 세상의 빛이 되어야 한다. 하루하루는 그 빛으로 인하여 새날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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