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식
시인, 홍천문화원 부원장, 국가기록원민간위원

김치를 담그는 것을 김장이라고 한다. 가을이 지나고 첫 겨울이 찾아올 무렵이면 주부들은 김치 담그기에 여념이 없다. 중부지방은 11월 초·중이고 남쪽은 12월 초에 담그는 김치가 제일 맛이 좋다고 한다. 김치는 원래 땅을 파고 묻어야 제 맛이 나는데 지금은 농촌이나 도시 할 것 없이 김치냉장고에 넣어 보관해 먹는다. 땅에 묻었을 때의 온도를 유지해서 그 맛을 한겨울 동안 유지한다고 한다.

김치의 종류는 100여 종이 넘고 지방에 따라 조금씩 다르고 특색 있는 김치를 담그고 있다. 필자가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살고 있는 중부지방(영서)의 김치는 배추김치가 주를 이루고 무로 만드는 깍두기 배추 속을 채우지 않고 고춧가루를 쓰지 않는 백김치가 있으며 파김치 고들빼기 갓김치 총각무김치 나박김치 등등이 있고 겨울이 아니더라도 수시로 해먹는 겉절이 김치 등이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김치는 고대로부터 있었으나 오늘날의 김치가 있기까지는 수백 년이 넘지 않나 유추해본다. 갖은 양념이 들어간 김치는 대략 임진왜란 이후가 아닌가 추측된다고 한다. 왜냐하면 고추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때가 임진왜란 전후라고 하니 적어도 그 전에는 백김치를 담가 먹었으리라고 생각된다.

어쨌든 우리나라는 김치의 종주국임에는 틀림이 없다. 일본이 김치를 개량해서 세계의 식품으로 만들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그 맛이 우리 것만 못해 실패했고 중국 또한 김치를 대량으로 만들어서 우리나라로 역수출해 우리나라의 김치공장이 피해를 보고 있으나 중국김치는 그 맛에 있어서 우리나라의 토종김치를 못 따라온다. 다만 저렴한 값과 물량공세로 우리나라의 김치시장을 잠식한다고 한다. 허나 중국(산둥성)에서 만드는 대부분의 김치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만든다고 하니 결국 우리 김치나 마찬가지이다.

김치에 대한 얘기는 참으로 많다. 우선 발효음식으로 암을 예방한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고유의 식품으로 겨울철 서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부식(반찬)이다. 해서 겨울김장은 반 양식이란 말도 있다. 김치는 김치 하나만으로도 다양하게 요리를 할 수 있다. 김치찌개 김칫국 등이 있다.

김치로 인한 웃지 못 할 얘기로는 서양사람들이 김치냄새를 싫어해서 한국사람을 멀리 했다는 얘기도 있다. 김치에서 나는 그 독특하고 시큼한 냄새는 멀리까지 나며 옷에 배기도 한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 다른 반찬이 귀해서 도시락 밑바닥에 김치를 잘게 썰어 넣고 들기름을 한 숟가락 넣어 싸준 어머니의 도시락을 학교 난로 위에 놓았다가 점심 때 먹는 그 맛은 지금의 큰 호텔 고급요리에 비할 바가 아닌 유년의 추억이라 하겠다. 그런 김치가 지금은 세계인의 입맛을 돋우고 건강식품으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으니 세상은 참으로 묘한 것이다.

김치에 얽힌 얘깃거리가 홍천에도 있었다. 홍천에서 가장 오래된 한정식집인데 그 창업자(현재 작고)의 식당에는 군수김치 서장김치 사단장김치가 따로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 사람들은 김치에 무슨 기관장김치가 따로 있느냐며 차별한다고 수군거렸다. 그때 주인은 이렇게 말했다. “군수가 좋아하는 김치가 있고 서장과 사단장이 좋아하는 김치가 따로 있어 그렇게 만들어서 판매하는데 뭣이 문제냐?”고 했다. 하긴 그것도 장사의 수단이다.

군수가 새로 임명(당시는 선거가 아니고 임명제도다)될 때 전임지에 그 군수의 식성을 미리 파악해서 식당 반찬을 만들었다고 하니 선견지명이 있는 상술이다. 그 식당은 후손에 의해 지금도 한정식 전문식당으로 반세기가 넘도록 잘 운영되고 있다.

김치는 뭐니 뭐니 해도 우리 고유의 식품이다. 요즘 발효식품이 각광을 받고 있는데 좀 더 깊이 연구해서 보다 더 세계적인 식품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또한 김치 담그는 법은 우리나라 주부들의 고유솜씨고 손맛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이 좋은 식품기술이 우리 후손들에게 영원히 전수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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